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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선생 Jan 13. 2019

#9. 한국학 국제 컨퍼런스 참여기: 두 번째

카자흐스탄에서 받은 위로

   2017년에 갔던 과테말라 한국학 포럼에 이어 2018년 10월에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해외한국학 씨앗형 사업 국제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었다. 한국학 중앙연구원의 한국학 진흥사업단은 씨앗형 사업 공모를 통해 지원할 학교를 선발하고 3년 동안 선정된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이제 막 한국학을 시작하는 곳에 '한국학의 씨앗'을 뿌린다는 의미로 '씨앗형 사업'이다) 우리 학과는 2016년 6월부터 씨앗형 사업으로 선정되었고,  2018년 10월은 사업이 끝나갈 무렵에 있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늘 다른 학교는 어떻게 하는 지 궁금했던 터라 카자흐스탄에 가기 전부터 무척 설레었다.

   파라과이부터 카자흐스탄은 거의 한국을 가는 것과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 서른 시간이 넘는 비행을 하여 알마티에 새벽녘에 도착했다. 오는 데에도 서른시간이 넘게 걸렸으니, 오고 가고만 벌써 3일을 잡아 먹는 듯했다. 이렇게 어렵게 도착하여, 이틀 정도의 자유시간 후, 3일 동안의 컨퍼런스가 시작되었다. 첫날은 만찬, 둘쨋날은 종일 발표가 있었고, 셋쨋날 오전까지 발표가 이어졌다. 파라과이 외에도 중미에서 코스타리카, 남미에서 칠레, 아르헨티나가 참여하여 중남미는 총 4개국이 있었다. 그리고 스페인도 있었으니 참여했던 17개의 학교들 중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국가의 학교가 5개였다. 어떤 그룹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꽤 오랜만의 일이었다. 

   같은 언어/문화권의 국가라 그런지 중남미 4개국 학교들은 매우 빠르게 친해졌다. 발표 중간의 쉬는 시간, 일정 후 자유 시간에도 따로 모여 많은 이야기를 했다. 서로의 학교에 대해, 수업에 대해,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함께 협력할 수 있을지도 이야기했다. 내가 '척'하고 말하면, '착'하고 알아들으시니 그게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라틴 사람들과 일하는 어려움과 기쁨, 라틴 학생들을 가르칠 때 느꼈던 생각, 감정들이 모두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 

  컨퍼런스의 발표 내용도 모두 흥미로웠다. 시차때문에 많이 힘들까봐 걱정을 했으나 모든 발표를 재밌게 들었다. 가장 흥미롭게 들었던 것은 인도네시아의 사례이다. 인도네시아에도 우리와 같이 교육대학교에 한국어교육학과가 있었다. 우리보다 조금 늦게 시작했지만, 인도네시아의 경우는 한국어에 대한 수요가 아주 높아 졸업한 학생들의 취직걱정은 없을 것 같았다. 좋은 교사 양성에만 힘을 쓰면 그 후에는 모든 것이 평안해 보였다. 그리고 어떤 학교들은 정말 심도있는 과제에 석박사 여러명이 함께 연구를 하고 있었다. 중국과 대만과 같이 한국학에 대한 역사가 깊은 곳들이다. 또 어떤 학교들은 한국의 연구진들과 협력하여 진행하고 있는 곳도 있었다. 그러한 연구 사업들을 보니 우리 학교는 갈 길이 정말 멀어 보였다. 



   나는 모든 발표자들 중 가장 막내였다. 막내도 아주 한참 막내였다. 내 발표가 둘쨋날 오전 발표라 참석자들 모두 피곤한 모습이었지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들어주셨다. 파라과이에 대한 소개와 학과 소개 그리고 우리가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들을 발표했다. 놀랐던 것은 우리 학교처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거의 한 두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 이렇게 7~8개의 프로젝트를 다채롭게 진행하는 곳은 없었다. 다음에 이어서 지원하게 된다면, 이번 프로젝트 결과를 바탕으로 조금은 가지치기를 해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했던 것은 중남미팀을 벗어나 인도네시아, 라오스, 중국, 대만, 스리랑카, 체코, 러시아, 그리고 카자흐스탄까지 모두 '씨앗형'이라는 같은 이름 아래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니 너무 즐겁고 신나게 소통하며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학자이자 교육자로서, 그리고 프로젝트 진행자로서 느끼는 어려움을 이야기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며 3일이라는 짧은 일정을 보냈다. 



   다른 나람의 사례들을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배웠다. 여러 국가의 프로젝트 사례를 보며 많은 것을 배웠지만, 그 배움보다 더 컸던 것은 "위로"였다. 사실 오셨던 분들이 모두 나이 지긋하신 박사급 연구원들이셨고, 학문적 선배님이자 인생의 선배님들이셨다. 내 상황을  공감해주시고 아낌없이 조언해주시는 선배 학자님들을 만나 진심으로 아쉬웠던 만남이었다.


ISE한국어교육학과: https://www.facebook.com/LenguaCoreana.ISE.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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