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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현 Jan 13. 2022

작가 노트) 04

01 PTA 감독의 마스터나 김태성 감독의 사바하를 보면서 느꼈던 건 제 아무리 뛰어난 스승도 초인이거나 선인일 수 있어도 절대로 신과 같은 존재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학창시절, 부족한 지식을 채워 넣기 위해 모 교수와 모 작가의 책을 참으로 많이 읽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 사람의 시야와 견문에 매료되었고 막다른 길과 마주할 때면 그들의 글을 통해 해답을 찾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일 수 없다는 것을 삶을 통해 뒤늦게 깨달았다. 꼰대가 되지 않을 것 같던 예술가는 어느새 꼰대가 되어 고여 있었다. 동어를 반복했고 지식이라는 사슬에 갇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괴물이 되어 갔다.

날카롭고 지식으로 차고 넘쳤던 그의 글은 무뎌졌고 타인의 생각을 어리석음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한 권에 책에 꽂힌 사람은 세상의 모든 것을 한 권의 책으로 바라본다고 했다. 망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모든 게 못으로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작품을 접하려고 노력했다. 그 정점에 섰던 사람이 모 교수와 모 작가였다. 

그들이 책 한 권에 꽂힌 사람과 크게 다른가? 내가 요즈음 느끼는 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것을 접해도 결국 틀에 갇히면 세상이 못으로 보이는 건 매한가지다. 예술 작품은 이카루스의 그것과도 같다. 일시적으로 날게 할 수 있어도 언젠가는 추락한다. 태양은 밀랍을 절대로 허락치 않는다.             


02 요즈음은 규칙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 서핑을 하는 젊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단편으로 쓰다가 별안간 더 쓰고 싶은 게 생겨서 서핑 이야기는 잠시 멈췄다. 원고지 400장 정도의 이야기를 구상했는데 쓰다 보니까 욕심이 생겨서 600장 정도로 잡고 있다. 신년부터 적기 시작했는데 틈틈이 적다보니까 어느새 100장을 훌쩍 넘겼다. 편수를 나뉘어서 인터넷에 올려볼까도 생각했는데 초고를 적고 나서 앞부분도 수정할 게 빤하기 때문에 고민 끝에 올리지 않기로 했다. 

잘 적히지 않는 날에는 내가 이것을 과연 완성할 수는 있을까하는 부정적인 마음에 사로잡힐 때가 많다. 그럴 때는 청소를 하거나 운동을 하면서 좋지 않은 감정을 한 움큼 털어버리려고 부단히 노력중이다.

더러워진 것을 청소하거나 운동으로 땀을 흘리고 나면 기분이 한결 낫다. 좋은 작품이 되지 못하더라도 내가 느끼고 생각한 것을 마무리하자는 생각에 이르면 글 쓰는 것에 대한 부담이 사라진다. 작품이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적음으로써 성장하는 게 있다. 소재와 인물은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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