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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 Oct 29. 2022

배움의 방법 (3)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방통대 학위과정 경험담

한국에 아주 좋은 국립대가 하나 있는데 이는 바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KNOU : Korea National Open University)이다. 예전에는 텔레비전에 있는 방송대 채널!정도로 생각했는데, 직장을 다니면서 몇 가지를 더 배우고 싶어 2년 전 방통대에 3학년으로 편입했고, 복수전공을 하여 졸업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https://www.knou.ac.kr/


자세한 것은 방통대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고, 나는 경험담을 중심으로 적어보려고 한다.


1. 어떤 전공을 선택했나?

나는 통계데이터과학과 농학을 선택했다. 농학의 경우 복수전공 과목으로 선택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농학을 본전공으로, 통계데이터과학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했고, 통계데이터 과목을 더 많이 들었다(3학년 편입 복수전공시 복수전공을 더 많이 듣게 된다). 나의 경우 이미 대학교 학부를 졸업한 상태였기 때문에 3학년 편입을 선택했지만, 1학년 과정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2년 안에 복수전공으로 듣다보니 커리큘럼대로 밟아나가지 못해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과목들이 있다.


전공들은 사실 조금 실용적이거나 응용학문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과목들을 위주로 한다. 아주 고전적인 과목, 기초학문분야는 다양성이 조금 낮다(예를 들면 철학, 사회학, 생물학, 물리학 같은 과목은 없다). 아무래도 그런 과목까지 다 다루기는 좀 쉽지 않은 것 같긴 하다. 

(2022년 현재 전공, 웹사이트 참조)

- 인문과학대학(국어국문, 영어영문, 중어중문, 프랑스언어문학, 일본학과)

- 사회과학대학(법, 행정, 경제, 경영, 무역, 미디어영상, 관광, 사회복지연계, 사회복지)

- 자연과학대학(농학, 생활과학부, 컴퓨터과학, 통계데이터, 보건환경, 간호)

- 교육과학대학(교육, 청소년, 유아교육, 문화교양, 생활체육)


그래도 과목별로 커리큘럼을 보면 자신이 원하는 기초과목을 찾을 수 있으니 관련 과목의 커리큘럼을 살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농학과에서 열리는 '농업생물화학(고한종 교수님이 강의하신다)'과목은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생화학의 기초 강의인데, 정말 책도 명작이고 강의도 명강이라 처음 화학과 생물을 접하는 누구나에게 추천한다. 


2. 수업의 수준은?

수업의 수준은 꽤 높다. 특히 4학년 과목으로 갈 경우 어느 정도 공부 자체에 자신이 있다하더라도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어려움의 양상은 (1) 커버하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많아서 어려운 경우 (2) 개념이 이해도 안 되는데 그걸 응용하는 과목들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뉘었고, 두 가지가 중복된 경우도 있었다. 마지막 경우는 정말 눈물을 흘리면서 과제를 하게 되는 일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로 중요한 점은 정해진 과목의 순서를 맞춰서 따라가는 것이다. 하지만 때때로 수업을 이해하는 것과 시험문제는 어느정도 별개일 수 있다. 과목 내용이 너무 많고 어려운 일부 경우에는(데이터 통계의 일부 과목들은 때로 공대 대학원생도 최근에 배운 개념이라고 소개해줄 정도로 어려운 개념들을 다루기도 했다) 시험 문제가 어느정도 반복적인 경우들이 있다. 기출을 보고 가는 것을 당연히 추천한다. 만약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시험 기출만 어느정도 보고 가면 어느정도는 풀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농학과가 기출에서 내지 않는 경우(불의타?)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내용은 엄청 많은데 기출에서 반복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과목은 아예 이건 다 볼 수가 없다고 포기하고 갔고, 반 정도만 푸는 것을 목표로 했다(나에게 그건 식물의학이었다).


확실한 것은 다루는 내용이 꽤나 깊고, 교수님들도 대체로 엄청난 분들이다. 다만 때때로 그냥 선형적으로 교재를 읽어나가거나 증명을 줄줄줄 이어서 하는 교수님이 있고, 설명을 잘 해주는 교수님들이 있는데, 한 번은 설명을 기가막히게 잘 해주는 교수님한테 듣다가 중간에 전자같은 교수님으로 바뀌는 일도 있었다. 인터넷강의 특성상 중간에 농담을 하거나 쉬는 경우가 적다.


3. 과목의 특징?

당연하겠지만 'OO의 기초/이해' 같은 해당 개념의 개괄을 보는 과목들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시험문제도 심하게 꼬아서 내는 경우가 적다. 구체적인 주제를 다룰수록 (예를들면 <데이터 분석의 이해> 보다는 <회귀분석>이) 깊이가 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아마 높은 학년의 과목으로 분류될 것이다). 


4. 공부량/시험 일정

직장 다니면서 할 수는 있는데 전공을 풀로 들을경우 평일에는 졸면서 인강 하나라도 듣고 주말을 헌납하여 공부하는 것이 어느정도 고학점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그만큼 공부량이 적지 않다(과목별로 조금 다를 수는 있을 것 같다). 시험 기간에는 확실히 일주일은 계속 공부하다시피 해야 어느정도 득점이 가능한 것 같다. 다만 시험 기간을 한 달 정도 범위 내에서 띄엄띄엄 배치할 수 있어서, 이를 이용하면 좋다. 최근부터는 지역대학에 출석하여 태블릿 pc로 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자신이 원하는 날짜를 시험 기간 내에서 선택하고, 그 시간과 일자에 맞춰서 시험을 보러 가야한다. 시험장에서 딱 한 번, 지난 날짜에 온 사람을 봤다...


5. 누가 챙겨주나?

방통대는 다소 각개전투이다. 누가 내 안부를 물어봐주지도 않고, 공부하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챙겨주지도 않는다. 때때로 필수적인 안내는 문자를 통해 오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몇주동안 강의를 놓고 잊고 있다고 해도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는 점.. 스스로 감시하고, 다이어리와 학사달력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6. 다른 대학교/대학원을 다니면서 다닐 수 있나?

일부 학교는 이중학적을 금지한다. 현재 다니는 학교의 학칙을 확인해봐야 한다. 등록금이 한 학기 37만원 정도인데 이 또한 부담해야 한다. (사실 단일 대학교로서는 어마어마하게 싸다. 다른 사이버 대학들이 이렇게 싸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국립이라 가능한 등록금 같다)


*


배움의 경험 평 : 좀 더 차근차근 열심히 할 걸이라는 후회를 한다. 일과 병행하면서 평소에 좀 놓고 있다가 시험기간에 부랴부랴 벼락치기를 하는 생활을 역시나 조금 반복했다. 하지만 원래 전공이라는 게 낙숫물 바위 뚫듯 여러 과목에서 계속해서 기초 개념을 쌓으면서 어떻게든 이후에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있는 수준까지는 끌어올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백지에 내가 그 개념들을 쏟아놓을 수 있다면 나는 배우는 인간이 아니라 컴퓨터일 것이다. 너무 힘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몇가지 통계개념을 놓지 않고 그 개념을 이해하려고 애쓰던 시간들, 내가 모르던 것을 배워가던 시간들(곤충이 생존에 유리한 이유 등)은 소중했고 뿌듯했다. 만약 내가 배우고 싶은 다른 고전적인 기초과목들이 있었더라면 다시 다니고 싶을 정도다. 내 남은 생애 한 번쯤 다시 도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전공 콜렉터인 분들이 진짜로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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