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나만 보는 것 같아. 너무 부끄러워.
층고가 높은 흑백으로 둘러싸인 고요한 커피숍. 그와 내가 마침내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고 있음을 인정한 그날 밤. 사람 하나 없던 마술 같은 분위기를 빠져나와 지하철까지 걷기 시작했다. 세상은 고즈넉했다.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가까이 더 가까이 서로에게 다가가며 걸었다. 그가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았다. 나도 그의 손을 잡았다.
미국에 두고 온 April이라는 강아지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10년도 넘는 친구라고 했다. 부모님이 일하러 가시고 학교 마치고 집에 오면 항상 곁을 지켜주는 정말 소중한 친구인데 이제는 나이가 너무 많아서 한국으로 데려오기가 불가능하다고 하며 그리워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역 앞에 도착했다.
검은 밤을 뒤로하고 아래로 내려간 그곳은 눈이 아플 정도로 밝게 빛났다. 순간 새하얀 병원 같았다. 천정에 무수한 형광등 불빛에 나는 수술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처럼 순간 두려움이 밀려왔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고 손가락질하는 것 같았다. '너 지금 그 연애가 말이 돼?' '집에 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맡겨두고 밖에 싸돌아 다녀?' '너 나이가 몇인데 그렇게 어린 남자랑 손을 잡고 있는 거야?'
나는 순간 나의 손을 다정하게 잡고 있던 그의 손을 뿌리쳤다. 그는 큰 눈을 더 크게 떴다.
"I am so sorry. I can't hold your hand in front of people."
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도 그는 침착하게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었다.
사람들 앞에서 손을 잡는 게 너무 부끄러워서 안될 것 같다고 주저리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는 내 말을 납득하기 어려워했지만 이내 웃으며 알겠다고 내 의견을 들어주었다. 손을 잡지 않고 내 곁에 가까이 서서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게 나를 살폈다.
지하철 통로를 걸어 지하철칸에 몸을 실었다. 사람들은 각자의 핸드폰에 몰입할 뿐인데 내게는 여전히 나를 비난하는 말들이 메아리쳐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