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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숲 Aug 09. 2018

문학상 받은 작품은
왜 어렵고 따분하기만 한 걸까?

장강명, <당선, 합격, 계급>

<당선, 합격, 계급> 은 문학상 제도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문학상을 수상한 작품들을 몇 권 읽어보았는데 대부분은 '이게 왜 문학상을 받은거야?' 라는 감상과 함께 책장을 덮기 일쑤였습니다. 고상한 표현과 상징, 비유를 많이 써서 일반 대중들이 쉽게 이해하기 힘든 글들만 문학상을 받는 건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의견을 당당하게 주장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문학의 '문'자도 모르는 애가 감히 지적질을 한다고 생각할까봐요. 


<당선, 합격, 계급> 에서 그동안 말하고 싶었지만 말하지 못한, 문학상 수여방식의 문제점에 대해 아주 날카롭게 지적을 해주어서 속이 시원했습니다. 그것도 문학상 제도권 내에 있는 내부인의 목소리로 문학상의 문제점을 들을 수 있어서 두 배는 더 시원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문학상은 원로 작가, 문학 평론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에 의해 결정됩니다. 공모전에 접수된 원고들은 심사위원들에게 고르게 분배되고, 심사위원들은 자신에게 배정된 원고 중에서 가장 괜찮다고 생각되는 작품을 후보작으로 선정합니다. 그런 다음 각 심사위원들이 후보작으로 꼽은 작품들을 모든 심사위원들이 돌아가며 읽습니다. 후보작 중에서 가장 많은 심사위원의 표를 얻은 작품이 문학상 수여 작품으로 선정됩니다. 


결과적으로 문학상은 심사위원들의 문학적 취향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심사위원진에는 원로 작가, 문학평론가들만 포함되어 있을 뿐 작품의 상품성을 중요하게 여길 출판사 관계자는 빠져 있습니다. 작품의 상품성만을 두고 문학상을 심사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작품의 상품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순수 작품으로서의 가치에만 초점을 두고 상을 심사하는 것도 문제라고 장강명 작가는 지적합니다.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서는 원로 작가, 문학평론가와 같은 문학계 엘리트에게는 문학상 작품이 흥미로운 작품이 될 지 모르겠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대게 난해하고 어려운 작품들이 문학상을 받는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소설은 좀 쉬우면 안 되는 걸까요? 그냥 재미로 읽으면 안 되는 걸까요? 문학상 제도는 문학의 대중화를 위해 시작된 것이라지만, 지금은 문학의 장벽을 높여서 대중들로 하여금 문학을 읽는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학의 진입장벽만 높이고 있으니 문학상을 모두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선, 합격, 계급> 을 읽어보면 문학상 제도도 나름의 장점이 있거든요. 하지만 지금의 제도를 약간 수정할 필요성은 있어보입니다. 문학상을 출범시켰던 초기의 목적, "문학의 대중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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