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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예 Jan 29. 2022

혼자 먹는 쌍쌍바

외로운 나를 참아보는 일


제목 '혼자 먹는 쌍쌍바'는 제가 지은 게 아닙니다. 실제로 있는 제품이에요. 2018년에 해태제과에서 막대가 하나만 있는 쌍쌍바를 출시했더라고요.


이건 해태제과의 배신입니다. 솔직히 쌍쌍바 반쪽이 성에 차지 않는다는 건 인정해요. 그래도 쌍쌍바라는 이름을 지어 놓고 막대를 하나만 꽂다니. 싸구려 CG를 떡칠한 SF 영화에 나오는 눈이 하나 박혀 있는 외계인을 보는 기분이에요. ‘쌍쌍'바, 시옷조차 쌍으로 두 개나 들어 있어요. 그러니 저는 오늘 막대가 두 개 꽂힌 쌍쌍바 얘기를 하겠습니다.

 

혼자 먹는 쌍쌍바에게 성질을 내긴 했지만 사실 쌍쌍바를 나눠 먹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쪼개는 것부터 고난이었죠. 스킬을 발휘하지 않으면 쌍쌍바는 너무 쉽게 뒤집어진 ㄱ자 모양으로 쪼개졌습니다. 늘 같이 쌍쌍바를 나눠 먹던 친구가 있었는데, 쌍쌍바 한쪽 몸통이 찢어지는 순간 “아…”하고 서로를 쳐다보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나요. 그때 우리 전 재산은 정말 오백 원이었어요.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 빈부 격차는 꽤 당황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작은 쪽을 먹게 되면 진심으로 우울했어요. 저는 아이스크림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처음으로 혼자 쌍쌍바 두 쪽을 다 먹게 된 날, 저는 그 우울함이 차라리 나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쌍쌍바를 혼자 먹어 본 적 있나요? 그건 생각보다 고민할 게 많은 일이었어요. 쪼개서 양손에 하나씩 들고 먹어야 하는지, 그냥 붙어 있는 상태로 먹어야 하는지. 막대를 한 손으로 잡고 먹어야 하는지, 두 손으로 잡고 먹어야 하는지. 어떻게 먹어도 영 자연스럽지 않고, 그 어색한 모습을 누가 볼까 민망하기까지 했습니다. 이 고민은 좀 찌질해요. 같이 먹으라고 만든 걸 혼자 먹고 있어서 하는 고민이잖아요. 혼자 된 외로운 마음을 덜 티 내고 싶은 거죠. 그래서인지 쌍쌍바를 반으로 갈라서 양손에 하나씩 들고 먹는 것만은 언제나 피하고 싶었습니다. 외로운 욕심쟁이 같잖아요.  


슬프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쌍쌍바를 누군가와 나눠 먹을 일은 계속 줄어들었습니다. 사실 지난 연말에는 유난히 혼자 남겨질 일이 많았어요. 손님, 마감, 이별 같은 건 늘 몰아서 오잖아요? 외롭고 괴로웠어요. 떠난 사람에 대한 갈망이 아닌 내가 남겨졌다는 외로움에만 집중하는 이기적인 모습도 싫었어요. 결국 중요한 건 혼자 남는 법을 터득하는 것뿐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애초에 '혼자 먹는 쌍쌍바'를 사면 되는 것처럼요.


그런데 한참을 지나고 나서 그때를 돌아보니, 혼자 있던 시간들은 잘 기억나지 않아요. 기억에 남고 사진에 남아있는 건 누군가가 함께해 준 시간들이더라고요. 그걸 깨달은 순간 두려웠고, 동시에 다행스러웠습니다.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타인에게 또 기댔다는 사실이 무섭고 싫으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아니 사실은 그래서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니 쌍쌍바 정도는 막대가 두 개인 쌍쌍바로 남아 주면 좋겠어요. 혼자 먹을 때의 어색함은 인정하면 그뿐이라는 생각이 이제는 들거든요. 그런 시간들은 그런 시간대로 마음껏 민망해지죠, 뭐. 대신 쌍쌍바를 나눠 먹을 사람이 있을 때 서로에게 최대한 많은 부분을 주기 위해 긴장하며 쌍쌍바를 쪼개고, 잘못 쪼개더라도 서로 마주 보며 웃는, 그런 순간이 조금 더 많기를 아직은 바라나 봐요.

 

 

2020.01.12.



*이 글은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구독자 메일링 서비스 [뭐라도 해 보고 싶은 사람들의 수다. 열 시; 망상]에 기고하였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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