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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톤 May 01. 2021

재택근무 탐구생활 - 어쩐지 설레는 밤

봄에는 벚꽃보다 재택!

이번 주말이 지나면 한 달간 재택근무를 시작한다.

고객사에서 코로나 예방을 위해 재택근무를 시행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마침 팀원들이 출퇴근 거리가 멀어 힘들어했고, 근무인원이 많아 코로나도 걱정되었던 참이었다. 흔쾌히 고객사의 요청을 수용했다.


물론, 재택근무가 처음은 아니다.

작년 겨울, 회사 건물 내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 방역을 위해 건물을 폐쇄한다는 사내 방송이 반복됐다. 점심을 먹기 위해 구내식당에서 식판을 들고 있던 나와 직원들은, 그대로 사무실로 돌아가 짐을 챙겨 퇴근했다. 퇴근의 기쁨보다 ‘설마 내가 접촉자는 아니겠지’ 하는 걱정을 하며, 이틀간 집에서 근무를 했었다.


재택근무 시행에 앞서 관리자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몇 가지 재택근무 수칙을 정했다.

팀 전원이 재택근무를 할 경우, 시스템 운영과 팀 내부 소통에 문제가 있을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1인당 주 2회씩 날짜를 지정해 재택근무를 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유사 업무 담당자는 겹치지 않도록 조를 편성했다.


한 시스템을 몇 년 동안 운영하다 보니 다들 ‘고인물’이 되어 웬만한 시스템 장애에도 눈 하나 꿈쩍안하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재택근무 스케줄을 정해 달라는 공지가 떨어지기 무섭게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머리를 맞대고 스케줄을 정하기 시작했다. 조별로  명씩 앉아서 시끌벅적하게 얘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수년만에 연락한 친구가 데려갔던 어느 다단계 회사가 잠시 떠올랐다.


이사님과 나는 그 광경을 한참 바라봤다.


“..... 김 팀장, 혹시 휴가 스케줄 짜라고 공지한 건 아니지?”


“그럴리는 없지만 보낸 메일 다시 열어볼게요....”


공지를 한 지 30여 분 만에 모든 스케줄이 정리됐다. 이 사람들, 이런 추진력이 있었다니.


물론 그중에 재택근무를 반기지 않는 직원도 있었다.

집에서는 아이들 때문에 일에 집중하기 어려우니 출근을 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다른 직원은 집에서   하고 게임할  같다며 출근하게 해달라고 했다. 기특한 직원임은 틀림없으나 너무 솔직하게 얘기해서 조금 놀랐다.


뭔가 이상하다. 주말 저녁이 깊어가는데 섭섭하지 않다. 월요일에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만으로 마음이 편해진다. 게다가 지난번처럼 코로나 확진자로 인한 재택근무도 아니니 찜찜해할 필요도 없다.

재택근무도 똑같은 ‘근무 연장선임을 잊지 말라 이사님의 말씀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오래다.


‘아싸, 두 시간이 더 잘 수 있다’

‘과자라도 몇 봉지 사다 놓을까’


불 꺼진 모니터에 비친 내 얼굴에 웃음이 비쳤다.


봄에 활짝 핀 벚꽃에도 꿈쩍없던 내가 재택근무에 살짝 설레고 있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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