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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혁 Sep 20. 2022

연결고리

생활은 수없이 연결되어있다.

아침을 잘 먹지 않는다. 아침잠이 많아 매번 늦잠을 잔다. 그런 이유도 있지만 아침을 먹으면 발걸음이 조금 무거운 느낌이다. 이건 아침잠 많은 자의 핑계가 아니다. 나는 교대 근무 노동자로 살아간다. 교대 근무자는 필연적으로 불규칙한 수면을 달고 산다. 거기에 나는 매번 불면을 이루다 힘들어하는 아침을 맞는다. 오픈 근무인 날이면 새벽마다 반쯤 떠진 눈으로 세수를 두 번 한다. 면도를 하고 양치를 한다. 서둘러 청바지와 검정색 상의를 챙겨 입는다. 매장 드레스 코드에 맞춰가서 옷 갈아입는 시간을 아낀다. 걸어서 15분거리 지하철역을 5분 만에 따릉이 타고 간다. 따릉이를 반납하고 부지런히 계단을 밟고 주머니에 교통카드를 꺼내 개찰구로 간다. 개찰구 옆에 있는


빵집이 사라졌다. 아주 깊은 지하철 역 지하에 있는 빵집 말이다. 개찰구 옆에 아주 오래된 빵집이 있었다. 어느 역 마다 하나씩 있는 조그만 빵집. 프랜차이즈이긴 하지만 프랜차이즈 같지 않은 빵집말이다. 물론 나는 빵보다 밥인 인간이라 빵집에 잘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빵집 앞을 지날 때 마다 늘 고민했다. ‘아침도 안먹었는데 든든하게 빵 하나 사먹을까.’ 촉촉한 빵냄새가 역내를 가득 채웠다. 나말고 다른 사람들도 한번씩 빵집을 쳐다보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매일 새벽 뱃속은 비어도 콧속에 포근하게 지하철을 타고갔다.


그런 빵집이 사라졌다. 분명 어제까지 빵집이 있었는데. 마치 빵집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굳게 닫힌 모든 것이 보이는 투명한 유리문 안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빵집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투명한 유리창에 하얀 종이가 붙어있다. ‘힘든 시기에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지금까지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잘 지내셨구나. 앞으로도 잘 지내시면 좋겠다. 그들이 받았다는 응원과 격려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응원과 격려를 한 적은 없고 몰래 냄새만 맡았다. 하얗게 붙어있는 에이포용지에는 여전히 빵냄새가 묻어있었다. 지하철 개찰구를 지나며 매일 새벽에 맡은 빵냄새를 생각했다. 빵을 만들어 본적은 없다. 제과와 제빵의 차이도 모른다. 그렇지만 빵냄새를 나게 하려면 얼마나 먼저 밀가루를 만져야하는지 대충알고 있다. 빵냄새는 남들보다 이른 새벽에서 온다.


며칠이 지나자 투명한 유리창에 ‘임대’라는 글자가 깜장 글씨로 적혀있다. 새로운 가게를 기다리나보다. 어떤 성실함이 채워질까. 성실함이라는 글자를 마음에 적고 개찰구를 지나 열차에 오른다. 가득 채워진 열차에 올라탄 이미 태워진 좌석들을 바라본다. 내가 아무리 일찍 일어나도 나보다 일찍 일어나 먼저 앉은 사람들이 있다. 그보다 먼저 열차를 모는 기관사도 있다. 생활은 수없이 연결되어있다. 그리고 세상은 끝없이 나보다 먼저인 사람들로 가득하다. 최선의 삶. 열차 안에 빵집이 여럿있다. 열고 닫히는 열차 문 사이를 내리고 타는 사람들을 보면서 각자의 인생이라는 것을 생각했다. 수없이 연결된 생활 속 각자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 그 연결된 생활 속 나는 어떤 한 연결고리를 담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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