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하게 위조된 예술 작품은 수 조 달러 규모의 거대 산업을 창출했으며 진품과 작품 검증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었다. 예술품 위조는 더 나아가 현대 미술의 새로운 장르로 변모해 왔으며,
아이러니하게도 미술 산업의 전통적 생태계와 작품 거래 방식을 위협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여전히 자각몽과 생생한 꿈, 그 사이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셈이다.
이제 여러분의 집 안 곳곳에 걸려있는 애지중지하는 소중한 걸작품들이 모두 위작이라고 판명되었을 때의 기분을 상상해보자.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AFP의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에 존재하는 전체
예술 작품 수의 50% 이상 가짜라고 밝혔다. 1977년까지 박물관의 소장을 역임하였던 토마스 호빙은
자신의 저서 ‘False Impressions’에서 자신이 최소
5만 점의 그림을 검증했다고 저술하였고 “진본 작품만큼이나 위작도 많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미술품 위조는 연필과 이젤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위조의 길고도 꾸준한 역사는 조각가들이 고대
그리스 조각품들을 위조하고 있던 로마 제국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전시대의 경우 위작 활동들은 대부분 역사적 유물자료를 기록하거나, 종교적 행위 혹은 그들의 장인정신을 실천하는 방법을 위해 행해졌다. 하지만 그 후, 중산층의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예술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능가하기 시작한 포스트 르네상스 시대부터 위조는 더 많은 사기 행위로 변질되기 시작하였다. 1900년대 이후 네덜란드 황금 세대의 화가 중 한 명이었던 Frans Hals의 “신사의 초상”을 완벽하게 위조하며 위조행위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이어가며 21세기에 들어선 이후에는 고도의 기술 발전에 힘입어 자신들의 익명성을 더 강화하였다.
이에 맞서 미술계는 지난 5년 동안 그 어느 때보다도 미술품 위조 판별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세계 최대 미술품 경매 및 거래 회사 중 하나인
소더비스는 최첨단 기술로 모든 미술 작품을 세밀하게 관리하기 위해 세계적인 미술 위조 판별
전문가를 고용했다.
소더비스는 오리온 애널리티컬이라는 전문업체를 인수하여 푸리에-트랜스폼 적외선 현미경이나 엑스레이 기기와 같은 보다 진보된 장비들을 도입하며 미술품의 진위여부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해 모든 작품을 철저히 분석하고 더 나아가 경매 전후에 발생할 수 있는 정산 문제에 대한 비용 증가를 방지할 수 있도록 사내 연구실을 설립했다. 소더비스는
자신들이 850만 달러(약 90억 원)에 판매했던
Frans Hals의 걸작품인 ‘신사의 초상’이 추후 위작으로 판명되며 작품 검증에 대한 필요성을 뼈저리게 실감했던 경험이 있다.
소더비스의 혁신적이고 필사적인 대응처럼, 예술
업계는 지난 5년 동안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예술 위조에 대항했다. 예를 들어, 또 다른
세계적인 미술 경매장인 크리스티는 철저한 검증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여 예술 거래의 새로운 생태계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외에도 프라이빗,
퍼블릭, 하이브리드 방식을 앞세운 다양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 보안 및 관리와 분산형
네트워크 내의 원장 기술을 구현하여 예술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현재 진행 중이다.
하지만, 미술품 원작과 위조 산업에는 더 복잡한 역사가 존재한다.
예술품 위조는 매우 치밀하게 진화했고, 정교한
기술은 심지어 원작의 탁월함을 능가할 정도였다. 원작과 대등한 수준의 완성도를 자랑하기에 사람들은 위조된 그림을 구입하게 된다. 명작에 대한 애정은 수집가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공간을 호화롭게 꾸미고 사적인 만족감을 채우기 위해 충분히 치를 수 있는 값비싼 대가인셈이다. 혹은 그것은 단지
예술에 대한 사랑일 뿐이고 가까이 또는 좀 더 멀리서 작품을 감상하는 대신 그 작품을 소유하고픈
욕망일 수도 있다.
