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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태 Mar 08. 2022

'존버' 못하는 보수: 안철수와 유승민을 보며

중도보수 성향의  "제3지대"의 지속이 왜 힘든지에 대한 고찰

     2022년 3월 3일 새벽, 대선 정국 막판에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가 후보직을 사퇴하며, 극적으로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었다. 물론 그 당시엔 몰랐지만 (적어도 나는 몰랐다) 전날 후보 토론에서 두 후보가 동일한 빨간 넥타이를 입고 온 점이, 그러한 단일화를 암시했을 것이다. 이에 대하여 정치적으로 의견이 분분하며, 3월 9일에 있을 20대 대통령 선거에 어떠한 영향을 줄 지에 대해서 이미 수많은 평론가 및 일반 시민들이 의견을 내놓았으나, 필자는 그 점에 대해서, 정치적 중립성 및 글의 흐름을 고려, 본문에서 다룰 의향이 없다

'22년 3월 2일 치러진 제3차 대선 토론 (출처: 중앙일보) 

     본 블로그를 통해, 안철수와 같은 중도(또는 중도보수) 성향의 정치인들의 홀로서기가 왜 힘든지에 대해서, 다소 차별화된 관점에서 분석을 제시해보려고 한다. 현재 국민의힘 유승민 의원이 한때 속했던 정당들의 연혁을 한번 봐 보자. 2016년 말 바른정당 창당 설립에 기여하였는데, 그 당 또한 불과 1년 2월여 후 국민의당과 합당을 하여 바른미래당이 되고, 바른미래당 또한 2020년 2월 미래통합당(국민의 힘 전신 정당)으로 흡수된다. 소수정당의 일원으로 3년여의 기간 동안 버텨온(?) 유승민 의원이 기록이 길다면 길 수도 있고, 짧다면 짧을 수도 있다. 안철수 대표도 마찬가지로, 국민의당-바른미래당-국민의 당 이렇게 당적을 바꾸며, 현재까지 6년의 기간을 소수정당 소속으로 정치생명을 이어왔다고 볼 수 있다. 결국은 더 큰 정당으로 자리를 옮길 것 (제20대 대선 후로 전망)으로 전망되는 면에서, 안철수 또한 유승민의 전철을 밟는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진보 측 정치인들의 소수 정당 내에서의 이력은 어떠한가? 심상정 의원의 경우도 2012년 대선에서 한번 사퇴를 한 적이 있으나, 2017년 19대 대선 및 2022년 20대 대선은 완주했거나, 완주 예정이다. 예전의 국민승리21 및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3번의 대권 도전을 한 권영길 의원도, 오랜 기간을 소수정당의 일원으로 양당 체제에 대한 대안을 제공하려고 했다고 볼 수 있다. 


   중도보수 계열 정치인과 비교하여, 진보계열 정치인들이 조금 더 오랫동안 꿋꿋하게 대권 도전에 임해왔다는 잠정적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물론 이는 깔끔한 정량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은 아니나, 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도보수 정치인들이 진보계열 정치인보다 재야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계속 제3지대에서 독립적으로 정치생활을 영위하는 것에 대해 더 힘들어할 수 있다는 가정을 여기서 하고자 한다. 아울러 그러한 어려움의 내면에는 중도보수라는 성향, 그리고 그러한 정치인들의 기질 및 이력 등이 복합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한번 내비쳐 본다. 

    

   체제 정당화 이론 (system justification theory)라는 이론이 존재하는데, 이는 본질적으로 개개인이 본인이 살고 있는 국가나 사회, 환경 등이 근본적으로 정의롭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피력한 정치 사회 심리 이론 중 하나이다. 체제 정당화에 대해 보다 더 강한 긍정을 할수록,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 더 강하게 나타나며, 그러한 안정성에 대한 추구는 정치적 보수성과도 맥을 같이 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다수 존재한다. 안철수나 유승민의 정치인 이전의 삶을 돌아보면, 그러한 사회의 틀 및 제도권 내에서 살아온 족적을 볼 수 있다. 유승민 의원의 경우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안철수는 의사 및 창업가, 대학교수의 길을 걸어왔다. 각자의 삶에서, 유승민 및 안철수 모두 나름 개혁적이고 할 말 하는 사람들임은 부정하기 힘들다. 유승민 의원은 IMF 위기 해결에 대한 소신있게 '할 말 다하는' 학자였으며, 안철수 대표 또한 의사 출신으로서 컴퓨터 사이언스 영역의 안철수 연구소를 설립하는 혁신가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경우, 기성 사회에 대하여 근본적인 회의감을 가지고, 반기를 들었다고 보기는 상당히 어렵다. 노동운동 참여로 인해 수배까지 받았거나 (심상정), 언론노동조합 창설에 적극적으로 임했던 (권영길) 케이스와는 상당히 결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안철수나 유승민은 변화를 추구했어도, 어디까지나 사회나 조직의 범주 내에서 그러한 활동을 영위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정치인들이 소수정당의 대표로 일정 기간을 초과하여 홀로서기를 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점은 놀랍지 않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중도보수 성향의 개개인은 "체제 수호"라는 명분을 위해서는 단합을 하는 성향을 보인다고도 할 수 있는데(이를 상당 부분 입증하는 연구 결과들 또한 존재함), 이는 미국의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공화당 후보로 채택된 후 경선 당시 트럼프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가졌던 기타 후보들은 물론이고, 그러한 입장을 견지했던 보수층 유권자 상당수가 트럼프 지지로 결집했다는 점을 감안해서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내각제 또는 대통령제 시스템 내에서 다당제로의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이러한 중도보수 계열의 정치인들이 보다 더 오랫동안 홀로서기를 할 수도 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영국 총리로 재직했던 보수당 정치인 데이비드 캐머런은 최초로 당선된 직후(2010년 총선) 중도좌파 성향의 제3당 자유민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였는데, 결과적으로 자유민주당은 적어도 2015년 총선까지 중도보수 정당의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정치에서 정당 구조, 정치 시스템 등의 구조적 요인도 중요하나, 정치인 개개인이 걸어온 족적이 무조건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볼 수 없다. 중도보수라는 성향과 기질이, 근본적으로 시스템 수호와 시스템 내에서의 (어느 정도 타협에 기반한) 성공을 중요시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지속적인 "홀로서기" (즉, 양당제라는 상황 하 지속적인 제3지대 잔류)는 기존의 가치관 및 삶의 모습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유럽 국가들에서 흔히 보이는 급진 보수 정당은 별도로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그러한 정당들은 급진 진보 세력과 유사하게 근본적으로 현재 시스템에 보다 더 근본적인 개혁을 하고자 하는 정치세력이며, 그로 인해 중도보수 세력의 기질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을 수도 있다. 

     

       필자의 시각에서, 진정한 의미의 다당제로 전환이 되지 않는 이상, 대한민국 내에서 중도보수 계열의 제3당이 유의미한 정치 세력으로 오랜 기간 동안 존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단 유승민이나 안철수와 같은 리더뿐만 아니라, 그러한 정당 내에 가입한 일반 당원 또는 기타 정치인들도, 기질 및 걸어온 길을 감안해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혁신 보수"라는 슬로건이 살아남더라도, 그 슬로건은 여럿의 정당이 아닌, 하나의 정당 내에서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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