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마 Nov 04. 2024

엄마 오늘 하루 힘들었어? 내가 안아줄게

배부장의 육아일기

"엄마 오늘 하루 힘들었어?, 내가 꼭 안아줄게."


지금은 어느새 유치원 졸업반 큰 형님이 된 초콩이가 5살의 어느 날 나에게 한 말이다.


그날은 유독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날로 기억된다.

너무 지쳐서 나도 모르게 안방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데, 초콩이가 나를 보고선 안방으로 들어오더니, 말도 없이 꼭 안아주면서 하는 말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나올 뻔했다.


"고마워! 초콩아 엄마가 너무나 힘이 날 것 같아!

비타민 충전으로 뽀뽀도 해줄 거야?"


"응, 엄마 물론이지! 쪽!!!

엄마 초콩이가 안아주면서 비타민 충전 해줬으니까 힘내!"






나와 같은 F의 성향인 초콩이는 크면 클수록 점점 더 나와 비슷해지고 있다.

때로는 나도 깜짝 놀랄 정도로 나와 많이 닮아가고 있는 초콩이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다만, 이때 내가 너무 감동받았다는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해서 그런지, 언제부터인가 쑥스럽다면서 더 이상 비타민 충전을 먼저 와서 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엄마 비타민 충전이 필요해라고 하면 언제든 달려와서 꼭 안아주는 다정한 꼬마마음술사이다.



나는 사실 둘째인 초콩이를 임신 한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줄곳 딸이기를 바랐다.

어릴 적에는 몰랐지만, 아니 어른이 되고 직장인이 되고 나서도 몰랐었다.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된 이후로 자매가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되었기에, 나는 초롱이에게도 자매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내 마음이 통해서였는지 초롱이도 남동생보다는 여동생이 생기기를 무엇보다 좋아했었다.


"아이구! 우리 공주님, 남동생이 생겼네!"


둘째 성별을 알려준다고 한 날, 온 가족이 모두 출동해서 초음파로 내 배를 확인하면서 의사 선생님이 이렇게 말을 하자, 초롱이는 갑자기 엉엉하면서 크게 울기 시작했다.


"엄마, 나 남동생 싫어!!! 여동생이 좋단 말이야!! 남자 싫어!!!!"


초롱이의 격한 반응에 너무 놀란 나는 딸이길 바랐던 내 마음속 서운함을 표현하지도 못하고 초롱이를 달래야만 했다.


그리고 나에겐 스스로 말을 하면서 위로를 했던 것 같다.


'그래, 딸 같은 아들로 키우면 되지! 요즘 무뚝뚝한 딸보단 사근사근 엄마랑 잘 통하는 아들이 더 좋을 거야!'



내 바람이 이루어진 것 때문일까, 나는 언제부터인가 딸인 초롱이보다도 아직 7살밖에 안된 아들 초콩이에게 나의 마음을 위로받을 때가 점차 많아진다.



나는 장거리 여행에서 뒷자리에 앉은 초롱이와 남편이 잠든 차 안에서 혼자 운전하는 엄마 힘들다고, 조수석 카시트에 앉아서 쉬지 않고 종알거리면서 이야기해 주는 작은 초콩이의 재잘거림에 위로를 받는다.


나는 무심결에 눈이 마주쳤을 때, 앞니 빠진 채로 씩 웃어주는 초콩이의 미소에 위로를 받는다.


나는 재활용쓰레기 버리러 갈 때, 이제 힘이 아주 세져서 큼직한 택배상자 속 종이 재활용 쓰레기도 번쩍 들을 있다고 함께 가자고 신발 신고 나오는 초콩이의 다정함에 위로를 받는다.


나는 저녁 운동을 하러 나설 때, 내 손을 꼭 잡고 같이 공원의 트랙을 달리거나 뛰면서 조잘되는 초콩이의 목소리에 위로를 받는다.


나는 나의 마음이 힘들 때마다 항상 옆에 같이 앉아주면서 손잡아주는 꼬마마음술사 초콩이에게 늘 위로를 받는다.







이 작은 초콩이가 몇 달만 지나면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뭉클해진다. 학교에 가면 유치원때와는 달리 몸도 마음도 훨씬 더 크고 단단해질 것이라 생각하니 내 마음도 조금씩 단단해지는 것 같다.


이만큼 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아기 같은 7살의 초콩이를 그 눈빛과 웃음을 기억하고 싶어서 나는 뒤늦은 다이어리를 꺼내어 기록해 본다. 이미 24년은 11월이 시작되었지만, 나의 다이어리는 또 오늘부터 시작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