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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코 Mar 05. 2020

24. 알찬 하루

멕시코/칸쿤

칸쿤에 온 첫날은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숙소에서 즉석밥을 해 먹고 쉬기만 해서 글이 없다. 오늘은 드디어 둘째 날, 한국인 가이드가 이끄는 투어를 하는 날이다.

핑크 호수, 익켈세노떼 그리고 치첸이샤까지 세 군데를 무려 하루 만에 도는 힘든 투어이다. 무려 새벽 6시 40분이 픽업 시간, 늦지 않게 준비하고 픽업 장소로 나갔다.

나를 비롯해 혼자 온 분이 한분 계셨고 친구랑 온 두세 팀 정도 외에 대부분이 신혼 여행자 커플분들이셨다. 역시나 칸쿤, 신혼여행지의 성지이다.


처음으로 들른 곳은 핑크 호수, 칸쿤에서 꽤나 떨어진 곳이었다. 도착하니 운 좋게도 플라맹고도 보였고 정말 핑크색의 물결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딸기 셰이크를 물에 풀어넣은 듯한 느낌, 생전 처음 보는 풍경, 아름다웠다. 홀로 쭈뼜이며 있으니 가이드께서 사진을 찍어주시겠다고 했다. 사진 전공자 시라며 이래저래 포즈도 취하게 하시는 등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셨고 그 모습을 본 다른 투어객분들도 가이드님에게 사진에 찍히고자 어느새 줄을 서 계셨다. 핑크 호수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30분 정도인데 가이드님은 내내 우리의 사진을 찍어주시느라 고생을 하셨다.

핑크 호수에서 다음 코스까진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되었고 가이드님께선 아포칼립토라는 마야문명을 바탕으로 한 영화를 보여주셨다.


다음으로 간 곳은 익켈세노떼, 세노떼란 마치 싱크홀 같은 지형에 물이 찬 것으로 유카탄 반도에만 나타나는 지형의 형태라고 한다. 상당히 많은 세노떼가 있는데 그중에서 우리가 간 곳이 가장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들러서 밥을 먹으며 혼자 온 다른 여행자 분과도 어느새 친해졌다. 난 사실 물을 무서워한다. 무릎 이상이 한계기에 수영은 하지 않고 발만 담거야지 하는 생각으로 세노떼로 향했다. 그런데 세노떼가 마치 반으로 자른 페트병에 물을 담아놓은 느낌이라 상당히 깊었고 발을 담글 수 있는 형태가 아니었다. 깊은 물에서 수영하거나 구경만 하거나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것이었다.(구명조끼라는 선택지도 있긴 했지만 그렇게 까지 들어가 보고 싶진 않았다.) 당연히 난 구경만 했다. 몇몇 멋진 사람들은 다이빙을 하는 등 나로선 상상도 못 할 과감한 도전들을 하고 계셨다.


마지막 도착지는 오늘의 하이라이트 치첸이샤!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 하는데 사실 난 평범한 피라미드가 왜 불가사의 지라는 생각을 하고 별 기대 없이 치첸이샤에 방문했다. 그런데 웬걸, 박수를 치거나 소리를 내니 치첸이샤에서 '삐이'하는 소리가 메아리쳐 울리는 것이 아닌가. 이 소리가 나는 이유는 치첸이샤 밑에 세노떼가 있는데 그게 울림통 역할을 해서 라고 한다. 다만 소리가 케찰이라는 새의 울음소리와 비슷한데 어떻게 그런 소리가 나는지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라고 한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단순 잔디 위 돌덩이처럼 보였던 치첸이샤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고 신기하고 진귀했다.

뿐만 아니라 마야인들이 인간제물을 바치던 재단과 공 경기를 하던 경기장 등도 살펴보았다.

여기 오기 전 마야인들에 대한 영화를 보여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는 사진을 충분히 찍은 후 잔디밭에 가만히 앉아 유적들을 보며 영화의 등장인물들을 생각하며 당시의 상황이 어땠을지를 곰곰이 상상해보았다. 이 자리, 이 장소에서 마야인들은 그렇게 살았던 것이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뭔가 기분이 좋아졌다. 마야문명의 한 복판에 내가 있다그렇게 기분 좋은 상상을 하여 보았다.


투어는 그렇게 끝이 났다. 하루치고 너무도 힘들었지만 알차고 보람찬 투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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