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버티는 나의 원동력
전쟁과도 같은 업무가 끝났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한다.
‘띠띠띠띠’
불 꺼진 어두운 방안에 도어록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울리고 익숙하게 손을 뻗어 불을 켠다.
아무도 반겨주는이 없는 이 순간이 혼자 살며 가장 외로운 순간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나에게는 아무도 없고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방에 들어선 순간부터가 내 세상의 시작이다.
툭 하고 가방을 던져놓는다.
가방 안에 들어있던 먹다 남은 음료수 병이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났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 방을 둘러본다.
늘 마주하는 풍경이고,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며 보았던 그 모습이다.
집에 올 사람이 없으니 당연히 모든 것들은 제자리에 있었지만 그래서 더 안정감을 느낀다.
그 순간 어디선가 보이지 않는 선 한가닥이 튀어나와 내등에 꽂힌다.
충전이 시작된 것이다.
하아... 짧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이제 좀 살 것 같다...’
나 말고 누군가 내 방에서 어슬렁 거린다는 상상을 하면 숨이 턱 막힌다.
평생 혼자 살아야겠다고 새삼스레 다짐한다.
두 개의 책상, 두 개의 행복
1. 편안함과 쉼을 주는 공간
옷장 옆 붙박이 책상은 지금처럼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때 사용한다.
독서실 책상 느낌이 들어 집중이 잘되는 편이다.
벽에 붙어있는 작은 책장은 30여 권 정도만 꽂아도 꽉 찬다.
그래서 지금 꽂혀있는 이 책들은 오랜 고심 끝에 선택받은 책들이다.
읽던 책을 또 읽는 걸 좋아하니 특별히 불만은 없지만 굳이 고민이라면 새로운 책을 사기 위해서는 한 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 정도가 되겠다.
강남 아파트보다 들어가기 힘든 내 책장을 차지하고 있으니 제 아무리 '무라카미 하루키', '헤밍웨이' 라 해도 영광으로 알았으면 좋겠다.
책상 중앙에는 아이패드와 무선 키보드, 마우스가 있다.
글은 주로 아이패드에 적는 편이고, TV를 두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패드로 좋아하는 영화를 보거나 유튜브를 시청한다.
그리고 한쪽에는 얼마 전 구매한 아크릴 독서대가 있다.
독서대 위에는 요즘 읽고 있는 (사실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리더라면 정조처럼’이 펼쳐져 있다.
2. 신나는 놀이터
또 하나의 책상에는 온갖 놀거리가 가득하다.
40인치 모니터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플레이스테이션 4와 무선 헤드셋, 그리고 VR장비가 있다.
언제든 전원 스위치만 켜면 밤새 신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노트북과 키보드가 있다. PC로 게임을 즐기고 싶을 때는 노트북을 켜면 된다.
책상 중앙에는 작업용 매트가 깔려있어 소소하게 건담 프라모델 조립을 즐기고 싶을 때는 공구통을 꺼내 조립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약속이 없는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에는 푸르스름한 새벽이 올 때까지 놀기도 한다.
회사 업무와 고민을 잊고 게임과 프라모델 조립에 몰두하다 보면 스트레스는 말끔히 사라지고 나는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내방이 주는 의미
나에게 있어 ‘방’은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만은 아니다.
창작을 위한 작업실이고, (비록 배달음식이지만) 전 세계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맛집이다.
그리고 원하면 언제든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날 수도 있다.
어릴 적 보물 찾기를 하듯 나는 내 방의 이곳저곳을 들추며 나만의 행복을 찾는다.
그렇게 찾은 행복은 일상으로부터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해주는 소중한 자원이다.
새로운 하루가 밝아오면 또 전쟁과도 같은 일상에서 살아가야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좋아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나는 그저 행복하기만 하다.
작고 아담한 7평짜리 원룸임에도 이 세상 무엇보다 큰 기쁨을 주는 이 공간을 나는 사랑한다.
꽁꽁 숨겨둔 나의 행복을 찾기 위해 오늘도 나는 열심히 보물을 찾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