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마 Nov 12. 2024

엄마의 마지막 초대

한성질 여사의 거꾸로 가는 시계

"환자분은 2016년 12월 24일 오전 10시 30분경... 돌아가셨습니다."


엄마의 심폐소생술을 30분 여 시간동안 하신 덕분일까, 아주 어려운 이야기를 환자 가족들에게 해야 하는 것이 어려워서일까, 의사 선생님께서는 이마 옆쪽으로 흘러내리는 땀방울과 어떻게 말을 전해야 하는지 긴장한 모습이었다.


의사 선생님의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는 것만 같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남편이 나를 잡고 있지 않았다면 그대로 쓰러졌을 것 같다.


"어머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인사를 해도 좋습니다. 아마 가족분들의 마지막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실 것입니다."


그 와중에 선생님의 목소리는 너무나 따뜻했고, 차마 엄마의 마지막 얼굴을, 엄마의 손을 잡을 수 있을지 무서웠다. 지금 엄마를 보러 응급실로 들어간다면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인정하게 되는 것 같았다.


어제 엄마에게 여행을 잘 다녀올게 라며 인사를 하고, 메리크리스마스! 라며 아무 일 없이 전화를 끊었었는데, 다시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게 된다는 그 사실이 나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엄마! 엄마!! 나 여기에 왔어! 엄마, 이제 눈 좀 떠봐!!!"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이미 엄마를 본 나는 엄마가 두 번 다시 눈을 뜨지 못할 것을 알았다.

엄마의 얼굴과 몸은 심폐소생술을 해서 엉망이 되어 있었고, 이미 병원에 도착한 이후로도 자가 호흡이 없었던 엄마였기에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 그저 우리의 욕심에 엄마의 마지막 길을 더 힘들게 엄마를 아프게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니 마음이 미어졌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잡아본 엄마의 손은...

아직 온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작고 따뜻한 손이었다.


한두 달 전, 엄마가 컨디션이 안 좋아서 병원에 며칠 입원했었을 때, 엄마에게 퇴근하며 늘 들렀던 나를 보고 엄마는 말했었다.


"엄마는 이제 당장 죽어도 전혀 아쉽지가 않아. 우리 딸 이렇게 결혼해서 귀여운 초롱이도 낳고 해서 엄마는 정말 너무너무 행복해. 그리고 걱정이 없어서 엄마는 정말 지금 당장 죽어도 한이 없을 것 같아."



"엄마, 무슨 소리야!! 이제 초롱이 말도 예쁘게 하고 얼마나 귀여운데, 앞으로 대학도 가고 초롱이 결혼할 때까지 엄마가 옆에서 오래오래 함께 있어 줘야지! 그리고 엄마처럼 빌빌 거리면서 병원 자주 다니는 사람이 더 오래오래 사는 거 몰라? 이상한 말 하지 마!"



엄마의 손을 잡으면서 왠지 그날 엄마가 나에게 했던 말들이 영화처럼 머릿속으로 떠올랐다. 마치 엄마는 떠날 준비를 미리 해 놓은 것처럼 말이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제부와 남편이 앞으로 어떻게 장례 절차를 밟아야 할지를 여기저기 전화로 알아보는 목소리가 꿈결 같았다.






"언니, 엄마가 예전에 나보고 삼성의료원에서 장례 치르면 얼마나 드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왜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자기는 거기서 장례치르고 싶데. 우리 삼성의료원에 엄마 모시자."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고, 엄마는 우리 몰래 부담이 될까 봐 본인의 장례를 치를 비용을 조금씩 모으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그동안 어렵다는 핑계로 엄마에게 용돈도 넉넉히 드리지 못했던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처형! 다행히 삼성의료원에 자리가 있데요!!!"


엄마가 돌아가신 날은 2016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장례식장은 내가 원한다고 그곳에 갈 수 없는 곳이기에 우리는 크게 마음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엄마가 원하는 곳에서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되었으니 엄마의 마지막 소원을 우리가 들어줄 수 있어서 너무나 다행이다라는 마음 밖에 없었다. 아주 잠시동안은...



아주대병원에서 엄마의 이송 준비를 하고 운구차가 장례식장으로 옮기려면서 기사 아저씨께서 확인 차 우리에게 다시 물으셨다.


"서울 중랑구에 있는 서울의료원 맞는 거죠?"


"네? 저희는 수서에 있는 삼성의료원으로 가는 건데요?"


"아니 지금 예약한 장례식장은 중랑구에 있는 서울의료원이에요!"


갑자기 멍해지면서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다.

경황이 없었던 제부가 삼성의료원의 이름을 서울의료원이라 착각하고 다행히 빈 곳이 있다고 해서 예약을 잡은 것이었다.


우리는 다시 차를 멈추고 삼성의료원에 다시 전화해서 상황 설명을 하고 예약이 가능하기만을 빌었다.


"네, 지금 장례식장 방 하나가 방금 빠졌어요. 지금 대기하시는 분도 마침 특실로 이동 하셔서 바로 사용 가능하십니다. 예약해 드릴까요?"


더 이상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저희 지금 출발해요!


우리는 한 시간이 안 되어 삼성의료원 장례식장에 도착을 했고, 우리가 예약된 장례실장 위치를 보고 다시 한번 너무 놀라서 마음을 쓸어내렸다.



그곳은..... 바로...


엄마가 스스로 마지막 가는 길에 초대하고 싶었던 장소를 빌려서 우리 모두를 초대한 것이라 생각했다.



너무나 사랑했던 엄마와의 기억을 가장 가슴 아팠던 마지막 추억부터 시계를 돌려봅니다.

한설질 여사의 거꾸로 가는 시계는 매주 화요일 연재를 시작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