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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별하 Oct 01. 2022

독서실

굳이 얘기하지 않는 것

다니던 독서실을 옮겨야 할 것 같아서 집 근처의 독서실에 방문했다. 2층부터 4층까지 독서실인 건물이라 2층 입구에 올라가니 지문을 찍어야 출입문이 열리는 구조였다.


처음 방문한 사람은 인터폰을 눌러달라길래 인터폰을 누르고 기다렸지만 반응이 없어서 한번 더 눌렀고 그래도 반응이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을 살짝 밀어보니 그냥 열렸다. 열리길래 조용히 들어가서 안내데스크가 있는 4층까지 올라갔지만 인터폰에 답이 없었던 게 맞았는지 아무도 없었다.


앞을 잠시 기웃거리다가 네이버 지도에 나와있는 독서실 번호로 전화를 했고, 내 눈 바로 앞에 있는 안내데스크에서 전화가 울렸지만 당연히 아무도 받지 않았다.


혹시 걸다 보면 외부 전화로 전환되는 건가 싶어 신호음을 세 차례 정도 기다렸지만, 조-용한 로비에 전화 벨소리가 자꾸 울리는 게 신경 쓰여서 아니겠지 하고 그냥 끊어버렸다.


어디로 연락을 해야 하나 시설을 좀 더 둘러보니 벽면에 카카오톡 채널을 찾을 수 있었고, 언제 방문하면 시설을 둘러볼 수 있는지 문의 카톡을 남긴 뒤에 나왔다.


나와서 목적지로 갈 버스를 타서 답장을 확인하는데, 직원이 원래 상주중인 게 맞고 만약 자리를 비웠다면 전화를 하면 직원 개인번호로 연락이 된다고 다음에 편하신 시간에 방문하시고 그때도 직원이 없으면 전화를 걸라고 하셨다.




내가 좀 더 기다리지 않고 끊어버려서 직원 전화로 연결이 안 된 걸까? 연결이 됐는데 무시 하시진 않았겠지. 아니면 문이 그냥 열려있었던 걸로 보아 근무태만인가?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뭐 설사 그게 사실이라 해도 굳이 카카오톡 채널 답장해주시는 사장님 추정 인물에게, 전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받지 않아서 헛걸음을 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1. 내가 연결이 되지 않아 소리샘으로 라는 문구가 나올 때까지 전화를 하지는 않았다..라는 점에서 100퍼센트가 아니기에 직원분이 억울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2. 설사 그게 맞는다 한들 굳이 이미 나는 거기를 벗어나서 버스까지 탄 마당에 이제 와서 말해봐야 괜히 얼굴도 못 본 직원 분만 사장님한테 한소리 들을 텐데 그래서 뭐하나 싶은 생각이었다.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가 없기에 늘 신중히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 그렇다고 내가 하는 모든 말을 다 신경 쓸 수는 없으니 가급적 남을 비난하거나 남의 잘못을 얘기하거나 남의 태도로 인해 기분이 나쁘다거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굳이. 정말 구우우우우욷이 얘기하지 않는 편이다. 더군다나 당사자와 관계가 있는 사람에게는 거의 절대로 하지 않는 편이다.


이번 일만 해도 딱히 기분이 나쁜 것도 아니어서 그냥 다음에 언제 가지 룰루 하고 있었을 뿐, 친구에게도 이 얘기를 일절 하지 않았다.


만약에 내가 이거보다 조금 더 기분이 나빴다 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바로 따지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때론 한 템포 쉬어가는 것도 필요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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