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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덕후 Sep 11. 2020

1. 빵 굽기

[2020 재택실험]리틀 포레스트를 봤고, 감자빵에 꽂혔다.

코로나 이전에도 우리 회사는 재택근무가 가능했다. 조금 집중할 필요가 있거나, 아이가 있으신 분들의 경우 아이가 아프다거나 집안에 일이 있으신 경우 미리 슬랙으로 공유하면 됐다. 그런데 이렇게 조직원 모두가 재택으로 일하는 것이 기본이 된 것은 정말 처음 있는 일. 3월 이후 2주 넘게 재택을 하며 새롭게 시도한 것들을 남겨보고자 한다.


발단: 리틀 포레스트를 봤다.

뒤늦게야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를 보게 되었다. 일본판은 만화책으로도, 영화로도 여러 번 봤는데. 영화관이 아니면 한 자리에 앉아 진득이 영화를 보는 편이 못 되어, 2-30분씩 끊어 며칠간 영화를 보았다.


여러 요리 중에서도 하필 감자빵에 꽂히고 말았다. 엄마의 편지, 그리고 감자빵을 만드는 모습이 살짝 나오는 그 장면.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감자빵을 구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출처: 영화 <리틀 포레스트> 캡쳐

빵을 굽는다는 것은

제과제빵을 독학으로 시작한 지 15년이 넘었지만 빵을 굽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 레시피와 책을 보며 1차 발효는 무엇이며 2차 발효는 무엇이란 말인가... (유튜브가 없던 시절의 베이킹이란)

재료를 섞어 바로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쿠키류와 달리 빵은 시간이 걸린다. 반죽을 섞고 발효를 위해 한 시간에서 두 시간을 보내고, 가스를 빼고 30분 휴지, 모양을 만든 다음 또 발효를 시키고, 빵을 굽고. 전체 시간을 합쳐보면 네다섯 시간은 금방 간다. 주중에는 엄두도 낼 수 없고 그렇다고 황금 같은 주말에 빵에만 매달려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니.



재택근무와 빵 굽기

일주일 내내 집에 갇혀 지내며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줄어든 출퇴근 시간을 요리를 하는 데 썼다. 혼자 밥을 먹어도 잘 차려 먹는 편인데 재택근무와 빵 굽기가 꽤 잘 맞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반죽을 하고 일을 하다가 발효가 잘 되고 있는지 체크하고, 또 일을 하다가 가스를 빼고, 다시 일하다가 성형을 하고 발효시키고 또 일 하다가 빵을 굽고. 빵을 굽는 데 들어가는 유휴 시간을 일을 하며 채울 수 있는 것이다. (?)



그래서 빵을 구웠습니다.

생각보다 레시피는 간단했다. (레시피는 여기를 참고했다.) 만드는 법도 간단했다. 집에 감자는 많았고 드라이 이스트는 늘 있으며 밀가루도 있었으니.


첫 번째 구운 빵. 너무너무 맛있었다.


내가 만든 걸 잘 먹지 않는 가족들도 웬일인지 이 빵을 너무나 잘 먹었다.(우리 집 식구들은 각자의 식단 계획이 있어서 한 집에 있어도 각자 따로 식사를 한다.) 그래서 한 번 더 (양을 세 배로 늘려서 구웠던 것 같다.) 구웠는데, 소금을 소심하게 넣은 탓인지 조금 심심한 맛이 되었다.  


두 번째 구운 빵. 왼쪽은 bun 모양으로 모짜렐라 치즈를 얹어봤다.


그래도 이렇게 구워서 오랜만에 사무실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날 하나 씩 선물로 드리기도 했다.


실험 소감 & 발견한 것

- 재택근무와 제빵의 공생 관계를 발견했다.

- 감자빵은 맛있다.

- 영화/만화에 나오는 걸 먹어보거나 해 먹어 보고 싶은 욕구를 하나 채웠다.

- 단점은 밀가루와 설탕을 너무 많이 먹게 된다.


다음에 해보고 싶은 것

-요즘 키토식 베이킹(저당/저탄수)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앞으로  방식으로 빵을   구워 봐야겠다.

- 가을에는 밀양에 가서 밤을 줍고 밤 조림을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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