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블라디보스톡 여행기
보통은 아쉬운 감정과 함께 지나갈 여행의 마지막 날이지만 블라디보스톡 여행은 유독 '만족스러움'이 차지하는 비율이 컸다.
퍼스트 시티 에끌레어
정해진 여행 기간 동안 같은 장소를 여러 번 가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현재의 여행지에 다시 올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으니 새로운 곳을 개척하는 것이 비교적 후회가 남지 않는 선택이니까. 하지만 에끌레어의 감격스러운 맛에 흠뻑 젖어버린 우리는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퍼스트 시티 에끌레어를 단 한 번만 먹는 건 슬픈 일이야.’ 블라디보스톡 여행의 마지막 날, 숙소에서 나오자마자 에끌레어 가게로 향했다.
최대한 많은 종류의 에끌레어를 섭렵하고 싶은 마음에 어제 먹어보지 않은 종류로 주문을 했다. 역시나 에끌레어의 맛은 황홀했고, '재방문'이라는 선택에 전혀 후회를 남기지 않았다. 필자는 과거 경험의 반복보다는 새로운 것을 개척하는 편이 훨씬 더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에끌레어의 맛이 그리워 블라디보스톡으로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퍼스트시티 에끌레어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퍼스트 시티 에끌레어
영업시간 : 08:30 ~ 20:00
위치 : 굼 옛 마당
추천 메뉴 : 모든 에끌레어
주의사항 : 조기 품절될 수 있으니 일어나자마자 가는 것을 추천
가격 : 에끌레어 4가지 + 음료 1잔 = 1090루블 (약 20,000원)
Five o'clock
아침 일찍부터 영업하는 곳이라 여행의 마지막 날에 조식을 먹기 좋을 것 같아 미리 점찍어둔 곳이다. 여러 종류의 크루아상, 팟파이 등과 같은 브런치 메뉴와 머핀, 쿠키, 조각 케이크 등의 디저트를 판매하고 있었다. 직전에 에끌레어를 먹었기 때문에 단 것보다는 짠 음식이 당겨서 소시지 크루아상과 버섯 팟파이를 주문했다. 소시지 크루아상은 단짠단짠의 비율이 적합해 만족스럽게 먹었지만 팟파이는 느끼해서 그다지 취향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느낀 것인데 가게에서 판매하는 음식, 내부의 분위기, 그리고 흐르는 음악까지 왠지 영국에 온듯한 기분이 들었다. 식사하는 동안 애정 하는 'Coldplay'의 노래가 주야장천 나와서 행복했다.
Five o'clock
영업시간 : 월 ~금 / 08:00 ~ 21:00
토 / 09:00 ~ 21:00
일 / 11:00 ~ 21:00
위치 : 아르바트 거리
추천 메뉴 : 크루아상
가격 : 음식 2가지 + 음료 2잔 = 365루블 (약 6,500원)
블라디보스톡 기차역
블라디보스톡 기차역은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 노선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동쪽 종착역이다. 시간이 맞지 않아 기차역에서 공항까지 열차로 이동하는 것은 포기했다. 오로지 구경 목적으로 기차역을 가기에는 마땅히 볼 게 있을까 싶어 여행 계획에 넣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지만 떠나기 직전까지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어 부랴부랴 마지막 일정에 넣은 곳이다. 기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굳이 여행 계획에 넣지 않는 게 태반인지 기차역에 들렸을 때 우리를 제외하고 패키지 상품으로 온 어르신들밖에 없었다. 하지만 삼각대를 놓고 하늘과 기차역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많이 남긴 곳이라 고민 끝에 들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Supra (조지아 음식 전문점)
블라디보스톡 내의 조지아 음식 전문점 '수프라'는 사전 예약이 불가능해서 가게에 직접 방문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식당 안에서 대기할 때 사과와 음료가 제공된다. 사과를 처음 발견했을 때 기다리는 동안 과일도 주냐며 마냥 신기했지만 사전 예약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는 사과의 존재를 수긍하게 되었다.
