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여행을 기록하기로 했다.
나의 세계일주 여행기
얼마 전에 이모댁에 놀러 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모와 이모부가 30여 년 전에 미국 횡단 여행을 하시면서 쓴 일기를 보여주셨다. 어디를 지나가며 어떤 일이 있었는지, 뭘 먹었는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사소한 이야기들이 몇십 년을 넘어 생생하게 와 닿았다.
“와 이거 읽으시면 그때 기억 생생 하시겠네요.”
“그럼. 기억 다 나지! ”
“제 여행은 벌써 기억이 잘 안 나요.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
“기억력이 그렇게 오래가지 않아. 써 두니까 볼 때마다 기억이 나는 거지. ”
이모부랑 대화하면서 4년 전 떠났던 1년간의 세계 일주가 떠올랐다. 종이로 옮길 시간에, 사진을 찍을 시간에 하나라도 더 가슴에 담겠다고 큰소리 빵빵 치며 기록도 촬영도 거의 하지 않은 나의 여행. 내 인생에 너무 강렬한 경험인지라 나는 두고두고 평생 기억할 거라고 확신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첫 숙소 간판 결까지 다 느껴지는 거 같았는데, 고작 4년밖에 안 됐는데 점점 기억이 흐릿해진다. 가끔 쓴 일기를 볼 때면 이런 일이 있었나? 싶을 때가 생겨버렸다. 아무리 강력한 경험이라도 기록하지 않으면, 오래 추억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흐려지는 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게 덜컥 겁이 났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 여행의 기록을 지금이라도 남겨 보겠노라고. 지금이라도 남은 기억을 염전에서 소금 긁어내듯이 빡빡 긁어 보아볼 요량이다. 기억 나는 대로, 조금이라도 더 빨리 써서 더 오래 기억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