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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Jun 04. 2022

시선으로부터/정세랑

나홀로 독서모임

1. 간략 소감

여성이 겪는 차별과 억압, 제국주의, 생태주의, 예술계 폭력 등을 이렇게 유쾌하고 쉽게 풀어내다니!! 놀라웠다.

우리는 '시선으로부터' 나온 가지들이니, 어떻게든 살아내고 이겨낼 거라는 메시지가 나올 때마다 코가 시큰했다. 읽을수록 우리에 나도 포함된다는  느낄  있었다.

책을 스터디 카페에서 쉴 때마다 훔쳐 읽었는데(약 한달 가량) 혼자 입을 앙다물다가, 또 멀찍이보면서 내 계보에 대해 생각하다가. 이내 푸하하 웃다가 통통거리는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정세랑 책 속에 나오는 안전지대같은 사람들을 너무나 사랑한다!


​​

2. 가장 좋았던 부분은?

너무 많아서 꼽기 어렵다!  (혼자 난리)​


p. 111 한참 지나서 젊은 날을 돌아보며 마티아스에게서   빨리 벗어나지 못했는지 구구절절 변명에 가까운 설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실은 PTSD 때문이었을 것이다. T에게서 학살이 있고   지나지 않았으니 조각난 상태. 무척 조종 당하기 쉬운 상태이지 않을까? 할머니에게  점을 짚어 알려주고 싶었다. 21세기 사람들은 20세기 사람들을 어리석게도 나은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몰아세우지만, 누구든 언제나 자기방어를 제대로   있는 온전 상태인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었다. 그러니 그렇게 방어적으로 쓰지 않아도 된다고, 기억을 애써 메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외상  스트레스 장애 앞에서 우리가 21세기 사람들보다 조금  유려할  있는 (유려한가?) ‘가스라이팅같은 언어 덕분이다. 그런  없던 시절에는 비틀린 관계를 깨닫고 상처를 회복할 때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과거 여자들을 욕하는 일은 역시 너무 어리석은 일이구나 싶었다. 동시에 지금도 어떤 면에서 조금 못난 방어기제를 쓰는  자신을 용서할  있을  같았다. 상처를 받았는데 어떻게 방어기제마저 세련되고 완벽하겠어.​​




3. 스스로 방어적이라 느낀  있는가?

많이 방어적인 편이다. 최고의 방어는 공격! 농담이고. 최근에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방어적으로 상대의 행동과 말을 해석한다는  알았다. 그건 아마도 대학생  겪은 스토킹 때문일 수도 있고, 내가 블로그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도 그때 영향이 크다. 친했던 오빠가 알고보니 범죄자였던 적도 있다. 애인이 리벤지 포르노를 보는  목격한 적도 있다. 성매매 업소에 다니는 얘길 당당하게 하는 친구도  많았다. 특별히 이상한 사람이 꼬였다고 하기에  사연쯤은 어디 내밀지도 못하게 지극히 평범하다. 주변에서 이런 얘길 들어보지 못했다면 아마 본인이 좋은 귀가 되지 못했을 거다. 이상한 놈들은  삶을 뒤흔들기도 했고, 인간에 대한 믿음 같은  점차 줄고 있다. 낭만적인 사랑에 빠지기는 그른거지~ 괜찮은 집단이라는 말도  믿는다. 괜찮은 집단에 속해봤고, 아주 저급한 일을 자주 목도했다. 그러니  설득하려 하지 (방어적). 점점 재밌는  시도하기보다(유희적인 사랑을 하기 보다)  아프고,  잃는  중요해졌다. 내가 방어적인  나도 알지만, 그러려니 한다.


 연애도 20세기 심시선에 머물러 있었다. 대학에서 처음 만난 남자친구는 많이 좋아하기도 했지만, 제일 그럴듯해 보이는 사람을 만났다. 한테 대학생활의 야마를 빼먹을  있었다. 땡큐~ 학과에서 남자 선배들에게 호응해주는 일은 고깝고 역겨웠다. 여자애들 얼굴 순위나 매기고 앉아있는 곳에서  섞기 싫었다. 적어도  그런 남자애들을 같이 욕할  있었다. 걔는 공대생이었고, 남자애들 사이에서 소위 상타치로 여겨졌기 때문에. 오빠를 만나면서 귀찮은 일들은 많이 없어졌다. 불행히오빠와 관계는  착취적이었다. 그거슨 마치 경제개발 5개년 이후 나타나는 인권유린 같은 거였다. 심시선처럼 다음 연애는  관계를 구원하고 치유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심시선이 진짜 사랑하는 남자가 나타나고  사람은 암에 걸려 죽었은니까, 어쩌면 죽기 전에 그런 사람을 만날  있을런지.!서두르고 싶은 마음은 없다. 예빈이 표현처럼 대학은 ()성애 지옥이고.... 지금은 적어도 지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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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물이 많이 등장하는데, 나와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우윤과 난정 둘을 반반 닮은  같다. 우윤은 어릴  부터 몸이 아파서 매사에 ‘내가   있을까 의심하는 아이다. 그런 점이 나와 닮았다. 뭐든 끝지점에 서서 초조해 한다는 점이. 우윤은 서핑을 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데, 지금 수영하고 있는  같았다.


p. 248 내면이 충분한 삶은 분명 중요한데, 그것이 여성에게 세속의 성취를 빼앗아가려는 책략이 왠지 의심스러웠다. 그런데 성취를 하려니 생활이 망가지고, 일만 하다가 죽을  같고...

