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MA Annual Conference 2018 in Bangkok
전문 컨벤션 매니지먼트 협회(Professional Conventon Management Association, 이하 PCMA)의 연례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태국 방콕에 와있다. PCMA회원도 아닐 뿐더러 공식초청을 받기엔 역부족인 업계 신참인데, 운 좋게도 APAC Scholarship 을 받아 참가하게 되었다.
PCMA의 주력 행사는 매 년 수천명 참가 규모로 열리는 <Convening Leaders> 시리즈이지만, 이번 행사는 주요 회원들의 네트워킹을 위해 보다 exclusive하게 진행되는 행사다. 참으로 '남의 잔치' 같으면서도, 행사가 업인 사람들의 자체행사라면 얼마나 잘 기획 했을지 기대 할 만 하므로 이 경험을 기록해두고자 한다.
지난 8월 말, CMP(Certified Meeting Professional) 시험을 준비하며 관련 자료를 찾던 중에 Annual Conference Scholarship 공고를 보았다. 이번 행사가 태국에서 열리는 만큼 Asia-Pacific region 출신 중 선발하여 등록비/숙박비/왕복항공료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지원 조건은 "What is a current challenge you are facing in your role?" 이라는 질문에 간단한 답변을 써 제출하는 것이었다. 나는 1)저임금 장시간 노동 문화 2)한국인들의 영어 콤플렉스에 대해 적었는데 이 답변이 선발에 얼만큼 영향을 주었는 지는 모르겠다.
웰컴리셉션 직전에 Scholars 끼리 모여 친목도모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관광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조교수로 재직중인 대만인도 있었고 대부분 10년 이상의 경력자였기에 꼭 나와 같은 entry level에게 기회를 주고자 마련된 제도는 아닌 듯 하다. 이 기회를 두 번째로 누리는 베트남인도 있었고, 이 모임에서 한국인을 처음봤다고 새침하게 말을 건내는 사람들이 많았던 걸 보면 보다 다양한 국적의 참여를 고려하는 것 같다.
선정 통보를 받은 건 행사 2주전 쯤이었다. 마침 건강상의 이유로 퇴사를 한 직후였기에 휴가 승인 절차 없이 참가 할 여유가 있었다. 아이러니하다. 병을 얻을 만큼 이 업계로부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으면서도, 전 세계 다른 이들은 도대체 이 업무를 어떻게 해내고 있는 것인지가 궁금해 참가를 결정하다니.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한국에서 겪은 경험에 의하면 이 업계는 무척이나 비합리적이고 적절한 보상도 없이 운영되었다. 인건비를 줄이려 일인에게 부과되는 업무량이 과도하게 많은거야 '헬조선' 전반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정형화된 답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여 원칙 없이 헤매기를 반복하거나, 순환논리의 오류에 갇힌 소리만 반복하고 똑같은 시안을 보고자에 따라 다른 답변을 내놓는 경영방식은 괴롭기 짝이 없었다.
업무 고유의 문제라기 보다 온갖 사내문화적인 갈등에 지친 것 아닌가. 내가 다른 필드에서 이 업계로 눈을 돌릴 때 직감했던 이 업무 고유의 매력이 있는데 이를 잊고 지냈던 건 아닐까. 다음 커리어로의 연결을 위해서라도, 다시 어떤 일을 자긍심을 갖고 감사한 마음으로 임하기 위해서라도, MICE 업계가 무언지 회의기획이 무엇인지 적절한 답이 필요했다.
준비된 호텔은 수쿰빗 지역의 하얏트리젠시였다. 체크인 후 룸에 들어섰을 때 협회회장과 호텔GM이 자필로 쓴 편지가 놓여져있었다. 웰컴푸드와 Rabbit Card(태국 e-commerce 카드) 선물도 있었다. 남의 호텔 룸에 카드와 선물을 놓으러 다니던게 내 일이었고, 과한 의전이라 불평도 했었는데, 직접 받아보니 무척 감격스럽고 그 효과는 엄청나다는 걸 깨달았다. 하하.
재밌는 건 하얏트리젠시 호텔이 정식으로 오픈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컨벤션 비즈니스의 힘을 아는 호텔측에서 잠재 고객일 Events Professionals에게 좋은 가격에 이용하게 해준 것이다.
