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넌 뭐냐, 왜 이렇게 중요한가
-금리 = Risk의 반영
‘금리는 모든 것을 지배한다’에서 경제 전망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보여주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현재 금리가 낮은 것은 경제성장률 자체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제는 금리의 다른 측면을 알아보자. 이제까지 말한 금리에는 ‘국고채’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었다. 즉, 지금까지 이야기 한 금리는 국채금리였다.
한 국가 안에서도 무수히 많은 금리가 있다. ‘요즘 금리가 얼마예요?’라고 묻는다면, 정확한 답은 ‘3%예요,’가 아니라 ‘어떤 금리를 묻는 것인가요?’라고 해야 한다.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에 해당하는 국채의 금리가 있고 기업이 발행하는 기업 채권 금리가 있다. 그리고 개인이 은행에 가서 돈을 빌릴 때, 예금할 때 등 수많은 금리가 존재한다.
지금까지 이야기 한 국고채 금리는 쉽게 말해 위험이 없는 상품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금리였다. 쉽게 말해, 그래도 국가는 망하지 않을 테니 그러한 국가가 보증하는 선에서 얻을 수 있는 금리를 알아본 것이다.
요즘과 같이 경제가 저성장 하는 상황에서도 금리를 높게 준다는 상품들이 존재한다. 지금까지 말한 금리의 정의와 상당히 모순되는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 개별 항목에 대한 리스크(risk)라는 요소를 추가하면 설명이 가능하다.
경제가 3% 성장한다고 했을 때, 정말 세상의 모든 분야가 3%씩 성장하는가? 아닐 것이다. 어떤 분야는 이런 환경에서도 10%씩 성장하고 있고, 어떤 분야는 역 신장하고 있다. 그리고 최종 가중 평균 결과가 결국 3%로 나온 것이다. 10%씩 성장하는 분야는 정말 안전한 분야일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전반적인 성장률이 3%씩 나오는 상황에서 10%씩 안전하게 성장하는 분야가 있다면 모든 사람이 그 분야에 뛰어들 것이고, 결국은 사업 또는 투자의 수익률이 낮아질 것이다. 이게 경제의 원리이다. 그 말은 수익률이 높은 채로 유지되는 데는 무언가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그 이유가 바로 리스크(risk)이다. 즉, 더 위험하기 때문에 그만큼 경제적 보상이 주어진다는 뜻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현실 경제의 예시
추상적으로만 이야기하면 잘 와 닿지 않으므로, 실물 경제를 가지고 이야기해보자. 그리고 더 쉽게 투자자(또는 예금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P2P 대출이 한창 붐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5~10% 정도의 이자를 준다는 관련 기업들의 광고가 꽤나 많이 보인다. 찾아본 결과 금리가 18%에 달하는 상품들도 있다. ‘우와~’하면서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다. 기존의 은행에 가봐야 예금 이자 2%도 안쳐주는데, 어떻게 이런 곳들은 이자를 이렇게 많이 줄 수 있을까?
이자를 많이 준다고, 사람들이 이런 곳에 선뜻 돈을 맡기진 않는다. 금융을 배우지 않은 사람도 바로 드는 생각이 있다. ‘안전할까?’, ‘돈 떼이는 것은 아닐까?’ 등 등. 금리란 결국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데 대한 가격이다. 일반적인 시장에서 싼 물건에는 이유가 있듯이, 높은 금리에도 항상 이유가 있다. 그만큼 위험하니까 높은 금리를 줘야 돈을 빌릴 수 있는 것이고, 빌리는 사람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높은 금리를 지불하는 것이다.
‘응답하라 1988’에서 “옛날에는 금리가 높았는데 요즘은 이자가 15%’밖에 안된다.”라고 말한 대사가 있었다. 이것을 가지고 기사를 쓴 것을 보았다. 요즘 금리는 고작 1~2%밖에 안되는데, 옛날에는 15%도 낮다고 이야기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언급하고 있다. 요즘은 금리가 낮아져서 예금자들이 예금만으로 충분히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에 대한 한탄이 섞인 기사였다.