블라디보스톡에서 방문한 레스토랑 모두 양고기를 판매하는 거 보니 러시아 사람들은 양고기를 즐겨먹는 듯하다. 필자 또한 양고기를 참 좋아해서 샤슬릭을 주문할 때 양고기와 뼈 붙은 양고기 둘 다 주문했다. 한 그릇에 푸짐하게 제공돼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블라디보스톡의 여러 가게에서 양고기를 접하며 든 생각, '양고기는 언제나 옳다!' 양고기 특유의 향과 맛에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한다.
조지아식 군만두라는 '체브레키' 정말 강력 추천하는 메뉴이다. 보는 재미와 먹는 재미 둘 다 쟁취할 수 있는 음식이다. 부풀린 공갈빵처럼 생긴 체브레키를 식탁에 놓을 때 생애 처음 보는 비주얼이라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우와 ~" 체브레키를 잘라서 속 재료와 함께 뜯어먹으면 맛에 한 번 더 "우와 ~"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하차푸리는 느끼해서 별로였다.
조지아식 만두 힝칼리는 공항까지 가는 시간이 빠듯해서 따로 포장해서 맛을 봤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육즙이 흐르고, 특유의 향신료 향이 느껴진다. 양고기를 좋아한다면 힝칼리 정도는 가볍게 먹어치울 듯하다.
러시아는 술, 특히 보드카와 같은 독한 술로 유명한 곳이다. 날씨가 많이 추운 국가라서 예로부터 독한 술을 즐겨 마시며 몸을 따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 여행 온 기분을 내려고 식당에 갈 때마다 보드카나 칵테일 등 술을 주문해서 마셨는데 한국에서 마시는 것보다 몇 배로 독하다. 러시아가 술을 많이 넣어 제조하는 것인지 우리나라가 술을 적게 넣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필자처럼 쓴맛을 싫어해 술을 즐겨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면 주문해도 남길 확률이 높다.
Supra (조지아 음식 전문점)
영업시간 : 12:00 ~ 24:00
위치 : 해양공원 입구 근처
추천 메뉴 : 체브레키 완전 강추
주의사항 : 사전 예약을 받지 않아 식당에 직접 방문해 기다려야 한다.
가격 : 음식 5가지 + 음료 2가지 = 2830 루블 (약 50,000원)
블라디보스톡 공항
여행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갈 비행기를 기다리며 공항에 앉아 있을 때 항상 여러 가지 만감이 교차한다. 짧게나마 삶의 질이 향상되었음에 행복함을 느끼고, 떠나기 아쉬운 마음 가득 담아 그 시간을 보낸다. 블라디보스톡 공항에서 느낀 감정도 그러했지만 유독 '만족스러움'이 차지하는 비율이 컸다.
2박 3일 일정의 여행은 직장인들도 연차를 활용해서 주말을 포함해 떠날 수 있는 기간이라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행을 충분히 다니기에는 짧디짧은 일정이다. 그래서 2박 3일 여행 후기를 찾아보면 여행 기간이 짧아서 아쉬웠다는 의견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블라디보스톡 여행은 달랐다. 아쉬움보다는 만족스러움이 차지하는 비율이 컸다.
블라디보스톡은 러시아의 끝에 위치한 아담한 동네이다. 대부분 모든 곳을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작은 동네이기 때문에 짧은 일정이라도 충분히 많은 곳을 누비고, 다양한 음식을 먹으며 여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문화 시설이나 편의 시설도 갖출 만한 거 다 갖춰져 있고, 식당에서 제공하는 음식의 맛 또한 수준이 낮지 않기 때문에 여행의 질적인 부분에서도 대체적으로 만족스럽다.
짧은 여행 기간이 주어졌다면 여유 없이 빡빡한 일정에 맞춰 여행을 떠나는 것보다 걸어서 어디든 갈 수 있는 아담한 동네 블라스보스톡으로 여행 가서 저렴한 물가의 덕까지 누리며 여유롭게 욜로 라이프를 즐기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블라디보스톡은 단 기간 여행에 최적화된, 짧은 비행시간에 비해 확연히 색다른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여행지이다.
3일 차 일정
퍼스트 시티 에끌레어 - Five o'clock - 블라디보스톡 기차역- Supra - 블라디보스톡 공항
글, 사진 : 방랑자 에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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