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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 해를 정리하는 글

설렘과 기대, 두려움과 걱정, 행복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

2023년을 마치기까지, 어느덧 이틀만을 남겨뒀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정리하고 다시금 되새겨 보고자 한다.


1막 설렘과 기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가족이다. 올해 나는 반려자와 결혼을 했다. 서로의 부모님을 만나고 프러포즈를 하고 같이 살 집을 꾸미고 결혼 이후의 계획을 세우고 가정을 이뤘다.

평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를 이루는 순간에는 다른 어떤 일들이 중요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2023년 한 해 동안 내가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은 설렘과 기대다.

물론,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는 않았지만, 우리의 목표는 같았기 때문에 지나고 보면 즐거운 순간이었다.

하지만 인생의 모든 순간이 그러하듯, 원하는 지점에 도달하고 나면 두려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이곳에서 계속 있을 수 있을까, 아니면 스스로 이 곳에 올 자격이 없는 사람인데 너무 큰 일을 벌인 것이 아닌가와 같은 상념이다.


2막 인생의 주기


시장 경제는 순환 주기가 있다. 낮은 곳에서 시작해서 정점에 이르고 그다음부터는 어디까지 떨어질지 모르는 하락 국면에 진입한다. 공교롭게도 순환 주기는 시장 경제에만 해당하지는 않는다. 모든 식물과 동물, 날씨, 그리고 우리의 인생도 순환 주기가 있다.

그래서 인생의 중요한 목표를 이루고 나면 알 수 없는 두려운 마음이 든다. 인생의 주기가 이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정점에 도달했다면, 하락 국면에 진입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이 세상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목표한 것을 이룰 때까지는 아무 탈 없던 육체가 아프기 시작한다. 잘 걸리지도 않는 감기에 심하게 걸렸고 건강검진 결과도 최근 몇 년간 중 가장 안 좋게 나왔다. 일주일에 몇 번을 만나도 거뜬했던 체력은 약해지고 티브이를 조금 오래 봤다고 등과 어깨가 심하게 결렸다. 신체가 약해지면 자연스럽게 마음도 약해진다. 몇 년간을 몸을 갈아서 몰입했던 직장 생활도, 승진 인사를 앞두고 집중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렇게 인생의 주기는 하락 국면에 진입한 듯이 느껴졌다.


3막 오르고 내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


물론 그런 와중에도, 행복한 시간이 참 많았다. 혼자 있을 때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의미 없이 보내고 싶지 않은 강박관념에 무엇이든 하는 습관이 있었다. 근데, 함께있으니, 무언가 대단한 것을 하지 않더라도 불안하지 않다.

그저 같이 밥을 해 먹고 누워있고 동네를 산책하고 배드민턴을 치는 것만으로도 충만함과 행복이 느껴진다. 의미라는 것도, 스스로 행복하기 위해 부여한 가치인데, 대단한 결과물이 없더라도 행복할 수 있다면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서울에 홀로 올라와서 10년을 넘게 생활하면서, 독립적인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차로 10분 거리에 장인어른, 장모님이 계셔서 종종 찾아뵙고 한 식탁에서 같이 식사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했다.

현재가 순환 주기의 어느 국면에 있든, 주변에 있는 행복을 찾을 수 있으면 오르고 내리는 게 중요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4막 아직도 가야 할 길


기쁨과 설렘, 걱정과 두려움, 행복한 순간들을 통한 깨달음으로 2023년을 마무리한다. 인생은 마치 등산처럼 오르고 나면, 하산해야 하지만, 오르는 일도, 내려가는 일도 모든 순간의 연속이다. 그 안에서 올라가고 내려가는 결과에만 가치를 두다 보면, 순간을 놓치게 된다.

연말 승진 결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가 두려워 강릉으로 휴가(도망)를 왔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덤덤히 받아들이고자 했지만, 여행을 떠나는 아침부터 신경이 날카로웠다. 오후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승진 축하드려요.”


나보다 아내와 가족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큰 연말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인생의 순간은 사진처럼 남는다. 2024년이 내게 어떤 시간이 될지는 예측이 어렵다. 하지만 계속해서 앞으로 가야하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내 주변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후회하지 않도록 일상을 충실히 보내는 것. 그게 바로 내가 아직도 가야 할 길이다.


2023년 한 해에도 부족한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한 해 잘 마무리하시고 2024년에는 더 충만하고 누리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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