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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곧을 정 6시간전

내가 너 잡아먹니? 오늘부로 썸남과 썸이 끝났다.

내가 먹는거야?

한 세번째 정도 데이트 였던 것 같다. 사실 만나면서 이성적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시간들이 즐겁지 않았지만, 다른 장점들도 있었기에, 뜨거운 감정 없이 만나는 느낌은 있었다. 이도 스스로 좀 더 주체적으로 만남을 하지 못한 나를 반성하고 있다. 외로움에 종식 되어 손도 잡기 어려운 감정으로 더이상 만남을 지속하지 않기를 다짐했고 좋은 경험과 교훈을 얻었다. 모든 일에는 나쁜 경험은 없다.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일찍 나서던 참이었다.

간단하게 커피 한잔 정도만 더 마시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비가 보슬보슬 왔다. 

같이 있는 시간이 재미도 없고, 아마 나의 대답도 똑같이 퉁명스러웠을 것이다.

본인 집까지 가서 택시를 타자는 말에, 이내 가는 길에 있으면 타겠다고 했다. 여기서도 느꼈다. 좋으면 조금이라도 같이 있고 싶은게 사람마음이고 또 나도 그랬는데, 한치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여하튼 길을 건너면서 저기서 잡아보자고 하면서 가고 있는데

엄청나게 기분이 더러운 말을 툭 던졌다.

"집에 보내줄거야. 내가 너 잡아먹는다니?"

귀를 의심했다. 의심하기도 전에 기분이 나빳고, 내가 그런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말을 듣는 입장이 된다는 게 열이 받았으며, 저 사람 가치관 깊숙이 박힌 하나의 생각을 소름끼치게 알게 되었다.

"잡아먹는다고? 그런말을 왜 써? 기분 나쁘다."

"아니 그런 뜻이 아니고, 사람들 그냥 장난으로 쓰잖아."

"내가 먹는거야?"

길거리에서 흔히 말하는 폰 삐끼들이랑 말싸움을 하다가 지지 않으려고 빠닥빠닥 싸우다가 그 남자가 그랬던 기억이 난다.


"내가 니 뭐 잡아먹나?"

그땐 참으로도 어렸었고 성격은 있어도 사고가 약해서 지금처럼 말하지 못하고 기분만 엄청 나빴는데,

나이가 들어감이 꼭 싫지 많은 않은게, 사고가 튼튼해져서 생각을 단단하게 하고 그 생각을 잘 뱉어낼 수 있고 또 거를 수 있다는 점이지.


그렇게 외마디를 던지고 나는 택시에 올랐고, 잘가 라는 말은 하지도 않은채 끝까지 눈을 흘기면서 말했다.

"빨리 택시 타야지. 안 잡하먹힐 려면."

하고 무표정으로 흘겨 보면서 말했다.


집에와서도 계속해서 기분이 너무 나빠서 또한번 문자로 얘기했다.


"내가 예민했어?"

"아니야. 이해해. 미안해"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좋겠어. 그리고 주변사람들이 쓴다고 본인도 쓴다는 말은 앞뒤 논리가 안맞는것 같아. 본인 가치관도 그렇다는 소리일텐데 좀 생각이 바뀐것 같아."

"그런 의도로 그런 건 아닌데, 다른 말로 이야기 했어야 했는데, 미안해"

그러고 나서 내일은 뭐하냐고 내일 내가 바쁜일이 있어 카페에 간다고 했고, 옆에서 구경한다고 했었던 그였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나도 폰을 보기 싫어서 한참 뒤에나 전화를 했는데,그는 받지 않았고,

저녁이 되어서야 문자가 날라왔다.


그 일 이후로 많이 생각을 해보았는데, 나를 지금 만나는 게 본인이 외로워서 만나는 게 큰 것 같다고 그만 연락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이다. 


나도 이성적인 감정이 생기지 않아서 괴로웠다. 그 흔한 작은 스킨십도 좋지 않아서 먼저 이야기 했어야 했는데, 그래도 먼저 용기 있게 얘기 해주어서 고맙다. 서로 시간 낭비 할 뻔 했다고. 한수 배웠다고 잘지내라고 하고, 


잘 지내.


문자를 끝으로 우린 끝이 났다.


아직도 그가 준 장미꽃은 글을 쓰는 책상위에 남아 있지만, 

그가 나에게 남기고 간 것은 향기보다 성장이었다.


연인사이도 아니었지만, 나름 그가 보여준 열정은 내가 어떤 사람을 원하는 지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었고, 그와 나눈 대화를 통해서 나도 이런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구나. 또 그런 사람이 있구나. 라는 생각과 희망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는 그런 장점들을 가히 이길 수 없는 상대방의 매력, 이성적으로 느껴지는 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정말 무시할 수 없구나. 중요하구나. 그게 되지 않을 때에는 다른 어떤 매력적인 요소들 경제적, 지적, 마음이 있어도 내가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안되구나. 라는 걸 느꼈다.


외로움에 종식되어 사랑을 받아 먹기 보다, 내가 원하는 바가 없고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내가 스스로 먼저 끊어내는 힘을 발휘하는 게 참 중요하다. 라는 걸 몇번의 감정없는 사람들을 보내고서야 마음에 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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