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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으로 나를 변화시키는 방법

2025년의 목표

by 이차콜

올 해는 머물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던 작년과 달리 나를 변화시키고 싶다는 욕구가 컸다. 작년에 정말 잘 놀았구나 싶었다. 너무 논 것이 아닐까, 시간을 허비한 게 아닐까 걱정하고 후회할 필요가 없었나 보다. 오히려 정말 잘 쉬어서 다행이라고, 허비한 시간이 아닌 제대로 충전한 시간이 되었다고 여겨야 할 것 같다. 덕분에, 앞으로 달려 나가고 싶은 욕구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2025년은 꽤나 중요한 해가 될 것 같다. 그동안 달려왔던 것들에 대한 결과물을 제대로 내 보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성공이던 실패던 하나의 결과를 보고 말 것이다. 옆 길로 새지 않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마라톤처럼 앞으로 달려 나가 결승점을 마주하고 싶다. 기록이 어떻든 말이다. 마라톤을 준비하듯, 장기전이 될 이 여정에서 이탈하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몇 달 동안 한 것 같다.


사실 다들 그렇듯, 나 역시 매 해에 새로운 나를 꿈꿨다. 나를 바꾸기라는 목표를 세운 건 한 두 해의 일이 아니었다. 매 해 이런 목표를 가졌고 목표한 만큼 해내지 못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올 해는 그 관성을 깨버리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기대치만큼 해내지 못했던 과거를 한 번 돌아보기로 했다. 드디어 관성처럼 하던 대로 똑같이 하는 과정을 멈추고 무엇이 문제였나 분석해 봐야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분석과 개선방법 찾기를 반복하던 과정에서 두 가지 키워드에 꽂히게 되었다.
바로 “한정된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 과 “목표가 아닌 시스템화”였다.
나의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해답같이 느껴지는 두 키워드였다.


#한정된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

먼저, 더 이상 목표한 만큼 달릴 수 있던 의지력과 체력을 가진 19살의 내가 아님을 깨닫고 인정해야만 했다. 그때의 나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지금의 나에게 초점을 맞춰야만 했다. 그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때만큼 의지력도 없고, 끈기도 없고 체력도 없는 지금의 나를 제대로 인지한 뒤, 지금 나의 capacity는 얼마인지를 알아내야만 했다. 그리고 나선 그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나는 절대 그때만큼의 에너지를 낼 수 없음을 이제는 인정해야만 했다. 세월이 흘렀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 뒤엔 한정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써서 최대치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전략을 잘 짜야만 했다. 투박해도 먹혔던 19살과는 달리, 정말 섬세하게 전략을 잘 짜야만 했다. 쓸데없는 곳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파악하고 그 에너지도 끌어와야만 했다. 그래야만 19살 때의 반이라도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목표가 아닌 시스템화

어디서 내 에너지가 새어나가는지에 대한 분석을 하다 유튜브에서 어떤 비디오를 보았다. "Create the System, not goals"라는 내용의 비디오였다. 설거지를 하며 그 비디오를 들었는데 들을수록 머릿속에 '!!!!!!'가 떠오르며 '이게 내가 필요한 답이야!'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동영상의 내용은 이랬다. 목표를 성취하는 것보다 그 목표를 위한 시스템을 익히고 그 시스템을 수행하는 것에 초점을 두라는 것이었다. 목표를 세우고, 그걸 성취하려는 과정에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까 봐 얻는 초조함과 두려움, 그로 인해 그 과정을 즐기지 못하고 자책하고 괴로워하는 것 모두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이제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든 뒤, 그 시스템을 매일 수행하며 그 과정을 즐기며 차근차근 나아가야 한다고 그 비디오는 말하고 있었다. 일어나서 자연스럽게 책을 한 장 읽는다는 시스템을 몸에 익히면 (습관이라 할 수 있겠다), 자연스레 매일 눈을 뜨면 책을 한 장 읽을 테고, 그렇게 하루 이틀 매일을 반복하다 보면 이번 달에 책 한 권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보다 더 빠르고 쉽게 한 권을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히려 한 달에 두 권의 책을 무리 없이 읽게 될 것이다. 꾸준한 시스템을 만들고 내 몸에 주입하는 것. 이 것이 올해 내가 적용해야 할 방법 었다.


올 해의 키워드를 이 두 가지로 가져가기로 결심한 뒤, 앞으로 이 키워드를 내 목표에 어떻게 적용시키면 내가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전략을 구체화해 봤다. 내 목표를 어떻게 시스템화할 것인지 그 단계를 쪼개고 구체화해야만 했고, 그 과정에서 다른 곳으로 새어 나가는 에너지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러나 내가 목표한 새로운 내가 되기는 꽤나 막연했고, 구체화하는 것이 어려웠다.


