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머리가 멍해지고
그 후로 오랫동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겁이 났다가, 원망하는 마음이 생겼다가, 무서웠다가, 슬펐다가
- 오락가락하는 감정의 파동을 따라
잠깐씩 울고 또 잠깐씩 웃었다
화장실에 가 비누로 손을 닦고
아무 이유 없이 거울에 비치는 얼굴 뜯어보다
허옇게 뜬 입술이 보기 싫어
문득 결심했다
쉽게 울지 말자
아빠를 사랑하냐는 물음에는 답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하기에도, 그렇지 않다고 하기에도
뭐라도 대답하려고 마음먹는 순간
명치끝에 뭐라도 걸린 듯
울렁이는 느낌이 생각을 키운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나는 어디쯤에서 그 길을 따라가고 있는지
무엇 하나 단정할 수 없이 불명확함으로 가득 찬 날들에서
그래도 하나 확실한 건
결국에는 이겨내주었으면 한다는 것
어쩌면 우리는 그저
생과 사의 언저리에서 테두리 밖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중일 뿐일지도
확연히 그 밖에 있을 때조차
여기가 안전지대라 믿으며 애쓰고 있을 뿐일지도
그렇다 해도 살아 숨 쉬는 것이
더 나은 것인지는 여전히 모르겠으나
모든 생은
이대로 끝나기에는 아직 아쉽고 쓸쓸하니
내일 아침 괜히 오버했다고 그렇게 오늘 밤을 곱씹기를
좀 더
오랜 날이 지난 후
그런 때도
있었다고
이맘때를 떠올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