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에게

세잔

by 일뤼미나시옹


쓰러지는 들판은 제 몫의 초과분까지 다 했다.

낡은 새 울음 소리도 늦가을 몫이다

과육의 몸피가 마르고 광택 나던 이파리들이 파리해진다.

물 안의 피래미들과 잔돌멩이들의 수고도 여기까지

쓰러지는 들판의 심중을

철새들이 더듬고 간다


구둣발자국 같은 새들과

구둣발자국 같은 박힌 돌들


황금빛을 거두는 진흙의 논에

벗어놓은 흙묻은 장화

기울기가 더 해 가는 늙은 수양버들까지


늦은 가을의

늦은 시야까지

초과분의 몫을 다 했다.


Paul Cézanne - Nature morte de pêches et poires [188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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