벌써 시드니 하얏트리젠시 등과 비교해무척 넓고 쾌적하다는 참가자들의 칭찬들이 잇따랐으니 홍보효과를 제대로 본 듯 하다.
그밖에도 호텔GM이 행사 전반에 오래 참여하며 친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호텔에선 행사도중에 에어컨이나 하우스조명/음향 조정 등을 위해 호텔지원팀 매니저를 찾으러 뛰어다닐 필요없이 모바일앱으로 일괄 소통/조정이 가능하다고 깨알 자랑을 했는데 이 말이 내 인상에도 남는 걸 보면 제대로 어필된 거다.
주요 회의는 바로 옆 소피텔(Sofitel) 호텔의 연회장을 이용했다. 참가규모 자체가 50-100명 정도의 작은 행사고, 서로 자주 만나는 사이들이니 불필요한 기념품들을 제작했을 거라 기대하진 않았다. 그래도 작은 안내리플릿도 없길래 혹시 없냐고 물었다가, 요즘도 그런 것을 찾느냐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내게 행사 모바일앱 사용을 찬찬히 알려주려 했다. 당연히 한국도 앱을 활용한다고 일축했으나, 이렇게 앱 활용도가 높은 행사는 처음 보아서 당황했던 것 같다.
첫 세션은 closed disscussion 형식으로 진행됐다. 4개조로 나뉘어 업계의 현 pressing issues 에 대해 논의 후 짧은 발표를 했다. 각 조 별로 1) Budget (X/Y alignment로 설명), 2) Digital Distruption, 3)Attracts (고객만족), 4)Underlying challenges 라고 답을 냈으며, 장소를 홀로 옮겨 PCMA 회장이 결과를 발표하고 본인의 스피치를 더했다.
PCMA 회장 Sherrif Karamat 은 MICE Industry 가 아니라 Business Events로 강조하여 불러야 한다는 말을 했는데, 아직 이 구분의 뉘앙스를 잘 모르겠지만(;;), 이 업무가 사회변혁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고무적인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가장 기대했던 순간! 음식을 어느수준으로 준비했을 지 입국하면서부터 궁금해했었다. 여러 외교리셉션을 다녀보면 간단하게 핑거푸드와 음료만 내놓는 곳도 많아서, 과연 미국이 주최하면 어떤 분위기일까, 그래도 태국에서 열리니 동양 문화에 걸맞게 푸짐하게 준비하지 않았을까, 라고 나름 여러 추측을 했었다. 가히 웰컴리셉션은 TCEB(태국전시컨벤션뷰로)에서 후원하에, 하얏트리젠시 호텔의 협조까지 더해져, 태국 전통음식 위주로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후원의 댓가로 TCEB 국장 축사와 홍보영상 상영 시간이 있었다. 통계란 갖다 붙이기 나름이라지만, UIA 통계를 빌어 서울이 전세계 컨벤션시티 3위라는 홍보물만 접하다가, 방콕이 아시아 최고라는 자료들을 보고 있자니 혼란스러웠다. 뭐 그 비교우위는 잘 모르겠지만, 태국 정부의 국가발전전략에서 People Business가 얼마나 중시 되는 지 그 구상에 대한 설명은 충분했고 납득됐다.
웰컴리셉션을 더욱 돋보이게 했던 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였다.
우선 여러 호텔 체인의 세일즈팀도 이번 행사의 주요 참가 그룹이었으니 그 협찬에 힘입어 각 호텔의 숙박권이 걸려있는 Lucky Draw가 있었다.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포토카드 인화와 이메일로 원본 전송을 해주는 트렌디한 코너가 있었고,
가장 반응이 좋았던 건 영어가 가능한 포츈텔러를 섭외해 점을 봐주는 코너였다. 으하하 :) 태국의 손금 점은 어떨까 싶어 나도 줄을 서서 점을 봤다. 내게 외국인 남자친구가 있다는 걸 맞춰서 신기했는데 나중에 다른 이들에게 물으니 태국서 많이 쓰이는 레퍼토리란다. 마치 한국인에게 위장병이 있다고 경고하는 정도의 빈도인가보다.(;;)
그밖에 캐리커쳐, 타이마사지, 호텔 수영장 이용 등을 준비해둬서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했다.
그러면 2편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