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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혁 Dec 08. 2022

눈 내린 그랜드 캐니언

당신의 겨울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오늘 그랜드캐니언에 다녀왔다. 이미 엄마와 10년 전에 한 번 다녀왔지만 그때 기억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한 부분 중 하나였다.


원래 계획은 차를 렌트해 다녀오는 거였다. 하지만 아내와 나는 둘 다 겁이 많다. 그래서 하루 만에 그랜드캐니언뿐 아니라 다른 멋진 곳들을 다녀오는 1일 한인 투어를 신청했다.


투어는 새벽 1시부터 투어 참여자가 있는 라스베가스 각 호텔에 미니밴이 와서 픽업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가이드는 라스베가스에서 그랜드캐니언까지는 3개의 주를 통과해야 한다고 했다. 심지어 지금 이곳과 시차조차 다르다고 했다. 서로 간단히 인사만 나누고 목적지 근처로 5시간 정도 이동했다. 깜깜한 밤의 도로를 말없이 달렸다.


뒷좌석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 빗소리에 깼다. 비가 투박하게 앞 유리창을 내렸다. 시간이 지나고 비는 촉촉한 눈으로 변했다. 창문으로 수북이 쌓인 눈들을 바라봤다. 우리가 탄 미니밴 속도는 줄었고 눈앞의 눈들은 소복하게 쌓였다.


그랜드캐니언에 도착하니 눈이 펑펑 내렸다. 신발에 눈이 다 들어올 정도로 수북하게 쌓였다. 폭설이었다. 국립공원 직원들은 분주하게 눈을 정리했다. 거대한 차량으로 눈을 치우고 녹였다.


가이드는 오늘 그랜드캐니언을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풍경은 비와 눈이 와도 볼 수 있지만 그보다 더 풍경을 가리는 것은 안개라고 했다. 가이드를 따라 내려간 그랜드 캐니언은 누가 앞에 연기를 가득 뿌린 것 같이 주변의 눈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속상할 것 같았는데 오히려 조금 담담했다. 몇몇 장면들은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절벽에 슬며시 보이는 눈꽃, 눈을 맞으며 좋아하는 멍멍이들 그리고 그 옆에서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들 그게 너무 좋아서 다음에 다시 오고 싶어졌다.


보이지 않는 사랑스러움들을 뒤로하고 다른 것들을 보기 위해 다시 밴에 올랐다.


-계속


#성혁미국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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