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라만차 Aug 15. 2022

데릴사위의 생존일기 #1

장모님과 우리 부부의 더부살이

  결혼을 하기 전에 집에 관해 와이프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당시에만 해도 저는 현역군인이었기 때문에 결혼하고 나서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좀 심드렁한 편이었습니다. 게다가 와이프는 서울에서 장모님과 둘이 살며 회사를 다녔고, 저는 경남 창원에서 군생활을 하던 터라 결혼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주말 부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요.


   집 문제에 대해 큰 고민이 없었던 저에게 와이프는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자기야. 우리 지금 집을 갖지 말고 우리 집 살 돈으로 엄마 생활비를 좀 드리는 게 어떨까? 어차피 지금 나

살고 있는 그 집 나중에 엄마가 물려주실 거니까"


  사실 집 문제는 내가 크게 고민해야 할 사항은 아니었고(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등짝 스매싱을..) 장모님

생활비를 우리가 드리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흔쾌히 동의했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뒤 저는 전역을 하고 고양시에서 군무원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장모님과 와이프가 살고 있는 집으로 같이 들어가서 살게 되었지요.







  장모님과 함께 산다는 것이 장모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약간의 불편함은 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생각보다 좋은 점이 꽤나 많습니다. 


  첫째. 육아의 굴레와 속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물론 육아라는 것이 전적으로 부모의 책임 입니다만, 그래도 장모님과 같이 살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육아에 대한 책임 또는 역할이 어느 정도 나뉘어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장모님의 육아 도움 덕분에 여러 가지 많은 호사를 누릴 수가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아이를 두고 극장엘 간다던가(물론 코로나로 이것도 흐지부지 였지만..) 어린이집 등 하원을 장모님께서 책임져주셔서 출퇴근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던가.


   같은 사무실에 여군 한분이 계십니다. 군인부부고 남편이 특전사 대원입니다. 그리고 특전사 특성상 한 달짜리 훈련들도 많고, 있다 보면 여러 가지 비상대기도 많은데, 본인 훈련까지 여기에 겹치면 아무도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는 상황인 분입니다. 양가 부모님도 너무 멀리 떨어져 쉽게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분들이 계신데, 참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장모님과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것이, 아이 아빠로서 엄청남 행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늘 푸른 소나무 같이 계시는 장모님 덕분에 소중한 금쪽이를 키우는데 호사 아닌 호사를 누리고 있음은 분명 합니다~



  둘째. 부부싸움을 할 일 도, 할 수 도 없다.

  세상에 부부싸움 한번 하지 않는 부부가 있을까요? 하다못해 작은 의견 충돌이라도 있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그만큼 수십 년을 따로 지내다가 결혼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서로 같이 살고, 그래서 가장 가깝기도 하고 세상에서 가장 내편이라고 생각을 하게 돼서, 그래서 현실과 그 이상의 간극에서 조금씩 의견 충돌이나 싸움이 생길 수가 있지요. 그러나 집에 장모님과 함께 산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집니다.


  왜냐고요??


  아니 집에서 장모님의 따님에게 제가 어떻게 싸움을 걸겠습니까?ㅎ 물론 집에서 할 말을 못 하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부부싸움이 될 것처럼 서로 흥분을 하게 되더라도 최소한 지켜야 할 선을 지킬 수밖에 없는 환경이 설정된다고 할 수 있지요.

"장모님 계시니까 일단 조금 있다가 다시 이야기하자"라고 말하고 잠시 뒤돌아 서 있으면 어느새 흥분하면서 화가 났던 마음이 많이 누그러지고,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그렇게 마음속으로 화가 났어야만 했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와이프도 마찬가지였고요.

  만약 우리 부부만 살고 있었다면 몇 번씩 감정대로 싸우고, 그리고 거기에 상처받고를 반복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셋째. 금쪽이에게 "어른을 대하는 법"을 보여줄 수 있다.

  얼마 전 금쪽이 친구네 가족들과 식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곱살 짜리 꼬마가 물을 찾으면서 엄마에게 "김뫄뫄씨 나 물 좀 줘"라고 말하더라고요. 남의 집 아이에게 '그건 잘못된 거야'라고 말할 수도 없어서 그냥 지켜보기만 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해보면 아이가 버릇이 없다기보다는 어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조금 다르게 배울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에 어른이 엄마 아빠만 있으면 어른을 대하는 것을 말로 "배우는" 것이지만, 집에 엄마 아빠 위에 또 다른 어른이 있다면, 부모가 어른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체득할"수 있게 되지요.


할머니 진지 잡수세요~

  그런 면에서 우리 금쪽이는 적어도 제 눈에는 참 예의가 바른 아이입니다. 어른들 앞에서 해야 할 말과 하지 않아야 할 말도 구분하고, 인사성도 참 밝지요. 금쪽이의 이런 예의바름은 역시 3대가 같이 살면서 배울 수 있는 무형의 가정교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제 벌써 장모님과 더부살이 한지 만으로 3년이 되어갑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마냥 편하고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럼에도 가족으로서 함께 여기 지내고 있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은 장모님이 끓여주시는 보양 삼계탕을 먹으러 갑니다. 이런 게 행복 아닐까요 히히.

매거진의 이전글 겉보리 서되만 있으면 처가살이 않는다? 저는 좋은데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