목표를 구체화하기 위한 고민을 하던 중, 나의 편협한 시야를 발견하게 되었다. ‘변화’라는 단어를 ‘새로운 것을 가미한다’는 것으로만 인식하고 있던 것이다.

새로운 것을 추가하는 것도 변화지만,
기존 나에게서 무언가를 비워내고 버리는 것도
분명 변화였는데 말이다.

그동안 번번이 변화에 실패했던 이유가 바로 새로운 모습을 나에게 추가하려고만 했기 때문이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목표를 성취하는 것에도 에너지와 시간이 엄청나게 소모되는데, 추가하고픈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과 그걸 구체화하는 것, 그런 뒤 그걸 내 것으로 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까지.. 이렇게 글로 써 내려가지 딱 봐도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될 수밖에 없었겠구나 싶다. 당연히 과부하가 올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기쁘게도 내 실패에 대한 원인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발견과 동시에 목표의 방향성도 정해졌다.
비워내고 버리는 것으로 변화를 이루어 내는 것이었다.
무엇을 버리는지는 당연했다.
바로 내가 싫어하는 내 모습이었다.


새로운 것을 추가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에너지가 덜 소모되는 과정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내 모습은 그 누구보다 더 자세하게, 확신 있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 형태를 찾아내기까지의 과정이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에너지가 확보되었다. 내가 되고 싶은 새로운 모습은 너무나도 방대하고, 구체화하기까지 에너지와 시간이 꽤나 많이 소모된다. 그 과정은 무에서 유를 찾아내야 하는 하나의 유물을 발굴하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은 몇 년 동안 발굴되었고, 그 정체가 연구되고 구체화되었기 때문에 형태를 찾아내기까지의 과정을 축소시킬 수 있게 된다. 이로서 ‘한정된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강력한 이유로 올해 내가 싫어하는 모습을 버리기라는 삶의 테마가 결정되었다.


덕분에 수월하게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이 구체화되었다. 이젠 이 시스템을 내 몸에 익혀나가는 과정과 그 과정 속에서 내 에너지가 다른 곳으로 새어가는 곳이 없는지에 대한 추적관찰을 할 때였다. 그 뒤엔 수정하고 다시 적응하는 과정이 반복될 테고 그렇게 한 해를 보내면 되는 것이었다.


2월 한 달 동안 새로 만든 시스템을 내 몸에 적응시키는 실험을 해보았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문제점을 찾아냈다. 2월 동안 하루에 2-3개를 해내는 시스템을 몸에 익히고 싶었고, 이를 위해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한 루틴을 만들려 했다. 그동안 저녁엔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느라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던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에 할 일을 아침에 해내고 저녁에는 맘 편히 쉬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한 목표는 번번이 실패했다.

계획한 것보다 늦게 일어나는 하루가 반복되다 보니 늦잠을 잔 것이 아닌데도, 목표한 시간에 일어나지 못했다는 이유로 눈을 뜬 순간부터 기분이 나빴다. 하루가 망쳐진 느낌이 눈을 뜸과 동시에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하루가 계속해서 누적되자, 하루에 3개를 해내더라도 기분이 좋지 않았고, 해낸 것에 대한 감사함보다는 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원망과 질책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점점 우울감이 들기 시작했고 이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루에 2-3개를 해내기 위한 방법으로 아침형 인간을 도전해 본 것이었는데 주객전도가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루틴을 가지고도 충분히 하루에 2-3개를 해낼 수가 있는데, 굳이 '아침형 인간 되기'라는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내 에너지가 분산되고 있던 것이다.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한 과정에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었고, 100% 사용할 수 있던 에너지의 60% 정도만 하루에 2-3가지 해내는 목표에 쓰였던 것이다.

이제 문제를 파악했으니 이 시스템을 수정해 보는 것이 가능해졌다. 새어나가는 에너지를 막고 우선순위의 일을 하는 것에 쓰일 수 있도록 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다행히도 문제가 해결되니 2월 한 달 동안 해왔던 것들이 더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잘 해내왔다는 것을 알게 되니 기분이 좋았다. 좋은 흐름이었다.


다가오는 3월도 개선된 시스템을 적용해 보며 그 방법은 어떠한지 파악해 보는 한 달이 될 것이다.

다음 달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참 궁금하다.




그림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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