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는 오래 못 다니겠다
몸 값을 높이고 날아올라 도망치자
오늘도 야외작업을 하기 위해 차에 장비를 싣고 해운대를 향해 출발했다. K팀장, K주임, W주임은 주행하는 내내 대화를 했는데, 대화 주제가 S사원과 L이사 험담, 회사 욕, 유튜브, 예능, 연예인, 비트코인에 대한 것들 뿐이었다. 이때 이 회사는 오래 다닐 직장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업무 강도 대비 급여가 낮고, 분야 자체가 전망이 어두운 것도 문제지만, 여기 다니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드는 것이 제일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 회사 사람들의 대화 주제는 이때뿐 아니라 평소에도 늘 똑같다. 같은 회사 직원, 상사 뒷담, 회사 욕, 유튜브, 예능, 비트코인 얘기... 키워드만 봐도 이게 미래를 도모하는, 하루하루 발전하는 인간의 모습은 아니지 않은가? 이들은 매일 일은 힘들고 월급이 짜다고 회사를 욕하지만 정작 본인들의 몸 값을 올리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이다" 아인슈타인이 했던 말인데, 이 상황에 잘 어울리는 말이다. 나는 이 회사 사람들 대다수는 이런 정신병 초기 증세를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이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에 동화될까 봐, 쳇바퀴 같은 삶에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될까 봐 이 회사는 오래 다닐 직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던 배경에는 지금과는 정 반대의 일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나는 군대를 가야 할 나이가 되었다. 이왕 가는 거 전공과 관련 있으면서 최대한 편한 특기를 찾다 보니 분기 별 1~2명만 뽑는 희귀 특기를 지원했고, 정말 운이 좋게도 붙어서 입대했다. 그 후 훈련소를 지나 자대에 간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말로만 듣던 SKY의 S, K, Y를 다 만나봤고, 유학생, 그 외 인 서울 명문대생들 또한 많이 만나봤다.
평생을 지방 촌동네에서 고만고만한 사람들만 보다가 그런 사람들을 보고 나니 내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를 알게 됐다. 그리고 그들의 독서습관, 운동습관을 본받고 책을 읽으며 지식을 쌓고, 운동을 해서 체중을 85kg에서 68kg까지 감량했다. 고만고만하고 특출 난 게 없던 나도 비범인들 틈바구니 속에서 좋은 영향을 받고 나온 것이다. 사람이 꽃 밭을 거닐면 몸에 꽃향기가 배고, 똥 밭을 거닐면 똥냄새가 배듯, 나는 이미 주변 환경이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었다.
따라서 나는 이 회사는 오래 다닐 직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군대에서 좋은 영향을 받았던 걸 떠올리며 매일 조금씩 발전할 것이다. 그 뒤, 지금 받는 월급을 일당으로 받을 만큼 높은 몸값을 만들고 나면 이 우물 안 개구리들 틈에서 날아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