과거에는 경제가 그만큼 성장하고 있었기에 높은 금리가 가능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그만큼 리스크를 부담했기 때문이다. 금리 15%로 돈을 빌려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최소 20%의 수익률은 나와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이자를 갚고도 남는 돈이 있을 테니 말이다. 연간 20%씩 수익률을 올려주는 사업이 매우 안전한 사업일까? 아마 꼭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물경제가 고성장하던 시기였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리스크와 관련해서 보면 15% 정도의 높은 금리는 결국 높은 리스크에 대한 보답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거 경제 성장기에 높은 금리로 은행에 예금하면 무슨 리스크가 있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전반에 대한 위험이 있었다. 만일 금리를 15%나 준다고, 한국에 계속 투자를 한 외국인이 있었다면 매년 이자를 받고 좋아하다가 외환위기에 환율이 두 배로 폭등하면서 한 번에 수익률이 반토막이 났을 것이다.
높은 금리를 원한다면 투자처는 널려 있다. 러시아나 브라질 국고 채에만 투자해도 금리 10% 이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그만큼 리스크를 짊어지면서 말이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의 국가들은 국가 부도가 난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를 10% 준다고 선뜻 쉽게 투자 의사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우리나라도 금리 15% 주던 시절에는 외국인의 눈에 이렇게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선뜻 들어오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금리의 뒷면
P2P 대출이든 전통적인 금융업이든, 금융업자는 결국 차주(돈을 빌려 가는 사람)와 대주(돈을 빌려주는 사람) 사이를 중개하며, 금리 스프레드(차입 금리와 대출 금리 차이)를 먹고 산다. 다시 말해, 예금자에게 연간 이자를 8% 준다고 하면 중개업자는 그 자금을 분명 8% 이상의 금리로 대출해주고, 거기서 나오는 이자로 예금자에게 돌려주고 남는 것을 가져갈 것이다.
단순히 예금자의 입장에서 8%의 금리가 좋다고 생각하기 전에 어떻게 이런 사업 구조가 가능한지 생각해보자. 누가 8% 이상으로 돈을 빌릴까? 그 정도 금리를 부담해야만 하는 사람 또는 기업일 것이다. 요즘 부동산 담보가 있으면 은행에서 2~3%대로 돈을 빌릴 수 있다. 그리고 괜찮은 직장이 있다면 신용 대출로도 연봉의 1~1.5배 수준까지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 그리고 제2금융권에 가면 금리가 조금 더 올라가지만 8% 보다는 낮은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8% 이상의 금리를 부담하면서 돈을 빌릴까? 쉽게 말해, 내가 준 돈을 가지고,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할 정도의 신용도를 가진 사람이나 기업이 이 정도 금리로 돈을 빌릴 것이다. 그리고 중개업자는 그 사람들에게 회수한 이자로 예금자에게 돌려주고 남는 것을 가진다.
중개업자인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의 금융기관이 있지만, 돈을 빌려주고이자를 받는다는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결국 그 정도 금리를 받기 위해 낮은 신용도를 가진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리스크를 감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P2P 대출에 대한 평가
금리를 더 준다는 측면에서 저축은행과 P2P 대출을 비교해보자. 저축은행은 그만큼 리스크가 높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준다. 그리고 예금자들에게 일정의 수익률을 돌려준다. 차주와 대주 사이의 스프레드를 가지고 자신들의 영업비용을 충당하고 남는 것이 마진이다.
저축 은행의 차주 리스트를 보면 결국 저축은행에 와서 돈을 빌리는 사람들은 그만큼의 신용도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솔직히, 저축은행이라는 중개업자가 없는 상태에서 개인이 직접 돈을 빌려준다면 금리를 아무리 높게 받아도 빌려주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차주들이 꽤나 많다.
저축은행과 P2P 대출은 전혀 다른 업계 같지만 자금을 중개한다는 역할에는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그래서 둘을 비교해 보자. 비하의 의미가 아니라, 제1 금융권에서 대출 여력이 부족한 사람, 즉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높은 금리를 받고 돈을 빌려준다는 측면에서 저축은행과 P2P 대출 사업의 본질은 정확하게 일치한다. 차이가 있다면, P2P 대출은 각종 새로운 금융 기법들을 활용하여 위험을 더 잘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지점이 없으므로 비용을 낮추어 조금 더 적은 스프레드를 통해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다.
하고자 하는 말은 P2P 대출도 결국 하나의 금융 상품이며, 높은 금리에는 그만큼 리스크가 따른다는 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괜히 다른 사람들이 낮은 금리를 받으면서 돈을 예금하는 것이 아니다. 연 18%에 해당하는 금리라는 것은 사실 언제든지 문제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