어쩌면 그 모든 고민이 어릴 때 아팠던 사람 특유의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팠던 아이들은 언제나 삶을 미래완료형으로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마음속 미래에서 우윤은 죽어 있었다. 죽고 난 다음 돌아보는 형식으로 삶을 판단하는 꼬인 시점이라서 고민되는 것이다.


난정은 우윤의 엄마다. 난정은 우윤이 아프기 시작한 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난정은 마음 붙일 곳이 필요했다. 나도 허기짐이나 불안을 책으로 채우는 사람이라 공감됐다. 공부하고 더욱 다독왕이 되어가고 있다 ^^..​


p.23 아픈 아이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비명을 지르고 싶어져서, 그러나 비명을 지를  있는 성격은 아니어서, 머리를 통째로 다른 세계에 담가야만 했다. 끝없이 읽는 것이 난정이 찾은 자기보호법이었다.

우윤이 낫고 나서도 책을 읽는 일을 멈출  없었다. 우윤의 병이 재발할까봐, 혹은 다른 나쁜 일이 딸을 덮칠까봐 긴장을 놓지 못했다. 언제나 뭔가를 쥐어뜯고, 따지고, 몰아붙이고, 먼저 공격하고 싶었다. 대신 책을 읽는  택했다. 소파에 길게 누워 닥치는대로 읽어가며,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키웠다. 죽을 뻔했다가 살아난 아이의 머리카락 아래부터 발가락 사이까지 매일 샅샅이 검사하고 싶은  참기 위해 아이가 아닌 책에 시선을 고정했다. 낙관을 위해,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한  없었다.​


낙관을 위해,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 만한 게 없었다. 캬.. 쏘주 땡기는 문장이다. (소주 안 먹음 ㅎ)


5. 나보다  다친 사람. 나보다 세상을  괴로워하는 사람이. 그냥 뉴스를 통과시킬  있는 쪽이.

 뉴스를 통과할  없는 사람이다. 어릴 적엔 내가 그런 사람이라 저널리스트로가치있다고 믿었다. 아니었다. 뉴스는 나한테  독하게 고였다. ‘일곱 살짜리가 공원 화장실에서 강간당하고, 스물한살짜리가 그저 이별을 원했다는 이유로 목이 졸리는세상을 통과시킬만한 여과지는 못됐다. 지금도 뉴스를 보면  일같아서 괴롭다. 오늘 하하호호 오빠랑 9 뉴스를 봤는데, 생각해보니 앉아서 뉴스를   6개월 만이었다. mbc뉴스엔 이준석이 나와 추미애, 김현미 이름을 대며 여성할당제를 없애야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환멸...어처구니 없는 주장이  비논리적인지 말초신경으로 답했다. 날카로운 나를 사랑하지만... 바늘에 찔리듯 뉴스를 보는  괴롭다.


6. 심시선 여사를 닮았으면 어떻게든 살아남겠지


우윤이 약해 보이지만 시선으로부터 뻗어나왔지. 지지 않고 꺾이지 않을거야. 그걸로 충분할거야.”


엄마한테  문장을 보여주고 싶었다. 엄마는 내가 닿는 발걸음 하나하나를  걱정한다. 근데 .. 무엇보다 엄마를 빼다 박은 딸이고..  말은 하고 마는 김정자 여사의 손녀고.. 죽다 살아나 삶을 긍정하는 이모의 조카고.. 최강 가부장제 서바이벌 생존자 노말순 여사의 손녀고.. 사장 언니를  동생이고.. 도자기 빚어내고 꽃도  키우는 이모의 조카다...  김영 교수님의 불사조기사단이고...  지지해줄 친구들도 그득그득하고.. 글쓰는 여자니까.. 글쓰는 여자들의 계보를 새기고 있으며.. 내가 똑똑하다고 믿고, 설치고 운동하는(데모도 하고 스포츠도 한다.) 여자다...  뒤에 수영장 이모들도 있다..그러니까 걱정마시라.... 내가 누구로부터 뻗어나왔는지를 떠올리시라...  잃는 악몽은 그만 꾸시라.. 꺾이지 않슴니다.... 걱정말고 믿어주시라...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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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 책은 정말 아끼는데, 아끼는 책을 사랑하는 친구에게 보내는 일을 사랑한다. 진짜 사랑하는 책을 누구에게 선물하는 건.. 책보다 친구를 더 사랑한다는 의미다.. 책 선물 받은 친구들.. 알아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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