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에타 스완 리비트의 어렸을 적 꿈은 성악가였어. 목사였던 아버지 덕에 어렸을 적부터 성가대에서 노랠 불렀거든. 음대에 입학해서 꿈을 이루나 싶었는데,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일이 벌어졌어. 뇌막염으로 추정되는 큰 병을 앓다가 청각을 잃게 되어버린 거야. 리비트는 다니던 대학을 자퇴하고 래드클리프 칼리지에 입학했고, 수학 실력을 키우기 시작해. 천문학 수업을 들은 건 대학교 4학년이 되어서래. 천문학 수업 성적은 A-라는데, 유명해지면 이렇게 성적도 다 공개되나 봐. 피곤해라.
당시 하버드 천문대에선 가까운 래드클리프 칼리지의 여학생 중에서 천문학에 재능 있는 학생을 인턴으로 뽑아서 일을 맡겼어. 말이 인턴이지, 돈은 한 푼도 주지 않았어. 그래도 기꺼이 그 일을 하려는 여학생들은 항상 있었지. 대학을 졸업한 리비트도 열정 페이를 받으며 하버드에서 일을 시작했어. 리비트가 맡은 일은, 다른 하버드의 컴퓨터들과는 달리, 변광성(밝기가 변하는 별)을 찾아내 정보를 기록하는 것이었는데, 정규직보다 실력이 좋았대.
이후 리비트는 천문대를 떠나 유럽으로 여행을 가고 예술 대학의 조교로 일하다가 다시 천문학의 길로 돌아왔어. 피커링 교수에게 시간당 30센트를 달라고(당시 여성이 받는 금액은 시간당 25센트) 요구했고, 정규 직원이 되어 연구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어. 당시 하버드 천문대는 리비트를 제외한 신입 보조원을 모두 해고해야 할 정도로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았대. 그러니까 그 말은, 리비트가 여러 사람의 몫을 해내야 했다는 뜻이지.
리비트는 내향인 중에서 내향인이었어. 매우 내성적이고 조용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심지어 일기나 편지 같은 기록도 거의 남아있질 않아.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연구에만 썼던 것 같아. 리비트는 동료 애니 캐넌과 에블린 릴런드가 발견한 변광성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변광성을 발견했어(그들이 게으른 게 아닌 건 알고 있겠지?). 프린스턴의 찰스 영 교수는 편지에 “리비트 양은 변광성에 미친 것 같다”라고 적기도 했대. 하지만 리비트가 오늘날까지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건, 단순히 변광성을 많이 찾아서가 아니야.
리비트는 소마젤란운과 대마젤란운(지금은 소마젤란 은하와 대마젤란 은하)에서 1,777개의 변광성을 발견했어. 그리고 그중에서 세페이드 변광성이라 불리는 특정 변광성만 골라서 밝기와 밝기가 변하는 주기를 그래프로 그려봤지. 그랬더니 이 그래프에서 규칙이 보였어. 바로 밝기가 밝은 변광성일수록 밝기가 변하는 주기가 길었던 거야! 밝은 변광성은 어두운 변광성보다 천천히 깜박거렸던 거지. 좀처럼 자신의 사적인 생각을 기록하지 않는 리비트는 연구일지에 이렇게 적었어. “이건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리비트는 세페이드 변광성의 ‘주기-광도 관계’를 1908년 하버드 대학 천문대 연보에 발표했어.
명민한 천문학자들은 이 결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재빨리 알아챘어. 변광성이 깜빡거리는 시간을 통해 별의 등급을 결정하면, 별이 떨어져 있는 거리를 구할 수 있었거든. 그럼 우린 우주의 크기를 구할 수 있게 되겠지? 리비트가 찾은 이 관계는 인류의 우주를 확장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 당시에 인류에게 우주는 우리 은하가 전부였거든. 그러던 중에 에드윈 허블이라는 천문학자가 안드로메다 성운에서 세페이드 변광성을 발견했고, 리비트의 법칙으로 거리를 구했더니, 천문학자들이 추정한 우리 은하의 크기보다 훨씬 멀리 있는 거야. 그제야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 밖에도 또 다른 은하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 안드로메다 성운은 안드로메다 은하가 되었고, 소마젤란운과 대바젤란운은 소마젤란 은하와 대마젤란 은하가 되었지. 그뿐일까? 허블은 다른 은하에 있는 변광성으로 은하들의 거리와 움직이는 속도를 계산했고, 그 결과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 허블은 리비트에게 항상 빚진 마음을 갖고 있었을 거야. 그래서 그녀가 노벨상을 받아야 한다고 자주 얘기하고 다녔대.
전 세계를 누비며 자신이 이룬 성과를 자랑해도 좋았을 텐데, 리비트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어. 다른 책임자들이 외국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가하느라 천문대를 비웠을 때엔 기꺼이 천문대의 감독 역할을 맡았지. 하버드 천문대의 베일리 교수는 그녀를 ‘하버드 천문대 최고의 구원투수’라 극찬하기도 했어. 그러나 행복한 시간은 짧았어. 하버드 식구들은 리비트와의 긴 이별을 맞이해야 했어. 리비트는 고작 53세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
리비트가 세상을 뜨고 4년이 지나서, 하버드 천문대장 할로우 섀플리는 스웨덴 왕립 과학 아카데미로부터 편지를 한 통 받았어. 편지를 읽고, 섀플리는 여러 가지 감정에 휩싸였지. 편지에는 리비트를 1926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지명하고 싶다고 적혀있었어. 유럽의 학자들은 그녀가 이미 죽은지도 모르고 있었던 거야. 섀플리는 뒤늦게 그녀의 부고 소식을 전했고, 리비트의 가족들에게 그녀가 노벨상 수상자가 될 수도 있었다고 전했어. 노벨상은 살아있는 사람만 받을 수 있거든.
2009년 1월, 리비트가 발견한 주기-광도 관계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돼. 바로 ‘리비트 법칙’이란 이름이었지. 마침 2008년은 리비트가 주기-광도 관계를 발표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였대. 그녀가 발견한 작은 불빛들 덕분에 인류는 우리 은하가 우주의 전부가 아니며, 우리가 우주 속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알게 되었어. 가끔 그런 상상을 해. 그녀를 만나 천문학계가 이룬 성과를 이야기해준 뒤, 이 모든 게 당신 덕분이었노라고 귓속말하는 모습을 말이야. 그녀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