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최완 교수의 책임판매업자 3만 개 시대의 생존 전략
“별일 없죠?” 요즘 브랜드사(화장품책임판매업자) 사이에선 눈을 마주 보지 않고 나누는 인사법이다. 중소 화장품기업들은 ’ 17년 사드 보복과 코로나 3년여를 거치며 체력 고갈 상태. 1인 기업 증가는 물론 상당수 대출로 버티는 ‘경기 침체’의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야말로 ‘화장품 회사로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수를 짜거나 반등을 노리고 있다고나 할까.
중앙대 최완 교수가 펴낸 ‘화장품 회사로 살아남기’는 ‘책임판매업자’의 현실과 딜레마, 미래를 얘기하고 있어 화제다. 최 교수는 “2012년 477개, 823개에 불과하던 제조업체와 책임판매업체의 수가 2023년 4월 현재 4500개, 2만 9700개로 각각 10배, 35배 숫자로 불어난 데서 ‘용광로와도 같은 열기’가 화장품 업계를 뜨겁게 달 구웠다”라고 진단한다.
그 결과 화장품 업계는 끔찍한 진실을 마주해야 했다. 먼저 화장품책임판매업체의 95%가 창업 10년 미만이란 사실에서 ‘익지 않은 레시피와 미숙한 실력’으로 도전하고 있음을 최 교수는 지적한다. 마치 1848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불던 골드러시처럼, 10여 년 사이 중국 특수로 인한 한탕주의와 모험주의 광풍이 화장품업계에 몰아쳤다. 조(兆) 단위 M&A와 코스닥 상장, 마스크팩 하나로 이룬 졸부 신화는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린 또 다른 책임판매업자의 ‘로또’가 되고 있다.
게다가 ‘화장품 잘 된다니 만들면 어디로든 팔리겠지’라고 막연하게 사업을 시작한 사람이 많다. 그 결과는 공급 과잉이다. 시장이 포화상태로 여겨지고 있음에도 낮은 진입장벽으로 소규모 사업자들이 계속 증가한다. 문제는 화장품 사업 경험 없이, N잡러·온라인 셀러 열풍 등 영향으로 짧은 준비로 창업하거나 화장품 사업자로서 기초지식과 정보에 목말라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위해 쓴 책이 바로 ‘화장품 사업자로 살아남기’다.
저자는 아모레퍼시픽 마케팅전략 사업본부장을 역임하고, 직접 중소기업을 운영하며 수많은 책임판매업자들과의 대화에서 이 책의 모멘트를 얻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해서 ‘초보 사장의 고민 14가지’를 도출했다. △ 싸게 팔아야 하나, 비싸게 팔아야 하나? △사고 싶게 하는 디자인은 어떻게 하지? △ 내 제품은 어떤 유통채널에서 잘 팔릴까? △ 마케팅 비용은 얼마를 써야 하는 걸까? △ 일 잘하는 대행사 고르기 등 10년 미만 초보 사업자의 고민에 대해 ‘최완 식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현재 화장품 시장 상황에 대해 최완 교수는 “화장품, 만들어도 팔 데가 없다”라고 말한다. 중국 수출이 급감하면서 수출 부진과 팬데믹에 의한 판매 감소의 이중고가 업계를 초토화시켰다. 국내 시장은 올리브영 하나로 몰리며 팔 데가 없어지고, 온라인은 비싼 마케팅비로 효과 대비 비용 부담 차이가 더욱 벌어졌다.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과 소비 위축에 따라 국내 시장 규모(생산-수출+수입)는 10.1조 원(’ 19) → 7.6조 원(-24.8%, ‘20) → 7.6조 원(’ 21)으로 30% 이상 쪼그라들었다.
▲ 최완 교수는 "속도감 있게 움직이되 스마트한 눈을 키워 남이 아닌 나 자신의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며 초보 화장품 사업자에게 조언한다.
최완 교수는 “현실을 직시하고 싹 바꿔야 살아남는다”라고 말한다. 잘 나가던 기업들이 적자가 계속 누적되면서 생존을 걱정하는 반면 어려운 시기를 거쳤음에도 성장해서 업계의 리더로 올라선 기업도 생겨난다. 행동 변화는 필연적이다.
그는 “시장을 리드하던 트렌드들이 더는 고객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로드숍이 사라지는 현실을 보자”라며 “현재 시장과 경쟁의 현실을 직시해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꺼이 적응하고 스피드 있게 행동을 변화시켜야 한다”라고 주문한다. 그 과정에서 중소기업은 빨라야 하지만 더 느린 경우가 많다며 지속적인 개선이 이뤄지려면 늘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화장품 회사로 살아남으려면 ▲대박보다 안 망하기 ▲뭘 할지 모르겠으면 하지 말 것부터 정하라 ▲화장품을 좋아하고 재미있어해라 ▲‘되고 싶은 사람들’을 가려내라 ▲골드러시 시대 청바지 장사 ▲잘 팔고 싶다면 한 문장으로 설명하라 ▲거대 플랫폼에 끌려다니는 새우들 ▲내 브랜드의 주도권은 내가 가져야 등 10가지 업계의 금언을 제안한다.
최 교수는 “용광로의 불은 쉽게 꺼지지 않는 법”이라며 “‘용광로와 같은 열기’가 뜨거울수록 K-뷰티는 시련을 딛고 이기며 더욱 단단해지고 발전할 것이다. 그 주역은 책임판매업자들”이라며 따뜻한 격려를 전했다.
아울러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속도감 있게 움직이되 스마트한 눈을 키워 남이 아닌 나 자신의 성과를 만들도록 하자”며 꼬리말에서 거듭 그는 변화를 강조했다.
이 책은 창업 10년 미만 3만 개 초보 책임판매업자를 위한 값진 정보와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화장품 회사 경영과 직원 관리 노하우도 가감 없이 전달한다. 또 기존 사업자라도 마케팅, 경영 전략을 보완하거나 재검토 시 적절한 깨달음을 줌으로써 언제든 일독할 만한 가치가 있다.
한편 저자는 삼성물산 온라인사업부 과장, 아모레퍼시픽 마케팅전략 사업부장을 역임했으며, (주)빅디테일 대표 및 전 대구한의대 교수를 거쳐 현재 중앙대 교수로 재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