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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마 Nov 11. 2024

엄마! 언제 또 모임에 갈 거야?

초마의 읽고 쓰는 방

"엄마! 언제 또 모임에 갈 거야? 다음 주에도 가면 좋겠어!"



나는 자유부인을 꿈꾼다.

하지만 아직 어린아이들이 있기에 주말에 모임이 잡히면 남편의 눈치부터 보게 된다.

그냥 일정이 있다고 말하고 모임에 참석해도 되지 않겠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 가족은 예전부터 주말이건 언제건 항상 같이 움직이는 가족이다. 그렇게 10여 년을 지내오다 보니 이제는 혼자서 하는 단독 행동은 어색하기도 하고, 어떤 모임에 참석할 때면 특히 주말에 일정이 생기면 상대방에게 먼저 물어보게 된다.


늘 어떠어떠한 모임에 가고 싶다, 나 누구를 좀 만나야겠다고 말을 하는 사람은 내쪽이다.

남편은 따로 만나는 모임도 없고, 친했던 친구들도 많지 않아서 경조사가 생기지 않는 한 주말에 따로 외출하는 일이 거의 없다.


반대로 나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제약이 없다면 아마 매 주일마다 만나는 사람이 많았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모임을 하니 누구를 만나고 싶고, 누구와 이야기하고 싶고, 무엇도 배우고 싶고, 오랜만에 누구도 만나고 싶고 고.. 만날 약속을 하려고 보면 아마 올해 말까지 달력을 펼쳐놓고 일정을 잡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불가능하기에 나는 정말 꼭 가고 싶은 모임, 약속에 한 번씩 제안을 하는 중이다.


함께 토지 책을 읽고 있는 모임에서 토지 완간 40주년 기념 전시회를 하고 있는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방문하는 일정을 잡았고, 매번 톡에서만 이야기 나누는 우리의 책동무들을 줌이 아닌 실제로 만나고 인사하고 싶었다.






"나 꼭 가고 싶은 모임이 있는데, 토요일에 광화문 쪽이야. 내가 채롱이를 데리고 갈까?

대략 시간은 3시간 정도 걸릴 것 같은데.."


"아니, 그럼 내가 애들 데리고 같이 가서 종각 쪽에서 있을 테니까 나중에 접선 시간만 알려주시오!"


"우와 너무 고맙쏘!!! 얼른 간다고 이야기해야지!!!"


그렇게 나는 햇살마저 나를 반기었던 11월의 주말 아침 모두와 직접 만난다는 사실에 설레면서 집을 떠났다.


나만 조급했었던 아침, 아이들과 3시간 동안 종각 근처에서 시간을 보낼 남편의 가방에 책과 아이들이 추울까 얇은 패딩조끼 그리고 물과 약간의 간식을 챙기면서 혹여 차가 밀려 늦을까 서둘렀었다.

예상대로 고속도로는 꽉 막혀 있었고, 뉴스에서는 이번 주말 광화문 집회가 많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었다.


차들이 너무 밀리기도 했지만, 길까지 잘못 들어서 도착 예상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으니 내 마음이 더 조급해지고 있었다. 남편 역시 허리디스크로 차를 오래 타면 힘들어하기 때문에, 남편이 혹여 허리가 아파서 짜증을 내지 않을까 자동차 백미러로 슬쩍슬쩍 눈치를 보면서 괜히 아무 말이나 막 꺼내어 떠들었다.


"우와! 오늘 광화문에서 집회가 많다고 하더니 정말 고속버스가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속도 모르는 아이들은, 차가 너무 밀린다며 언제 도착하냐고 재촉을 하고, 광화문으로 향하는 차는 움직이지 않은 중이라 내 마음만 조급했덨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종각역 근처에 다다르자 남편은 그냥 내리겠다고 한다.


"신호 걸려있을 때 우리 빨리 내리자!"


제발 초롱 초콩이가 아빠 말을 잘 들어주기를 바라며 잠시 안녕! 을 반갑게 외치고 나는 인근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은 가장 만만한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주차를 하고, 우리의 약속장소인 돈의문 박물관 마을로 향했는데, 오랜만에 타 보는 버스라 설렐 틈도 없이 약속시간보다 너무 늦은 탓에 얼른 뛰어가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예슬님! 저 도착했어요!"


오늘을 위해서 비행기를 타고 오시는 분도 계셨는데, 고작 수지에서 차를 타고 오면서 꼴찌로 도착해서 너무나 미안한 마음으로 어색함도 잊어버린 것 같았다. 처음 보는 얼굴과 줌으로 익숙한 얼굴들을 보면서 인사를 하는데, 아마 이렇게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지나가지 않았다면 엄청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었을 나였다.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은 신기한 마법이 있다. 분명히 알지 못하는 사이지만, 마치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한다.


