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라만차 Sep 23. 2022

그 주무관님들은 왜 그랬을까

옷을 갈아입고 나니 보이는 것들

  제가 현역으로 근무할 때만 해도 군무원은 군수부대가 아니면 사단급 이상 부대에서나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대나 연대(지금은 여단)에서 참모 생활을 할 때 가끔 사단이나 그 이상 제대에 실무자와 통화를 할 때 가끔 군무원(주무관급) 분들과 통화를 했었죠.


  모든 분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왜인지 좀.. 친절하지 않다(?)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어요. 전화를 하거나 사무실로 찾아가서 인사를 해도 좀 친절하지 않은?


  뭐 사바사 겠지만 보통은 전화 몇 번 하고 얼굴 한두 번 보면 같은 실무자라면 한 번쯤은 반갑게 인사하고 얼굴 보며 쓱 웃어봄 직도 한데, 그 주무관님들은 잘 안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제 특유의 친화력(?)으로 제가 먼저 다가가 웃으며 부탁을 하곤 했었습니다.





  엊그제 부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식판 설거지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참 씻고 있는데 다른 부서 장교 한 분이 제게 말을 걸어오십니다.


"주무관님~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요즘 반찬이 좋네요~"

"아.. 네. 그렇네요"


  저도 모르게 세상 귀찮고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을 합니다. 별다른 신경 쓰는 일도 없는 하루였는데 말이죠. 현역 시절에 그렇게 싫어했던 주무관들의 행동과 말투를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따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더군요 ;;


  그리고 생각을 해 봅니다. 내가 도대체, 왜 때문에 그렇게 내가 싫어했던 군무원들의 모습을 하게 된 것일까?





  장교들 같은 경우 한 보직을 1~2년을 하고 다른 보직으로, 또는 다른 부대로 자리를 옮깁니다. 그리고 군무원 같은 경우에는 보직을 4~5년 정도 하고, 그 부대에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아예 끝날 때까지 계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사람들을 또 떠나보내고, 새로운 사람이 또 들어오면

그 사람들과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새로 보직된(1년이 안 된) 사람들 입장에서야 빨리 사람들과 친해지고 적응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업무적으로도 도움을 받을 것들이 많거든요. 그러나 오래 근무하신 군무원은 그러한 사람들의 적응 노력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아니면 곧 떠날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같이 동고동락한 세월이 없는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것에 조금 인색해지는 것 같아요.


  이게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그러한 성향들이 사람이 못되고 인사를 하기 싫어한다기보다는, 군무원들의 성향이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쉽게 곁을 내주지 않는 것. 밖에 있을 때는 이해가 되지 않던 것들이 이제 조금씩 이해가 되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