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아이를 부러워하지 말자
유치원 참여수업 날이었다.
대중교통을 타면 조금은 어려운 애매한 위치에 있는 곳이었기에, 수업을 마친 후에 집에 가는 길이 조금은 걱정되었는데 아들 친구 어머니가 태워주신다고 하셔서 편한 마음으로 동승했다.
아들은 차를 타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친구는 어떻게 엄마랑 산에 처음 오냐고 놀라고, 친구 엄마도 자기들은 매주 가서 아들에겐 놀랄 일일 거라는 말을 했다. 나는 속으로 '왜 처음이야. 작년에도 갔지.' 등 여러 말이 올라왔지만, 이미 위축되어있던 마음은 쑥스러운 웃음과 함께 변명하듯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 제가 남편이 주말에 일을 해서요- 하하하, 토요일에 대신 둘이서 여기저기 다녀요! 박물관이나 미술관이나 전시회 같은! 하하하"
그냥 그때
"네가 산 말고 다른 곳 가고 싶다고 해서 안 갔던 거지~"라고 여유롭게 받아쳤으면 아들은 분명
"웅 맞아, 그랬어." 라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했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집에 가는 길에는 아들 친구가 자기 가려는 곳에 같이 가자고 해서 갑자기 먼 곳까지 이동하게 되었다.
난 그날 유독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뿐인데, "괜찮으세요? 힘드시죠."라고 하는 친구 엄마의 말에 "아, 좀 지치네요."라고 해버렸고, "전 이 패턴이 익숙한데 지치시겠네요."라는 말에 또 아차 싶었다.
나도 토요일엔 하루 종일 다니는 거 익숙한데, 다만 오늘 컨디션이 좀 안 좋았을 뿐인데. 이미 나는 아들과 많은 활동을 하지 않는 엄마가 되었던 것이다.
엄마 아빠랑 주말에 많이 놀러 다니지 못하는 아이가 되어버린 내 아들.
처량해진 내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나의 부끄러운 민낯을 발견해버렸다.
친구 엄마의 차를 타러 가는 길에, 그 친구는 주말마다 캠핑도 가고 낚시도 다니며 여러 액티비티 한 활동을 한다는 걸 듣고 내심 부러웠던 것이다. 우리는 큰 마음먹어야 가끔 할 수 있는 활동을 자주 한다니, 내가 사역자의 아내이기에 해주고 싶어도 못 해주는 영역이었기에 미안한 마음이 올라왔던 것이다. 이미 위축되어버린 상태에서 여유롭게 상황을 넘기지 못한 내가 부끄러웠고, 나름대로 열심히 다녔던 시간이 초라해졌던 것이다.
타인이 날 어떻게 보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내가 당당하고, 내 아들이 행복해하면 다라는 것도 잘 알면서
단단한 마음으로 웃어넘기지 못했다는 것이 날 더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다음날 하루 종일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나는 그날따라 유독 안겨드는 아들에게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찬아, 어제 친구 부러웠어?"
"뭐가?"
"친구는 엄마랑 캠핑도 다니고 낚시도 다니고 산에도 자주 가잖아."
"아니? 전혀 부럽지 않았는데?"
"그래? 그런데 어제는 왜 엄마랑 산에 처음 왔다고 그랬어?"
"그냥~"
"엄마가 가끔 산 갈까 다른 데 갈까 했을 때 다른 데 간다고 해서 안 갔던 거잖아. 그렇지?"
"웅 맞아. 그랬어. 크크크"
별 것 아닌 일에도 크게 반응하는 유리 멘털인 나는 앞으로 학부모의 세계에서 어떻게 버텨낼지, 벌써부터 발끝에서 두려움이 올라온다.
그저 내 아이의 눈동자에 집중하고,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 하는 정신력을 키우길.
하루에도 몇십 번씩 널뛰기를 하는 감정선을 조용히 부여잡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