공공의 가치를 제공하는 ‘골드핀치’ 같은 세계적인 명작이 자신의 공간에 걸려 있는 것을 누가 원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이런 맥락의 위조품은 판매용이 아니기 때문에 진품과 다를 바 없다 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위작으로 진품을 대신하더라도 이는 시대를 초월한 명작을 소중한 보물로 여기는 수집가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에 가장 적합할 것이다.
네덜란드의 거장 베르메르를 위조한 벨트라키와 파블로 피카소와 폴 고갱의 많은 위조품을 판매했던 판 미헤렌과 같은 유명한 위조범들에게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된다. 공급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수요가 있다. 사람들은 시대의 명작을 소유하는 사치를 원했고 위조범들의 이들의 열망을 충족시켜주었다. 명작을 소유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수집가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다.
그러나 위조 사실이 드러나면 가치가 떨어진다.
이때 원본의 고유 가치와 본질을 전달하기 위한 작품의 진위성과 희소성이 비로소 빛을 발한다.
이것은 심리학자였던 조지 뉴먼과 폴 블룸에 의해 수행된 유명한 심리 실험에서 입증되었는데, 참가자들은 원본 작품에 훨씬 더 높은 가치를, 복사된 작품에 대해서는 훨씬 낮은 가치를 부여했다. 이 실험
결과는 대중들이 원본의 고유가치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소설 골드핀치의 기나긴 여정은 이러한 주제에
대한 논쟁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 책의 끝부분에는 시대의 명작들은 전 세계 모두에게 전시되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어 예술은 인생보다 길고 다양한 시대를 살아가는 불멸의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켜준다. 작품은 모두를 위한 것이다. 명작들은 보이는 하나의 그림을
위해 수년간 피와 땀을 흘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작업한 화가들의 오랜 꿈과 같다. 아마도 파브리티우스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골드핀치’가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화려하게 비상하는 꿈같은 환상을 보지 않았을까?
소설 골드핀치는 주인공 테오 데커의 어머니가
비극적인 죽음 직전에 나지막이 내뱉은 “우리가 역사로부터 구해낼 수 있는 모든 것은 기적이다”라는 대사를 통해 예술의 의미와 가치를 강력하게 전달하고 있으며, 이는 소설 전체를 깊이 관통하는 핵심 주제가 된다.
예술산업에 있어서는, 기존 작품검증위원회의 몰락은 미술품 위조와 거래의 전성기를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하였고, 위조범과 판매자들은 수년, 심지어 수세기 동안 구매자와 관객들을 농락하며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여 언제든지 은퇴할 수 있을 정도의
부를 축적하였다.
작품검증위원회의 지속적인 실패는 원본과 위작의 차이를 구별할 수 하고 신뢰성을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는
대부분의 권위 있는 미술사학자나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에게조차 버거운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기술에 의한 차별화된 시도는 시장 수요에 새로운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작품의 모든
제작과정을 처음부터 실시간으로 녹화하고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하여 블록체인의 Proof-of-Work를 사용하는 기술은 참신하면서 신뢰성을 줄 수 있는 증명 시스템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누가, 어디서, 무엇을 시작했는지, 그리고 작품이 어떻게 완성되고, 포장되며, 배달되는지 알게 된다.
우리에겐 신뢰할 만한 새로운 감시자가 필요하다.
예술에 대한 특허권은 중요하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실행되어야 한다. 만약 정부가 주도할 수 없다면, 기술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를 해내야만 한다.
예술의 진정한 의미는 기본으로 되돌아가 단순한 즐거움이나 작품에 대한 이론적 분석을 넘어 명작의 초월적 가치를 찾고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새겨지는 것이다. 골드핀치가 우리에게 그 모든 것을
가르쳐 주었다. 예술작품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완벽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예술 데이터와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의 융합은 이러한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으로서 결실을 맺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가 언제 어디서나, 어디서든,
작품을 즐길 수 있게 해 줌으로써 골드핀치와 같은 명작들은 비로소 위작과 범죄행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골드핀치에 대한 테오의 집착과 애착을 통해 도나 타트는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의 모든 순간, 그리고 자아를 회복하기 위한 치열한 여정 가운데 그림과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보듬어가는지를 상세히 이미지를 묘사하며 예술과 명작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타트는 예술을 향한 대중의 자세와 태도 그리고
작품이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변함없이 주장하며 소설의 끝을 맺는다.
