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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ith May 16. 2019

히타카츠,
그곳에서 넓은 길을 보다.

시험 끝나고 힐링하러 떠나는 공대생의 혼여 그 첫 번째 이야기.

시험을 아주 신박하게 날리고 조각난 멘탈을 다시 복구하기 위해 떠난 혼자여행.

 사실 한창 시험기간일 때부터 공부에 집중은 안 하고 계획했던 일이다. 아마 이 때문에 시험을 망친 게 아닐까

어쨌든 이번 여행은 휴학하면서 얻게 된, '인생은 한방, 하고 싶은 거 다 할 거다'라는 내 인생 모토의 첫 시작이다.


 예전부터 너무 하고 싶었던 혼자서 해외여행. 막상 가는 날이 다가오니 전혀 믿기질 않았지만 시작이라는 게 원래 그런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제 이 여행을 시작으로 나의 인생 모토를 계속해서 실천할 예정이다.

"인생은 한방이니까!"



 새벽부터 기차 타고 부산역에 도착. 연휴 막바지라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던 내 예상은 정확하게 빗나갔다.

 게다가 구글 날씨에선 20도를 훌쩍 넘는 날씨라 했거늘.. 그것 때문에 옷도 얇은 것밖에 안 가져갔는데 세상 이렇게 추울 수가 없었다.


 어쩜 이리 처음부터 맘에 드는 게 없는지... 누구한테 하소연을 하고 싶어도 혼자라서 맘속에만 담아둬야 했던 그 순간이 너무 싫었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이미 배는 떠났고 여행은 시작됐으니 남은 건 최선을 다해 즐기는 거다.

출국 직전, 누구나 그렇듯 해외여행 시작은 여권사진




 도착하자마자 누구보다 빠르게 짐을 맡기고 달려간 미나토 다이닝.

 올해 초 후쿠오카에서 모츠나베를 못 먹은 한을 풀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그때 못 먹었던 게 얼마나 서러웠는지 여행 준비할 때 이 식당을 찾고 시험 망친 게 다 잊힐 정도였다.

미나토 다이닝 입구

혼자 여행의 맛은 이런 게 아닐까. 먹고 싶은 거 다 시키고 혼자 다 먹기. 


 세상 이렇게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모츠나베의 양은 0.5인분 같은 1인분이었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맛있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너무 적다.

새우튀김, 모츠나베, 돈카츠덮밥. 혼자서 많이도 먹었다

 

진정한 힐링은 여유를 만끽하며 걷는 게 최고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뚜벅이로서 갈 수 있는 히타카츠 모든 곳을 가보는 게 목표.

 힐링의 첫 번째 장소는 토요사키 신사.

 사실 히타카츠에서 가장 유명한 신사는 콘비라에비스신사다. 하지만 나는 일본 신사 건물이 맘에 들기 때문에, 특히 빨간 도리이. 유명하지 않아도 보러 갔다. 

 유명하든 아니든, 작든 크든 각자 다른 분위기가 있기에 항상 일본 갈 때마다 신사를 무조건 들른다.




 곧바로 두 번째 장소, 콘비라에비스신사와 가기 전에 발견한 세상 노란 집.

 얼마나 곱게 노랗던지 당연히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마침 청록색 한복도 입었겠다 이 얼마나 조화로운 상황인가

 아 참고로 난 한복 입고 돌아다니는 걸 좋아한다. 특히 한복 입고 여행하는 건 환장. 덤으로 해외여행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왜냐면 내 수많은 꿈들 중 하나가 한복 입고 세계일주니까.




이제 뚜벅이 모드의 하이라이트.

 히타카츠항에서 미우다 해변까지 40분간 걸었다. 아니 사실 내 걸음속도라면 30분 조금 안 걸릴 거리지만 세상 풍경이 어쩜 그리 예쁘던지. 한걸음 걸을 때마다 계속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더라

미우다 해변까지 걸어간다면 필수로 사진 찍는 장소

 그중에서도 가장 베스트였던 사진. 사실 진짜 베스트는 이 사진에서 내가 찍고 있던 노부부 모습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사진은 올릴 수 없으니 대신 사진 찍는 내 모습이라도.


 그렇게 세상 예쁨을 보면서 여유를 만끽하니 어느새 미우다 해변에 도착했다.

 도착하며 처음 느꼈던 건 실망. 하필 관광객과 동선이 겹쳐 사람이 엄청 많았다. 아니 거기까지는 감수하더라도 날씨가 너무 마음에 안 들었다.

날씨가 흐린 건 아닌데 맑은 것도 아닌 애매한 날씨

 내가 기대했던 건 청량한 파란색의 바다와 새하얀 구름이 어우러진, 그야말로 숨이 턱 막히는 풍경이었는데 다른 방향으로 숨이 막히더라. 그래도 먹구름 안 낀 게 어디야. 



이번 여행은 예상을 뒤엎는 일이 연속이었다. 

그래도, 그런들 어떠하리 그게 여행의 묘미겠지.

 원래 히타카츠항으로 돌아올 때도 걸어오려 했지만 너무 추워서 엄두도 못 내겠더라. 그래서 택시를 탔다.


 날씨도 맘에 안 들고 가장 기대했던 해변도 실망해서 꿀꿀한 기분이었는데, 세상에 택시기사 아저씨가 한국어를 하시더라. 물론 대마도에선 한국어 하시는 일본분들이 많겠지만 얼마나 신기하던지,, 

 근데 웃긴 건 나는 일본어로 대화하고 아저씨는 한국어로 대화했다는 것. 참으로 웃기고 신기한 상황이다.

사실 택시 타고 빨리 온 이유는 얘 때문이다 문 닫으면 내 멘탈에 큰일 날 테니.

 인간의 소화능력은 대단하다. 점심을 그렇게 먹고도 배가 고팠다. 그래서 도착하자마자 바로 타코야끼 집으로 향했다.

 사실 이 집은 문 여는 시간이 가게 주인 재량인 듯했다. 여행 준비 때는 주말만 연다고 나왔었는데,, 이것 또한 예상 비껴감.




 타코야끼를 받고 숙소 체크인을 한 뒤, 일본 여행의 하이라이트, 이자카야로 향했다. 

 아니 근데 이곳까지 예상이 비껴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오늘 영업을 안 한단다. 진짜 세상 무너지는 줄 알았다. 왜 나는 일본을 갈 때마다 이자카야를 가지 못하는지.

좀 느끼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하지만 다음엔 무조건 꼬치가 있는 이자카야를 갈 거다.

 세상 우울한 감정으로 밸류 마트에서 장을 본 뒤, 생각했다.

'아니, 이것만큼은 포기 못한다.'

 누군가 말했지, 인간은 극한 상황에 놓이면 못하는 게 없다고. 그 춥고 배고픈 상황에서 결국 찾아냈다.

물론 내가 원했던 꼬치를 팔진 않았지만, 닭 가라아게만으로 충분했다.



여행은, 뭐가 나올지 모르는 랜덤박스다.

 일단 예상과는 정반대로 나올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러나 그게 좋든 안 좋든 항상 새로운 걸 배우게 된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매 순간순간이 예상을 벗어났다. 솔직히 그때 마나 매우 짜증이 났지만 시간이 지나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예상했던 길 말고도 수많은 길이 있다. 오히려 예상함으로써 더 좋은 길을 못 볼 수 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놓였을 때, 난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거다."


 내가 생각한 것만 집착한다면, 더 큰 것을 못 볼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길을 더 넓게 보는 법을 배웠다.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은 이런 맛에 여행을 하는 게 아닐까. 적어도 나는 앞으로 그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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