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특성상 주된 작업이 야외에서 이뤄지는 터라 나, K주임, B주임은 오전에 함안군의 땡볕 아래에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야외 작업을 했다. 작업을 끝낸 후 우리 셋은 근처에 있는 밀면집에 갔다. 셋 다 땡 볕에서 땀을 흠뻑 흘리고 온 터라 물밀면 곱 베기를 주문했다. 도쿄 올림픽기간이라서 가게에서는 TV로 한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배구 대전을 생중계하는 걸 틀어놓고 있었다. 우리 셋은 물밀면을 먹는 동안 계속 생중계를 봤다. 하지만 나는 배구를 포함한 대부분의 스포츠에 전혀 관심이 없다. 그 주임들도 스포츠에 관심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왜 생중계에 집중하고 있으며, 왜 한국팀이 득점할 때 환호하고 실점할 때 아쉬워하는 것일까?
나는 그 이유가 '소속감'과 공통된 '대화 주제'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자신이 속해있는 집단에서 융화되어 소속감을 느끼려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융화되지 못하고 소외되는 것을 기피한다.
올림픽을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한국 측 선수가 득점을 하면 다 같이 환호하고, 실점하면 다 같이 아쉬워하는, 같이 있는 사람들이 같은 상황에 같은 행동을 하는 과정을 통해 다 같은 '한국사람'이라는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올림픽 기간 동안 사람들의 공통 대화 주제 대부분은 올림픽에 대한 것이라는 건 안 봐도 뻔하고, 만약 이 상황에서 올림픽을 하루라도 안 봤다면 그 대화에 낄 수 있을까? 다들 올림픽에 대해 얘기할 때 나만 가만히 억지웃음 짓고 맞장구 쳐주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축구경기, 뉴스, 인기 있는 예능 프로, 연예인 소식, 유행, 그 외의 것들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람들이 평소에 스포츠에 관심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소속감'을 느끼고 대화 주제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 생각을 하며 내가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대화를 잘하고 싶다면 올림픽, 축구, 뉴스, 기타 등등 내가 현재 속해 있는 집단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공통 주제를 어느 정도 숙지해둬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