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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수 Jul 31. 2022

실패의 면역 : 그건 아마 열심히 살지 않아서

졸업 일기, 6월과 7월 편

 실패에는 면역이 생기지 않습니다. 항상 최악을 상상하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안 괜찮은 게 마음이었습니다. 실패까지 사랑한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추락의 충격은 결코 익숙해지지 않았지만 한 가지 늘어난 것이 있습니다. 바로 회복력입니다. 


 어느 드라마 속 대사처럼 저는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했습니다. 그렇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건 아마 열심히 살지 않아서다.' 생각 너머에 묻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문장입니다. 마음을 돌리면 탓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러지 않기로 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었던 것을 구분 지어 봅니다. 좌절에 익숙해지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에 속했습니다.


 남극에 사는 펭귄이 넘어지는 영상을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펭귄은 어째서 넘어지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를 하지 않았을까. 발바닥에 마찰력을 가질 수는 없었을까. 어떤 불가항력적인 힘이 있었을까요. 펭귄은 오히려 넘어져도 아프지 않은 방향으로 진화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사람도 펭귄과 비슷한 방향으로 단단해지는 거 같습니다. 넘어지지 않는 방향보다 넘어져도 아프지 않은 방향으로, 넘어져도 금방 나아질 수 있는 형태로요. 그건 사실 어쩔 수 없으니까요.


 오늘 하루 한 가장 생산적인 일은 깨진 핸드폰 필름을 다시 붙이는 거였습니다. 케이스를 하지 않고 다니면서 떨어뜨리기는 너무 자주 떨어뜨려서 매번 필름이 깨지고는 합니다. 깨진 필름을 떼기 전엔 마음이 불안합니다. 혹시라도 깨진 것이 필름 너머에 액정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직까지 액정이 깨진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저는 그게 단지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 작은 핸드폰도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단단한 것일 뿐입니다. 그렇게 깨진 필름을 벗기고 새로운 필름을 부착했을 때 이상하게 작은 위안이 옵니다.


 



 이번 여름에 든 생각들입니다. 


 영화를 하는 일은 결국 사랑을 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건 영화를 사랑하는 일과는 다르다. 
 사랑에는 불가항력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불가항력에 맞서 노력하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세상이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느껴지는 건 행복이 너무 많아서는 아닐까. 슬픔이 필요하면 좋겠다.




 저는 그동안 열심히 살지 않았기 때문에 열심히 살기 위해 밖으로 나왔습니다. 절망감으로 누워있는 시간은 이제 하루 정도면 충분합니다. 제가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은 운동을 하는 것도 새로운 무언가를 하는 것도 아니라 여전히 글을 쓰는 일이었습니다. 다행히 여름이 전부 가기 전에 글을 쓸 수 있어서 스스로가 괜찮습니다.


앞으로 조금 더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야겠습니다.


이번 여름의 다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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