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 한 장면

by 주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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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천장에 매달려 있는 오래된 조명. 그 아래 벽면을 꽉 채운 손 때 묻은 책들. 이 낡은 책에서 나는 오래된 냄새를 좋아한다. 오래되어 희뿌옇게 때가 탄 창문이 반쯤 열려있고, 시원한 바람이 간간히 들어올 때면 낡은 나무로 된 창틀이 세월의 소리를 내며 조금씩 흔들린다. 때마침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노트르담 성당에서 종소리가 들려온다.


이토록 내가 좋아하는 것이 모여있는 평화로운 순간은 사진처럼 박제되어 내 머리에 오래 저장이 된다. 그 시공간이 캡처되는 순간이랄까. 사진으로도 영상으로도 남길 수 없는 순간들이다.


그렇게 박제된 기억이 떠오를 때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지만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같은 장소를 같은 시간에 간다 하더라도 그 같은 순간을 또 만난다는 것은 어려울 것임을 안다. 어쩌면 그것이 기억을 미화시키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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