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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Mar 29. 2024

환각이 필요해


  환각이 필요해

  -일뤼미나시옹



 햇살 다섯 줄기면 돼 검은 눈에 핏줄이 되는 과일이 돼지


 동백 세 송이를 피워봐 초록 바다가 찾아와서 가져가


 푹신한 질투와 질긴 혐오와 얽힌 악몽의 실마리가 필요해


 사탕이 필요해, 가능한 너의 공기로 녹여줘야 해


 새 들은 딱딱한 노래를 불러, 그런데 내 귀는 솜털처럼 부드럽게 소화시키지


 해 질 녘 노래 부르는 새소리 들리면 손을 펴서 받아 마시면 돼


 어둑해진 공기가 밀려오면 샛노란 피안을 켜면 돼, 그건 수선화 일지도


 빛에의 가능성은 물빛의 질감이면 돼, 물오리가 날아올라 저녁 해의 공기를 황급히 날아가는 걸 보면 알아


 맨 발로 읽는 대지의 서사는 다섯 줄이면 돼, 오물 투썽이 하천에 뿌리내린 세류의 봄 색이야


 포도주의 환각이 시인을 부활시킬 때, 나는 어린 날의 겨울 눈발로 녹아들어 갈 거야, 환각은 다시 오지 않는 생의 이유를 달콤과 씁쓰레함의 비율로 말해 줘, 먼 애인아 우리는 서로에게 포도주였어, 먼 애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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