나는 이 모임에서 몇 번의 독서챌린지에도 참여를 했었고, 글쓰기에도 참여를 하고 있지만 왠지 모두 친한 모임에서 나만 아직 어색한 느낌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얼굴을 보고 나니 그런 마음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나는 토지를 읽고 있지만, 사실 이 토지에 깊숙이 토론을 하면 무슨 말을 해야 하지? 하며 혼자 전전긍긍하고 있던 나의 모습을 그냥 다 날려버린 날이었다.




모두 다 함께 박경리작가님의 토지 속으로 풍덩 빠져버린 날이다.

자연스럽게 그 글을 쓰는 과정과 책에 대한 이야기가 어렵지 않게 나눌 수 있었고, 그 얼마나 방대한 작품을 쓰신 지 이야기 나누다 보니 우리는 어느새 하나였던 것 같다.


그렇게 토지로 시작한 우리들은, 돈의문 박물관 마을 안에 위치한 삼대가옥, 그리고 그 안에 전시되어 있던 토지 속에서 한참 동안 이야기 나누고 사진 찍고 토지를 눈으로 마음으로 머리로 담고 나서야 가을의 정동길 투어를 시작할 수 있었다.


석진님의 재능기부로 길을 건너면 바로 정동으로 이어진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500년 된 회화나무와 캐나다대사관과의 사연을 들으며 가을하늘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사진도 찍으면서 즐거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 길이 여기로 이어진다고? 잘 기억해 뒀다가 다음에 아이들이랑 같이 또 와야겠다!'



날씨가 다한 날이다.

너무 춥지도 않고, 너무 덥지도 않고, 햇살마저 강하지도 않은 그런 날, 우리 모두의 만남을 반겨주는 가을날이었다.


캐나다 대사관을 이어서 작은 건물만 남아있는 러시아대사관을 지나면서 이어지는 고종의 길은 광화문에 두고 온 초파와 아이들 생각이 절로 났다.


길을 걷는 내내 그 어떤 가이드보다 더 재미있고 자세하고 핵심만을 콕콕 설명해 주시는 석진님 덕분에 덕수궁을 걷는 고종의 마음으로 고종의 길을 걸어보았고, 진짜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서 너무 좋다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내 어휘력에 한탄한 날이었다.



좋은 길을 보면, 다음에 또 오면 되지 했지만, 쉽게 또다시 올 수 없는 날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둘러보았던 서울주교좌성당은 무조건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던 곳이다. 크지 않은 성당이었지만 외관에서 보이는 절제된 것 같은 성당의 모습이 안에 들어서자마자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게 만들었다. 그렇게 짧지만 여운은 길었던 정동길 투어를 마치고 우리는 아쉬움 가득한 티타임을 가졌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길었다 싶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토지 완간 30주년 전시회를 보고, 빛나는 햇살이 가득한 정동길을 걸었던 책동무들과의 만남이 너무나 소중했다. 무엇보다도 함께 이야기하면서 또 서로를 알아가는 재미에 즐거웠다. 이제 우리는 줌에서 톡방에서 만나면 또다시 너무 반가울 것이다. 마치 오랜 기간 알아왔던 친구처럼..



책을 읽다 보면 이런 구절이 머릿속에 맴돈다.


좋은 사람들을 가까이하면 좋은 일들이 생기고, 그렇게 좋은 운이 나에게 자꾸 다가온다고 말이다.

나는 그 어떤 계기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니, 정답은 역시 읽고 쓰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도 매일 읽고, 매일 쓰기를 즐긴다.

그래서 더 좋은 사람들과 만나는 운이 커지고, 그 운이 더 좋은 사람들을 나에게 끌어들이는 것 같다.


이렇게 혼자 기분 좋은 상상중에 톡이온다.


"엄마 어디야? 우리 교보문고야!!!"


아차, 나는 오늘 다 같이 왔지! 나의 아쉬웠던 3시간의 자유부인이 끝나는 시간이었다.

남편이 아이들과 힘들었을까 걱정을 하면서 교보문고로 향하는 내 눈 앞에 아이들이 나를 향해 달려와서 안긴다. 아빠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지 아이들의 얼굴엔 서로 빨리 말하고 싶어서 반짝이는 눈과 웃음 가득한 입이 나의 마음을 안도하게 한다.


"엄마, 다음주에 또 모임에 가면 안되? 우리 아빠랑 다음주에 또 여기서 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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