지금도 여전히 원본과 위작을 구분할 수 있는 완벽한 도구는 없다. 권위 있는 전문가, 박물관, 갤러리, 경매장조차 달리 입증되지 않는 한 그 진위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그만큼 위작과 원본의 격차가 좁혀진 셈이다. 이에 작품 검증에는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수준의 혁신과 보안이 제공되는 차세대적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파브리티우스는 종종 그의 스승이자 그의 예술작품의 원천이었던 렘브란트와 자신에게 영향을 받았던 화가 베르메르와 비교된다.
도나 타트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인
디킨스와 비교되었다. 기나긴 문학의 역사는 시대를 거듭하며 다양한 창조성을 바탕으로 한 수많은
단어들과 표현들로 형성되었다. 종이와 캔버스 위에 펼쳐진 뛰어난 아름다움과 독특한 정체성, 그리고 완벽한 상상력의 결합을 통해 우리의 미적 예술과 문화적 유토피아는 탄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요소들은 21세기에도 선조들과 후손, 그리고 그다음 세대 계승자로 이어지는 찬란한 역사의
한 축을 차지할 만하다.
소설 속에서 테오는 폭발 중에 그림을 도둑질함으로써 어머니를 잃은 비극적인 피해자이자 명작을 훔친 범죄자가 되었다.
명작의 영역에서 우리의 현실은 이토록 잔혹하다. 위조범과 관객 모두는 테오처럼 동시에 피해자와 범죄자가 되고, 그 가치를 인식하지 못한 채 진품과 위조라는 악순환 속에서 길을 잃고 양심은 돈으로 대체된다. 모든 관객들이 물론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외부에 위작을 전달하면서 정작 원본을 독점하는 불법 행위를 했던 사람들은 범죄자다.
우리 모두는 소설 속 주인공인 테오와 같은 면을
지니고 있기에 골드핀치의 수호자이기도 하지만
좋든 나쁘든 명작을 독점하고픈 어두운 면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골드핀치는 국제 마약 거래 범죄에 대한 담보로서 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다.
첨단기술은 암거래 시장으로부터 예술과 문화 보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영웅과 악역을 동시에 연기하지만, 결국 소유에 대한 인간의 욕심은 본성이기에 항상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작품에 대한 의식과 진위성에
대해 골드핀치가 보여주었던 2013년의 현실로부터 얼마나 달라졌는가?
문화예술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변화를 유도했는지, 혹은 우리 자신을 후퇴시켰는지 아니면 다른 이들에게 악영향을 주었는지 되었는지 자문하게 된다.
즉, 우리는 항상 선택을 해야만 한다.
간절했던 삶과 창작자들의 기억들로 채워진 명작들은 오랜 세월 동안 유지돼 온 생동감과 깊은 정서를 통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다시금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이들이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지만 단단한 틀과 벽을 넘어 미지의 영역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위조품을 회수하기 위한 테오의 새로운 여정,
그리고 혼돈의 불길에서 기적적으로 날아오른 골드핀치처럼, 작품의 진실성에 굶주린 우리의 삶에는 여전히 추구해야 할 더 많은 예술적 가치와
아름다움이 남아있다.
비극적인 사고로 인해 32세의 나이로 파브리티우스는 세상을 떠났고 그의 작품 중 26점 만이 폭발 중에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사고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네덜란드 황금기를 향수할 수 있는 그의 손길과 그림을 통해 표현되는 더 뛰어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기술적 가치가 그의
예술적 커리어의 동반자였다면 어땠을까?
상황이 바뀔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 모두가 정체성, 성격, 철학, 직업, 그리고
심지어 인생 그 자체까지도 표현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고유한 목소리를 지니고 있듯이, 예술과 문학
역시 작품을 통해 시대를 초월하는 예술가들의
고유한 가치와 목소리들을 세상 가운데 메아리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