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나의 꽃말이 무엇인지 모르다. 알고 싶지도 않다. 다만 나는 이 붉음에 가슴이 쿵쾅거린다.
올봄 들어 붉은색 꽃들만 보면 심장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설레는 마음이 일어난다. 아이처럼 붉은 꽃이 보이면 다가가게 된다. 몸이 무척 기뻐하는 걸음으로...,
골목에 면한 대문 앞에는 수국화분을 네 개 내어놓았다. 마을 골목이 너무 삭막해서 내어놓았는데 분홍색 수국이 서너 송이 피어났고, 며칠 전에는 농후한 붉은색 수국이 피었다. 너무 가슴이 떨려서 집 안에 들여다 혼자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그냥 두기로 했다. 내가 몹시 기다리는 사람이 집 앞에서 외출하고 돌아온 나를 반기는 듯하다. 그 사람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그립던 그 사람이 내 집 앞 녹슨 녹색 대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정원의 한편, 아나벨수국 너머에 어린 수국이 이제 막 붉은 꽃숭어리를 내어놓았다. 물을 좋아하는 수국 정원에 물 주면서 발견하는 붉은 꽃. 수국은 향기도 없고 피고 질 때도 그 형상이 쉬이 변하지 않은 색감이 사라지는 느린 시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