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거기
-일뤼미나시옹
아직도 거기 있는 거지
그래, 거기 흰 죽처럼 너는 거기
식지 말고 미지근하게 거기
너는 펼쳐져 있어야 해
깃발처럼 아니고 흰 바다처럼
펼쳐져 있어야 해
너는 간이역처럼
텅 빈 채 꽉 찬 기다림을 갖고 있어야 해
이즈음에는 더 너를 찾아낼 이유가 있어
민들레가 피고 땅거미가 백리향 정원을 달리고 흰 돌에 핏기가 돌아
너를 찾아갈 발굽이 생겼어
흰 노을이 피고 검은 비가 그치고 달력에는 파란 날이 생겼어
아직도 거기 있는 거지
시가 되는 날에는 발가벗고 춤을 추거든
이즈음 너를 찾을 생각을 하니까
흰 춤을 추고 검은 웃음을 날려버렸어
하얗게 타버린 잿더미 속에 나신의 웃음이 포함되었어
아직 거기 있을 거지 그래야 해
네가 파도 들어찬 흰나비로 태어나게 해 줄 거니까
내 날개가 너와 함께 몰락할 거니까 희디흰 부스러기로
너와 몰락할 거니까 흰
바다의 카덴차로 너는 아직도 거기 있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