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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수 May 31. 2022

하릴없이 또 마음 같지 않게

졸업 일기, 5월 편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까에서 출발한 질문은 마음 같지 않음이라는 답으로 끝나곤 합니다. 이야기를 쓰는 일은 이성적인 작업이면서 동시에 또 감정적인 작업이라서 생각의 알고리즘이 엉망진창입니다. 저도 이해하지 못한 논리를 누군가에게 설득해야 합니다. 하지만 가장 훈련해야 하는 것은 내가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겁니다.


틀렸다는 말이 아닙니다. 절대적인 정답도 오답도 없을 수도 있겠죠. 문제는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겠죠. 가능성 앞에서 매달리는 게 전부 같기도 합니다. 그 가능성이라는 게 거창하고 대단한 것도 아닙니다. 증명할 수 없는 법칙이나 참 거짓을 알지 못하는 명제가 아닙니다. 


그럴 수도 있지만,

그럴지도 모르겠어,

너 말이 맞을 수도 있어 하지만.

결국은 마음 같지 않은 것 투성이입니다. 정답이 있는 길이었다면 훨씬 더 쉬웠을 겁니다. 그러나 이 길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 정답이 없어서였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애초에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투성이입니다. 


시간을 돌리는 것과 미래를 알 수 있는 것 중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시간을 돌리고 싶습니다. 막연한 생각입니다. 정확한 어떤 지점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순간순간의 선택들이 모여서 지금이 되었습니다. 최고의 선택들인지 모르겠지만 최선의 선택이었을 겁니다. 그러면 지금의 삶이 최고의 삶은 아니지만 최선의 삶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그 최선이라는 단어가 요즘 부쩍 아프게 읽히는 단어입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와 할 수 있는 이야기와 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이 최선일지 알고 싶습니다. 최선의 선택을 긍정하는 것과 선택하지 않은 나머지 일들을 부정하는 것 중 덜 아픈 일이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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