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위한 된장찌개
소울 푸드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야근하다 때를 놓치고 남은 사람들끼리 반주 한 잔 하러 간 날. 친한 것도 친하지 않은 것도 같은 적당히 가깝거나 적당히 먼 사이. 식사 시간에 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다 함께 일에 지쳤을까, 다행히 그 저녁만큼은 일이 아닌 다른 이야기를 했다.
"소울 푸드가 뭐야?"
"저는 된장찌개요."
죽기 직전에 딱 한 가지를 먹을 수 있다면 나는 엄마가 해준 된장찌개. 고기냐 해물이냐 한다면 차돌된장찌개 쪽. 그러자 누구는 회라고 했고, 누구는 삼겹살이랬나. 원룸 건물 1층에 있는, 분위기 있지도 허름하지도 않은 깔끔한 설렁탕집에서 설렁탕에 소주 한 잔 하며 나눈 그 대화에서 딱히 기억에 진하게 남는 누군가의 소울 푸드는 없지만, 이상하게 그들과의 대화를 생각하면 그 대화가 떠오른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라는 책이 있다. 책에 닭고기 수프가 등장하지도 않고 음식 이야기를 하고 있지도 않지만, 닭고기 수프는 보양식으로 일컬어진다고 하니, 일종의 '소울 푸드'였겠지.
소울 푸드란 내 영혼을 구성할 만한 정말 위로가 되는 그런 음식.
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그게 아니다. 뜻에 비해 꽤나 귀여운 어감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뜻은 알고 있던 뜻과 더 멀다.
소울 푸드는 미국 남부에서 노예 제도를 통해 태어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전통 요리의 총칭이다. "솔 푸드"라는 명칭이 정착한 것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관한 일을 가리키는 데 "소울"(Soul)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하게 된 1960년대 중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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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만 다른 의미로 쓰고 있는 거였다니. 엄마의 된장찌개는 내 영혼을 구성해 마땅하다고 생각했는데, '소울 푸드'란 말을 원래의 의미에게 돌려주고 다른 표현을 찾아보기로 한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수프, 가 아니라 된장찌개? 영혼의 음식, 정도로 할까.
어쨌거나 소울 푸드라는 귀엽게 들리는 표현 덕에 무겁지 않게 서로의 영혼의 음식에 대한 이야길 나눈다. 내 영혼을 구성하는 요소를 털어놓는다니. 입고 먹고사는 것이 삶의 기본이라는데 영혼을 위해 먹는 음식이라니 어쩌면 이건 정말 성스러운 이야기이다. 그래서였을까, 그 짧은 대화가 유독 기억에 남는 건. 그들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제 영혼을 드러냈다 이건가.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 깃든다고, 건강한 몸을 위해 우리는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하고, 그러면 마음도 좀 더 건강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실 여기서 사찰 음식 같은 '객관적으로 건강한' 음식만이 건강한 음식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은가. 좋아하는 자극적인 음식이 신체 건강엔 안 좋을 수 있어도 정신 건강엔 좋다고.
영혼을 구성하는 게 비단 신념이라던가 사랑이라던가 한 것만은 아니다. 먹고 마시는 것도 영혼을 구성하기에 소울 푸드라는 말이 있는 거겠지. 그러니까 우리 어른들이 밥 먹었니, 밥 먹자, 하는 말을 건네는 건 어쩌면 마음의 평안을 걱정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