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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랄라 Mar 24. 2020

뭐라도 하는 게 남는 거다.

-지루함을 이겨내는 법

봉사활동이라고 해서 매일매일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는 않다.

더구나 한국어 교육 단원은 다른 분야와 달리 방학이 있어서 더더욱 각자에게 주어지는 여유 있는 시간이 많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2학기를 마치고 맞는 방학은 겨우 2~3주에 불과하지만, 1학기 후에 맞는 방학은 두 달 반에서 거의 3달이나 된다.   평소의 여유 있는 시간과 방학 때 좀 한가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임기를 마치고 돌아갈 때 각자가 느끼는 만족도가 많이 다르다고들 한다.


지금은 방학 때, 그리고 샤워를 하자마자 다시 온몸이 끈적거리는 더위가 왔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 19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여행)도 못하는 답답한 나날이다.   혼자 지내는 외국 생활에서 '지루함'은 가장 큰 적이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가야 잘 사는 삶이라는 선배 단원의 말이 생각난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이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지루함과 싸우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써 왔는데, 그중 하나가 '드라마 몰아보기'다.   보고 싶었던 영화나 드라마(미드 일드 중드 등등등)를 날밤을 새면서 몰아보기를 하는 거다.   하지만 이 방법의 후유증은 생활리듬이 깨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규칙적으로 쓸 방법은 아니라는 것!


지루함을 물리치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공부하기'나 '책 읽기'가 있다.    한국 사람들은 독특한 DNA를 갖고 있는지 누구나 시간이 나면 공부를 하려고 한다고 한다.   정 아니면 책 읽기. (취미가 독서라는 믿지못 할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 방법의 가장 큰 문제는 이 자체가 지루함을 더 몰고 온다는 사실!   20대에 진입하면서 알게 된 진실 중의 하나는 공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 할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단기간에 할 수 있는 목표가 있는 것, 꾸준히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이왕이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 들을 찾았다.   그래서 첫 번 째는 달리기!


더운 나라 태국에 마라톤 대회가 왜 이리 많은지 참 이해가 안 된다.   이 나라도 이열치열 작전인가?   태국 사람들은 너무 더워서 잘 걷지도 않을뿐더러 뛰는 것을 싫어한다고 알고 왔는데 이건 정말 잘못된 정보 같다.  아침저녁에 공원에 나가보면 달리기는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리고 아주 더운 계절을 빼면 거의 모든 주말에 마라톤 대회가 있다.   그래서 지난달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10Km 달리기에 참가해서 무사히 완주를 했다.   지금은 코로나 19 때문에 모든 마라톤 대회가 연기됐지만 언제든 참가할 수 있도록 하루 걸러 하루에 40분, 약 6Km를 연습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서, 지루함을 떨치기 위해서 달린다는 생각보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 연습한다는 생각을 하니 힘들지만 화, 목, 토는 자연스럽게 발이 트레드밀이 있는 1층 피트니스룸으로 향해진다.


그다음으로 시작한 것이 현지어를 위한 배드민턴 치기!

유튜브를 보고 회화책을 보고 1주일에 세 번씩 과외를 해도 태국어 실력은 늘지 않고 지겹다는 생각만 든다.   그런데 갑자기 태국에 와서 유튜브와 책만 쳐다보면서 공부한다는 것은 정말 바보짓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강하게 때렸다.   그래 직접 부딪히는 거야!    하지만 태국엔 내가 좀 자신 있는 탁구장이 의외로 보기 힘들어서 동네에 있는 배드민턴장을 지도를 보고 힘들게 찾아내서 일주일에 세 번씩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어깨도 아프고 엉덩이도 아프지만 이렇게 땀을 흘리면서 이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지내다 보면 실전 태국어가 금방 늘 것 같은 생각에 힘든지도 모르겠고 매일 마주치며 같이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과 태국어 한마디라도 나누는 게 너무 즐겁다.


그리고 책 읽기!

사실 현지에서 우리 글로 된 책을 사기는 쉽지도 않을뿐더러, 매번 읽을 책을 돈을 들여 사는 것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생애 처음으로 전자책을 보기로 했다.   한 달에 만원 가량 돈을 내고 책을 무한정 읽을 수 있다는 게 참 매력적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2달 반 동안 13권을 읽었다.   마치 어렸을 때 동네 만화방에서 50원을 내면 1시간 동안 만화를 무한정 볼 수 있는 그런 재미랄까?


그리고 태국어 회화책을 5번은 봐야겠다는 생각에 아무 때나 느닷없이 회화책 보기, 매일 일기 대신 블로그 쓰기, 2주에 한 번 브런치에 글쓰기, 2주에 한번 좌충우돌 태국 생활기를 올리는 팟캐스트 제작을 하고 있다.


이렇게 살다 보면 혼자 지내는 외국에서의 삶에서 지루함은 저 멀리 가는 대신, 건강한 몸과 최소한 내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현지어 실력과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책 쓰기를 위한 발판이 나와 함께 하겠지.


해외봉사 생활의 좋은 점은 정신없이 굴러가던 삶이란 길에서 잠깐 비켜서서 그동안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고 다시 가야 할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는 것 아닐까.

충무공의 12척 배는 나에게 없지만, 나에게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내가 쓰지 않는 시간은 나의 것이 아니다.   빠삐용처럼 인간으로서 가장 큰 죄, 바로 인생을 낭비한 죄를 짓지 않으려면 뭐라도 해야 한다.  한창 뭔가를 해야 할 50대 중반에 뛰어든 봉사의 삶이 인생을 낭비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하려면 봉사만으로 그치지 않고, 앞날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   이왕이면 지금 즐겁게, 지금 더 재미있게 누리고 즐겨야 한다.


뭐라도 하는 게 남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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