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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털복숭이 Jun 14. 2024

상위 5% 아빠

남편은 본인을 상위5% 아빠라고 그랬다.

그도 그럴것이, 남편은 3년이 넘도록 아들의 등하원을 담당하고 있고, 부모 간담회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으며, 혹여나 아들이 콧물이라도 흘리는 날엔 약을 챙겨 아들 점심시간 후 투약을 하러 어린이집에 갔다 오고, 어느 분기엔 해당 학급의 운영위원회 위원으로까지 활동하였으니, 남편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위와 같은 것들이 가능할 수 있었던 건 아들이 남편의 직장 어린이집에 다니기 때문.

함께 출퇴근과 등하원을 하는 것이다!

아들이 태어났을 때만 해도 직장 어린이집의 인기가 하늘을 찔러 우리에게까지 순위가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코로나가 닥치는 바람에 오히려 인기가 줄어 생각보다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럭키!

암튼 만 1살 반 정도부터 시작된 아빠와의 등하원을 만 5살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잘 해 오고 있다.

집과의 거리가 좀 있어 처음엔 적응을 잘 할까 걱정했는데,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따라 부르기도 하고 아빠가 듣는 라디오도 함께 들으며 한 시간 남짓한 거리를 잘 버티고 있다.

등하원 과정을 조금씩이라도 촬영해서 시간순으로 편집하면, 나중에 추억도 되고 아들이 커서 말 안 들을 때 보여주며 생색도 낼 수 있을거라고… 한 번 해 보라고 했는데, 장비 부족과 귀차니즘 등 여러 요인들로 하지 못하는 듯하다.

어쨌든 아주 대견해 둘 다:)


아빠와 함께하는 절대적 시간이 많아서 그런건지, 아들이어서 그런건지, 아들은 놀 때에도 아빠를 많이 찾는다.

“아빠, 놀자아~” 가 아주 입에 붙었다.

남편은 집에 와서는 엄마랑 노는 거라며 1차로 모른척을 하지만, 계속 놀자고 조르면 또 마지못해 ‘그럼 한 번만 놀자’고 하며 마주앉는다. 그렇게 아빠랑 아들이 마주앉아 하는 놀이는 거의 ‘말하는 자동차 놀이’다. 집에 있는 미니카부터 커다란 소방차까지 온갖 자동차 장난감을 꺼내 와서는, 각자 자동차를 나누고 역할을 정해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안녕, 나는 소방차 프랭키야.”

“안녕! 나는 경찰차 폴리야. 너 빨간옷이 참 예쁘구나!”

“고마워. 어!! 저기 불이났어! 빨리 구조하러 가야해!!”

뭐 이런 식이다.ㅋㅋ

자동차 놀이가 아니면 종이비행기 날리기 놀이, 구슬 굴리는 트랙 설치해서 굴리는 놀이, 이불로 김밥말아서 침대에 던지는 놀이..등등이 있겠다.


그럼 난 뭘 하느냐.

난 하원 후 저녁 간식을 담당하고 있으며, 자기 전 샤워, 양치, 머리카락 말리기, 로션바르기, 잠옷입히기, 그리고 책 읽어주기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정돈 해야지 ㅎㅎ

이제 아들도 위와 같은 역할 분담에 익숙해져서, 각자 맡은 부분에 대한 요청을 알아서 하는 편이다.

특히 간식은 꼭 엄마가 챙겨주는 거라고 생각하는 듯? 뭐 먹고 싶은지 조잘조잘 말하는 게 귀엽다.

또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인상적인 사건이나 속 상했던 일들, 맛있게 먹은 반찬 등을 얘기하는 시간, 읽고싶은 책을 골라 머리맞대고 읽어보며 꺄르르 웃는 시간이 아들뿐 아니라 나에게도 매우 소중해서, 나는 이런 역할 분담이 꽤나 마음에 든다.

초등학교에 가면 하루 일과가 어떻게 변할 지 좀 걱정되지만, 그 때까지는 이런 체계가 잘 유지되기를.




아빠의 양육참여는 유아의 정서조절 능력을 향상시키고 사회성을 증진시키며 청소년기의 학습능력이나 안정적인 심리 상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한다. 저명한 심리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에릭 에릭슨도 자녀의 성 발달, 사회성과 인성 발달, 인지발달에 아버지의 양육 참여가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필수적이라 주장했다는데, 남편에게 알려주며 응원과 격려를 해 줘야겠다!

계속계속 잘 부탁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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