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라만차 Aug 18. 2022

우리 엄마(장모님)는 아직도 사랑스러운 소녀

엄마는 못 말려

  우리 장모님(이하 *어머니)은 임영웅 님의 찐 팬입니다.

다른 임영웅 님의 팬과 마찬가지로 미스터 트롯 시절부터 사랑의 콜센터, 뽕숭아 학당 까지 그 밤에 본방사수하시고, 설거지하실 때, 청소하실 때도 유튜브 임영웅 채널을 달고 사십니다.


  작년 연말 KBS에서 임영웅 "위 아 히어로"를 방영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콘서트 오프닝 곡이 "Hero"라는 노래였습니다


나를 믿고 가 오오오오~


  금쪽아. 떻게.. 아니 왜.. 그 노래를 아는 거냐?


  얼 마나 집에서 많이 들었는지 임영웅 님이 Hero 부르면서 등장할 때  금쪽이가 그걸 따라 부르더라고요. 당연히 어머니도 리모컨을 응원봉 삼아 같이 부르시고요.ㅎ






  사실 우리 어머니가 임영웅을 좋아하시는 게 저로서는 무척 생경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귀엽기도 한 모습이거든요,


  그러나 와이프 님은 그런 어머니를 보는 시선이 편하지만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일종의 질투랄까요.(와이프님은 질투라고 얘기하면 몹시 불편해하십니다).


  티브이를 보다 어머니가 말씀하십니다.

  "영웅이가 정말 힘들게 살았는데 지금 이렇게 성공한 게 정말 너무 기특한 것 같아"


  그 말을 들은 와이프 님은 속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나도 꽤 힘들었거든..?!'


  딸은 집을 위해 젊은 나이에 정말 많은 희생을 했는데 정작 그러한 딸내미 보다 저 티브이에 나오는 가수를 더 안타깝고 기특하게 생각하시는 것처럼 보이니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러거나 말거나 임영웅 님에 대한 엄마의 열정적인 팬심은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한 번은 어머니 건강검진 마치고 모시고 오는 차 안에서

  "자네 혹시 여기 OO상가 시장에서 영웅이가 사람들 하나도 없는데서 노래 부른 거 알아? 그 생각하면 마음이 참 짠해.(진짜 이렇게 말씀하심)"

  "그래요? 정말 속상하셨겠다."

  "그렇지? 자네도 좀 속상하지? 에휴.."


  사실 저는 트롯 가수들을 잘 알지 못합니다. 그저 제가 학생 때 SES 나 핑클을 좋아했던 것처럼, 그리고 요즘 아이들이 에스파나 BTS를 좋아하는 것처럼 우리 어머니도 임영웅 님을 좋아한다 이해하는 것이죠ㅎ


  사랑하는 우리 엄마의 이런 모습을 보면 아직도 소녀소녀

하십니다. 집에 가는 길에 꽃이나 한송이 사갈까 봐요ㅎ




* 개인적인 자리에서는 장모님을 어머니나 엄마라고 부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데릴사위의 생존일기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