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식탁에서
쓰다고 바로 넘기면 그 미묘한 단맛을 느낄 수 없음으로 '고진감래'를 논할 수 없다. 달다고 계속 마시면 동네 비둘기 회식 날이다. 만약 영혼의 단짝, 맥주와 함께 섞어 소주의 쓴 맛을 감추려 한다면 주의해야 한다. 부드러운 목 넘김에, 어느새 뇌를 지배당해 버린다. 그래도 좋다.
매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술이자, 대한민국의 흥망성쇠를 함께하는 술. 부드럽게 소를 부르고 우 발음을 길게 빼는 '소주우'부터 '쐬주', '쏘주', '초록이' 등등. 부르는 이름도 다양한 그 술. 바로 소주다. 이제는 도수가 점점 줄어 16도 언저리. 많이 순해지고 깔끔해졌지만, 여전히 과음은 금물이다.
첫 번째는 기분 좋을 때 마시며 슬플 때 찾지 마라.
슬플 때 마시는 술은 내 몸의 아픔과 만나 독이 되고, 내 몸을 술독으로 만든다. 우울감은 증폭되고 자존감은 떨어진다. 즐거울 때 마시는 술은, 사회적 위치 때문에 애써 숨겨왔던 '흥'을 일깨워준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옆자리에서 '뽕!' 하는 소리를 내며 맥주병을 오픈할 때, 박수 쳐주는 용기와 여유도 준다.
두 번째는 차가울 때 따른 소주가 미지근해졌다면, 집에 갈 시간.
소주를 앞에 두고 대화가 길어져서, 술이 미지근해졌다면. 굳이 술이 필요 없는 자리이거나, 판단이 필요한 중요한 자리이기에 술자리를 벗어나자. 만약 열심히 마시다가 술이 미지근하게 느껴진다면, 집에 가야 할 시간이다. 아니면 소주를 먹다 먹다, 이제는 차가운 건 없다는 소리기도 하니까 얼른 집에 가는 것이 좋다. 물론 다른 곳에 가서 마시는 것도 선택지에 있다.
세 번째는 2차는 베스킨.
소주 안주로 1차는 삼겹살이나 곱창같이 기름진 것을 많이 선택한다. 텁텁하고 끈적해진 입을 달콤한 아이스크림으로 정리해 주면 소주에 절여진 미각도 돌아온다. 2차에서 더 맛깔나게 술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새콤한 아이스크림을 선택한다면, 말리고 싶다. 곧 만날 텐데.
소주는 참 놀랍다.
어떤 안주와도 어울린다. 개성이 강한 듯하면서도 어디에든 잘 어울리며, 그 자리의 모두를 '주'연'으로 만들어준다. 가장 완벽한 주연임에도 조연이 되는 일에 거리낌 없는 소주. '개성과 솔직함'이란 명분으로, '무례한 뻔뻔함'으로, 사람들을 슬프게 하는 자들에게. 나는 소주병을, 아니 소주를 보며 반성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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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틴 #팀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