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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Jan 21. 2024

아직도 거기

 아직도 거기

  -일뤼미나시옹


 아직도 거기 있는 거지

 그래, 거기 흰 죽처럼 너는 거기 

 식지 말고 미지근하게 거기

 너는 펼쳐져 있어야 해

 깃발처럼 아니고 흰 바다처럼

 펼쳐져 있어야 해

 너는 간이역처럼

 텅 빈 채 꽉 찬 기다림을 갖고 있어야 해

 이즈음에는 더 너를 찾아낼 이유가 있어

 민들레가 피고 땅거미가 백리향 정원을 달리고 흰 돌에 핏기가 돌아

 너를 찾아갈 발굽이 생겼어

 흰 노을이 피고 검은 비가 그치고 달력에는 파란 날이 생겼어

 아직도 거기 있는 거지

 시가 되는 날에는 발가벗고 춤을 추거든

 이즈음 너를 찾을 생각을 하니까

 흰 춤을 추고 검은 웃음을 날려버렸어

 하얗게 타버린 잿더미 속에 나신의 웃음이 포함되었어

 아직 거기 있을 거지 그래야 해 

 네가 파도 들어찬 흰나비로 태어나게 해 줄 거니까

 내 날개가 너와 함께 몰락할 거니까 희디흰 부스러기로

 너와 몰락할 거니까 흰 

 바다의 카덴차로 너는 아직도 거기 있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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