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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마 Nov 05. 2024

내 기도는 들어주시지 않으셨다.

한성질 여사의 거꾸로 가는 시계

"언니! 엄마가 쓰러졌어!"


2016년 12월 24일 아침에 초롱이와 남편 그리고 나는 1박의 여행을 준비하고 떠나려던 참이었다.

유달리 추웠던 2016년의 겨울, 지병이 있었던 엄마는 병원에서 늘 관리를 하고 있었다. 주치의 선생님도 엄마의 건강 상태는 최근 몇 년 동안 제일 좋다고 하셔서, 동생과 나는 아이들과 엄마와 함께인 여자들끼리만 그다음 해 봄에 일본 오키나와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터였다. 다만 엄마가 감기에 걸린 듯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동생이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오전 엄마와 근처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고 오기로 했었다.


"네가 이번 크리스마스에 고생 좀 해줘! 내가 여행 다녀오면 엄마 더 잘 챙길게!"


이렇게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엄마와는 그 전날 여행을 잘 다녀오겠다고 말을 하고서는 단 하나의 걱정도 없이 초롱이와 떠날 눈썰매장이 있는 숙소에서 신나게 놀 것만 기대하고 있었다.


그날따라 초롱이가 배스킨라빈스에서 판매하는 인형을 받겠다고 해서, 아이스크림케이크를 주문하고 하얀 곰인형까지 받은 후에 여행지로 출발을 하느라 조금 출발이 늦었다. 이것이 신호였을까. 우리 집이었던 수지를 막 벗어나려는 데 동생에게 전화가 걸려왔고, 나는 당연히 엄마랑 병원에 잘 도착했다는 전화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동생의 목소리는 흥분해서 잘 들리지 않았고 정신없이 들렸다.


"언니! 엄마가 쓰러졌어! 빨리 와!!"


순간, 운전 중이었던 나는.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악몽이라면 빨리 깨면 좋겠는데..


 아니 아니, 이게 무슨 말이야. 어제까지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았고, 초롱이와 크리스마스 보내고 나서 만나기로 했는데. 아니 엄마... 엄마!!!!'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나는 차를 유턴해서 그 길로 다시 동생네 집으로 향했다. 어떤 정신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었고, 수지의 어떤 아파트 골목으로 들어가서 막힌 길을 다시 돌아 나오기를 반복했다.


남편은 나에게 계속 괜찮을 거다. 아무 일도 없을 거다. 일단 우리 빨리 가보자라며 안심을 시켰지만, 이미 내 머릿속과 마음속을 차지한 불안감은 그 어떤 말로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동생네 집 앞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119 구급대가 도착해서 엄마에게 심폐 소생술을 하고 있었다.

엄마의 그 작은 몸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그렇게 심폐소생술을 한 지 20분이 넘었다고 한다.


동생은 근처에서 쓰러지듯 서 있었고, 나 역시 엄마를 보고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엄마, 엄마!!! 나 왔어!! 

엄마, 눈 좀 떠봐!! 엄마!!!!!"


119 구급대원은 가까운 아주대병원으로 엄마를 일단 옮겨야겠다고 했고, 우리는 병원으로 다시 향했다.


가는 내내 그렇게 하느님, 예수님, 그리고 성모마리아 님을 부르면서 마음속으로 제발 우리 엄마 살려달라고 기도를 했던 것 같다. 동생네 아파트에서 아주대병원까지는 대략 15분 정도가 걸리는 거리였는데, 역시 어떻게 운전을 하고 도착했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그냥 구급차만 따라가면서 엄마를 살려달라고 빌기만 했던 것 같다.


아주대 응급실에 도착한 후로 엄마는 집중관리실로 바로 실려 들어갔고, 우리는 보호자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4살의 초롱이는 눈썰매장에 가고 싶었는데, 갑자기 할머니가 쓰러진 모습을 보면서 엄마를 조르지 않고 눈처럼 하얀 패딩을 입고, 아침에 받은 하얀 곰인형을 들고 나의 손을 꼭 잡아주고 있었다.


"엄마, 할머니 많이 아파? 내가 가서 손 잡아주면 일어날까?"


초롱이의 이 한마디에 나의 마음이 또 한 번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30분여의 시간이 흘렀고, 의사 선생님께서 우리를 부르셨다.


"음... 음...."


너무나 추운 날씨였던 그날, 선생님의 헝클어진 머리와 귀 옆으로 흘러내리는 땀방울만 보더라도 선생님의 다음 말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저희도 최선을 다했지만, 죄송합니다.... 

병원에 도착하셨을 때부터 30분 여가 지난 이 시간까지 환자분은 심장이 뛰지 않으셨습니다.

구급대원에게 그 당시 상황을 전달받았지만, 현장에서도 20분여 이상 심폐소생술을 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상태라면 이미 뇌손상이 와서 심장이 다시 뛴다고 해도 일어나실 확률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지만, 죄송합니다.


환자분은 2016년 12월 24일 오전 10시 30분경... 돌아가셨습니다."


보호자 대기실에서 그렇게 기도를 했지만, 내 기도는 들어주시지 않으셨다.





그녀의 거꾸로 가는 시계는 매주 화요일 연재를 시작합니다.


너무나 사랑했던 엄마와의 기억을 제일 마지막 기억부터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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