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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현 Dec 28. 2021

작가 노트) 02


1


브런치를 잊고 살다가 오랜만에 글을 적는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영화 감상평이나 문화 평론을 꾸준히 하려고 했는데 게을러 빠져서 놓고 살았다. 2년 동안 단 한 번도 적지 않은 것 같은데 다른 이유는 없다. 태만해서다. 다른 작가들의 글은 꾸준히 구독했는데 내용은 차치하고 블로그 및 브런치에 글을 꾸준히 적는 사람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새해에는 적어놓았던 습작이나 구상한 작품들을 한 번씩 올려보려고 한다.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보여주고 있었는데 자극적인 작품만 아니라면 인터넷에 올려도 별 상관없다는 생각이 별안간 들었다. 마음이 바뀌면 삭제하면 그만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읽고 좋아해줄 거라곤 생각지 않는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자그마한 위로 혹은 울림을 준다면 나로서는 커다란 기쁨이다. 


2     


최근 단편소설 여러 편을 적었다. 쓰면서도 새로운 것을 구상했다. 완성도가 높지 않아서 그런 것이겠지만 적는 내내 힘든 것은 별로 없었다. 창작의 고통 같은 건 전혀 없었고 사용하던 노트북이 계속 오류가 나서 짜증이 좀 났을 뿐이다.     

일 년 전부터 일상, 책, 영화, 공연, 여행을 통해 쌓아놓았던 데이터들이 과부하가 왔다. 새로운 것을 보더라도 자극이 없고 소화가 안 돼서 작품으로 환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금 단편소설 및 시나리오를 꾸준히 적기 시작했다.      

창작은 고통이 아니라 힐링에 가깝다. 찾아보지 않아서 정확히 모르겠는데 카뮈나 존 스타인벡이 창작이 고통이라고 한다면 그 분들 말이 맞을 것이다. 어쨌든 세 네 개의 습작을 적고 나니까 책, 영화, 드라마도 다시금 집중해서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로서는 비우지 않으면 채우기가 힘이 든다.      

가치관도 이전과는 매우 달라져서 완벽한 작품을 추구하기보다는 작품들을 거듭하면서 더 좋은 글로 나아가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적으면서 힘들고 괴로운 건 가급적 적지 않기로 했다. 문체의 문제가 아니라 메시지의 문제다. 

단편, 시, 장편, 시나리오를 가리지 않고 머릿속에 그려지는 건 모조리 써 볼 생각이다. 모조리 비우고 다시금 도서관 소년, 영화관 소년으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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