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창가에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뤼미나시옹 Jan 22. 2024

달맞이꽃

달맞이꽃

 -일뤼미나시옹



 방위병 복무가 억울해 군대 안 보내주면 자살하겠다고 대구병무청 가서 엄포 놓아도 소용없던 그해 봄 버스 비 오백 원 내고 또 오리 걸어 출근한 경비대대 아침 점호 구보할 때 들판 샛길 손뼉 치며 군가 부르며 군홧발에 퍽퍽 흙먼지 일어날 때 너는 지난 밤 모처럼 달떴다고 밤새 달맞이 하고선 가시지 않은 달 기운에 들떠 있었는데 너는 얼굴 돌리지도 눈감지도 못하는 너의 달맞이를 나는 다음 날 또 괴롭혀야 했다 시들기 직전까지 물기 없는 군가 불러 너를 괴롭힐 때 얼마나 지겨웠을지 데모 진압 훈련한다고 발 구르기만 해댔던 방위노릇 끝마치고 다시는 네가 핀 쪽으로 오줌도 누지 않고 까맣게 잊은 너를, 커피 마신 후 이빨이랑 혓바닥 닦아내고 누레진 주유소 휴지 두렁길에 내던질 때 어느 풀 죽은 들풀의 이마에 걸쳐질 때 나는 너를 그렇게 기억하고 말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직도 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